영화/리뷰

블랙 위도우 (2021) 디즈니 플러스 4K HDR 아이맥스 리뷰

즈라더 2022. 11. 14. 09:00

 

 <블랙 위도우>는 킬링타임으론 손색이 없는 영화다. 액션의 분량도 많고 그 퀄리티도 상당히 좋은 편. 비록 메인 빌런인 것처럼 알려진 태스크마스터와의 액션이 매우 적었다는 점, 블랙 위도우와 태스크마스터의 듀얼 분량마저도 매우 적었다는 점이 아쉽고, 클라이맥스 액션씬의 완급조절이 엉망이라 공허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지만, 이런 요소들이 <블랙 위도우>를 킬링타임조차 안 되는 영화로 만들진 않는다. 사실, <블랙 위도우>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블랙 위도우에겐 가족이 있었다. 주인공인 나타샤 로마노프의 입을 빌려 '두 개의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가족이 있었다. 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스티브 로저스가 말한 "가족이 있지. 우리."라는 감동적 대사를 코미디의 일환으로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그 대사를 하는 와중에 곁에 있었던 클린트 바튼은 드라마 <호크 아이>를 통해서 이미 <블랙 위도우>에 나오는 또다른 가족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캡틴 마블>이 닉 퓨리가 눈을 잃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뒤통수를 친 것처럼 <블랙 위도우>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뒤통수를 친 셈.


 쓸데 없다고 할 만큼 개그씬이 많다는 점도 문제. 철저하게 진지해야 하는 설정과 소재를 가지고 진행하면서 굳이 그렇게 개그씬을 잔뜩 넣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비롯한 여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에서 호러블하게 연출되었던 레드룸에 대한 기억이 개그씬과 섞여 희석되어버린다. 블랙 위도우의 유일한 솔로 영화를 이런 식으로 소모해서는 안 되었다. 아무래도 케빈 파이기조차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거대한 시리즈물임을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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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플러스는 <블랙 위도우>를 4K HDR 아이맥스로 서비스한다. 이를 조금 살펴보자.


 일단, <블랙 위도우>는 대부분의 장면이 낮에 진행되는 관계로 태스크마스터와 첫 번째 만남을 제외하면 HDR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기껏해봐야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는 치료제가 화려한 빛을 발하는 편이며, 부서진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등이 그럴싸하다. 


 <블랙 위도우>의 HDR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눈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DCI-P3의 광색역을 잘못 적용해 하늘의 구름 사이사이에 하얀 빛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연두색 빛이 들어온다거나 폭발 뒤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들이 지나칠 정도로 애니메이션 느낌이 들어 어색함이 감돈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린 스크린으로 배경 전체를 그린 장면 등에서는 등장인물들의 피부톤까지 변하는 경향마저도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블랙 위도우>의 HDR과 가장 비슷한 부작용을 보여주는 경우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정도가 있겠다. 


 반면, <블랙 위도우>의 아이맥스 시퀀스는 정말 볼 만하다. 언제나처럼 액션씬 위주로 아이맥스를 구성해놓았는데, 이 영화의 액션씬이 워낙에 장대한 스케일로 벌어지기 때문에 아이맥스로 볼 때 쾌감이 더욱 배가된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수직적 액션들을 아이맥스로 보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2.39:1의 화면비에서 느낄 수 없었던 폭발의 미학, 거대한 물건이 박살날 때의 통쾌함 등이 갈증이 심할 때 입에 들이 붓는 탄산수처럼 시원하게 몰아친다. 


 한편, 앞서 말한 설렁설렁 만든 것 같은 HDR의 부작용을 빼면 화질이 상당히 좋다. 해상력이 발군. 이것만으로도 <블랙 위도우>를 디즈니 플러스로 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