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 디즈니 플러스의 4K HDR 리뷰

즈라더 2022. 11. 19. 21:18

 2000년 즈음에 아직 꼬꼬마였던 내가 가지고 있던 디비디 중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었다. 그 디비디를 <매트릭스> 디비디와 함께 수백 번을 본 것 같은데, 영화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디비디가 몇 개 되지 않아서다. 당시만 하더라도 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이전에 나왔던 4~6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시리즈에 열광하기 시작했던 건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를 보고 나서였다. 극장에서 보고 감탄사를 얼마나 내뱉었는지 모른다. 거기에 때마침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리마스터링 디비디가 나왔었고, 한참 디비디 구매와 감상에 푹 빠져 있었던 나는 냅다 구매해 끝도 없이 봤다. 놀라운 화질과 음질로 재탄생한 (그리고 일부 고해상도 애니메이팅 특수효과를 굳이 저해상도 CG로 바꿔서 나온) 오리지널 트릴로지 디비디는 순식간에 내 보물이 되었고, 난 이 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해서 주변 친구들을 불러 모아 함께 감상하기도 했다. 언젠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이 나왔을 때 혼자 극장에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극장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니 애비다


 요 며칠 동안 디즈니 플러스로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를 감상하고 나니까 참 여러 추억이 다 떠오른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이제 완벽한 고전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위에 언급한 이야기들부터가 이미 20년 전의 이야기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 <스타워즈>로 나왔을 때가 44년 전이다. 프리퀄의 시작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이 나온 게 23년 전이다. 이른바 MZ 세대라고 불리는 20대와 30대에게 있어서 스타워즈 시리즈는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고전 시리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주변에 이 시리즈에 입문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왜 4편이 제일 먼저 나왔느냐?"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엄청난 양의 대화를 나누는 수고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럴 리가 없어'라고 읊조리기 전에 최근 10대들이 <아이언맨>을 고전 영화 취급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시라. <어벤져스>조차 10년 전의 작품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만달로리안>에 모습을 드러냈다던 아소카 타노가 스핀오프로 나온다고 한다. 사실, 아소카 타노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진작에 솔로 시리즈가 나왔어야 했는데, <만달로리안>의 성공을 계기로 나오게 된다니 스타워즈가 디즈니로 넘어간 이후로 얼마나 부침을 겪었는지 알 법하다. 부디 앞으로는 헛발질 없이 쭈욱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길. 그리고 웬만하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후의 세계관 이야기도 좀 만들어주길. 계속 스핀오프와 프리퀄만 만들 순 없지 않나. 난 새로운 제다이의 시대를 다룬 작품이 보고 싶다.

 

반응형


 디즈니 플러스에선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를 4K HDR로 서비스하고 있다. 살짝 살펴보자.


 일단, 시리즈 중에서 가장 화질이 떨어지는 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다. 장면별 편차가 가장 심한 편이며, 주인공 일행이 타투인을 떠나기 전 장면까지 색상에도 왜곡이 있다. 붉게 물들어서 다들 술에 살짝 취해서 연기를 한 것 같은 피부톤을 시작으로 빨간색이어야 하는 버튼에 살짝 보랏빛이 도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해도 리마스터링과 업스케일링을 거친 결과물이므로 화질이 나쁘다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시리즈의 네임밸류 등을 고려했을 때 더 나은 화질이어야 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더 큰 문제는 HDR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HDR은 광색역을 제외하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않으며 블래스터의 광선이나 라이트세이버의 광선조차 거의 빛을 내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의도적인 게 아니라고 본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을 살펴보면 HDR 효과가 휘황찬란하기 때문이다. 광선검의 화려한 빛부터 우주선 내부의 각종 버튼의 빛까지 하나하나 HDR이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야외보다 실내, 그리고 밝은 지역보다 어두운 지역이 많아서 상당한 임팩트를 자랑한다. 즉,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서 HDR 효과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이유는 <이터널스>와 마찬가지로 HDR 그레이딩을 안 한 채로 업로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은 HDR을 비롯해 화질을 이야기할 때 언급하게 되는 여러 요소에서 대동소이한 경향을 보인다. 비로소 오리지널 트릴로지가 함께 리마스터링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영상의 색감이나 적용된 업스케일링 필터 측면마저도 거의 흡사하다. 본래 오리지널 트릴로지는 VHS 시절엔 작품마다 색감이 조금씩 달랐지만, 조지 루카스가 디비디를 만들면서 리마스터링 하던 당시에 색감을 통일시켰기 때문에 그 흔적을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하는 지금에 와서도 느낄 수 있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 결과물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HDR의 문제는 둘째치고, '스타워즈'라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시리즈의 영상인데 이거보단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달까. 스타워즈 오리지널과 비슷한 시기의 작품들이나 혹은 그보다도 훨씬 오래된 작품들도 최신 기술의 리마스터링으로 최신 영화와 맞먹는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워즈 역시 다시 한번 완벽하게 리마스터링 하는 과정을 거친 뒤 디즈니 플러스에 업로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 아마 나만 느끼는 게 아니리라 본다.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