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 (2021) 그저 한심할 따름

즈라더 2021. 7. 18. 06:00

 퓨리 블루레이를 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바람의 검심이 떠올랐다. 4편과 5편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연결되는 내용도 아니라고 해서 그냥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은 기대 이하다. 영화는 여러 드라마 요소를 산발적으로 풀어놓을 뿐이며, 감상자가 몰입할 여지를 깔끔하게 차단한다. 영화의 호흡이 매우 느린 데도 몰입이 쉽지 않은 이유는 스토리텔링에 심각한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5편엔 타케이 에미나 아오이 유우가 나오지 않을 듯하다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은 장면마다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시작'과 '끝'이 제대로 서술되지 않은 채 엉성하게 끝나는 것들이 대다수인 영화다. 예를 들어보자면 사가라 사노스케가 메구미에게 히무라 켄신의 흉터에 대해 물어보는 장면이 있겠다. 배경은 심각한 자상과 화상 환자들이 넘쳐나는 병원이다. 흉터에 대해 물어보기 아주 좋은 배경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좋은 배경을 무시한다. 사가라 사노스케는 메구미에게 대뜸 다가가서 켄신의 흉터를 물어본다.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장면에 기승전결을 부여하는 것이다. 아마추어적 접근으로 생각해도 병원이란 배경은 흉터에 대해 물어보기 최적화된 장소고, 따라서 장면의 시작은 메구미가 누군가의 자상을 살펴본 뒤 "이 정도면 흉터도 안 남겠네. 다행이다."라고 읊는 순간이어야 한다. 그렇게 읊은 메구미가 잠시 쉬러 밖으로 나갔을 때 사가라 사노스케가 환자의 상처를 빤히 바라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메구미를 쫓아가고, 밖에 나와 있는 메구미를 향해 "켄신의 흉터 말인데.."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매우 당연하고 누구나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흐름이다. 그러나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은 그런 기본을 무시하고 대뜸 물어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몹시 한심하다.


 문제는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의 모든 장면이 이런 식으로 연출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감상자가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으니 바로 회상 장면이다.


 영화에서 유키시로 에니시와 히무라 켄신이 공유하는 감정은 유키시로 토모에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다. 이는 유키시로 에니시가 밑도 끝도 없이, 지성 따윈 날려버린 듯한 태도로 무작정 사고를 치는 이유가 되는데, 정작 그 유키시로 토모에에 대한 서술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원작에선 유키시로 에니시와 히무라 켄신의 대결 이전에 이른바 말하는 '추억편'이 나온다. 칼잡이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먼저 알려준 다음에 대결을 펼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두 인물이 공유하는 정서에 대해 나름 몰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그 중요한 추억 부분을 짧게 조각내서 보여줄 뿐이다. 원작을 본 나조차도 몰입이 안 됐는데,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어떨까 싶을 따름. 이 영화는 원작대로 추억편을 먼저 보여주고 최후의 대결을 5편으로 미뤘어야 한다. 

 

이걸 먼저 보여줬어야 한다고


 바람의 검심 실사 영화 시리즈가 만화 원작 중에서 가장 괜찮은 일본 영화였던 건 1편과 2편에 한정된다. 3편은 납득할 수 없는 전개로 아쉬운 영화였고, 4편인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은 3편에 가까운 영화다. 기괴하도록 과장된 연기는 이 영화에서 더욱 심해진 가운데 아라타 맛켄유 혼자서 납득이 가지 않는 캐릭터와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를 씹어먹으며 '연기'란 걸 보여준다. 나머지 캐릭터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결국, 이 영화에서 남은 건 마지막 액션씬과 타케이 에미의 예쁨, 아라타 맛켄유의 발견뿐이었다. 타케이 에미의 예쁨이야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마지막 액션씬은 그렇지 않았기에 뜻밖의 수확이었다. 특히 히무라 켄신과 유키시로 에니시의 대결 장면은 연출력 부족 탓에 중요한 순간이 스치듯 지나가긴 해도 그걸 감상자가 눈으로 캐치해낼 수 있을 만큼 절묘하고 묵직한 타격들을 잔뜩 담았다. 이누이 반진과 미사오의 대결 장면 역시 기대치를 한참 뛰어넘을 만큼 훌륭하니 놓치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 액션씬만큼은 지난 1~3편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