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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해 웃자고 하는 변명

즈라더 2019. 7. 30. 00:00

 편집의 파편화, 오글거리는 대사, 고민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트리트먼트 등 단점이 산재해있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지만,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액션이 엉망이란 점이다. 잭 스나이더가 액션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놓아서 엉망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캡틴 마블>처럼 액션에 감이 1도 없는 작품조차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비하면 T.O.P다.


 물론, 데이빗 에이어 감독에게도 할 말이 분명히 있을 거다.



 워너 브라더스는 그에게 각본을 쓰는데 6주 밖에 주지 않았다고 한다. 캐릭터 설정이야 잭 스나이더와 데보라 스나이더가 만들어뒀을 테니 거기에 시간을 뺏기진 않았겠지만, 그렇다해도 6주는 너무 심하다. 각본을 대충 만들고 촬영 현장에서 마구 뜯어고치기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조차 각본가들에게 2~3개월은 준다.


 그렇게 각본을 날로 먹었으면 감독이 재량껏 연출이라도 하게 해야 할 텐데, 그것조차도 싫었는지 재촬영으로 영화를 몇번 엎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하기 몇 개월 전에 나왔던 스틸 사진과 보도 자료를 살펴보면, 공개된 영화와 내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에피소드나 대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노는 이유를 알고도 남는다. 액션의 퀄리티나 분량에도 대단히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참고로 조커 역할을 맡은 자레드 레토는 재촬영 컨셉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자기 잘못을 제작진에게 돌린다며 조롱을 당했다. 



 그.런.데.


 참 놀랍게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예고편이 엄청 잘 만들어져서라느니 그저 할리퀸의 힘이라느니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그런 것들만으론 그토록 크게 흥행할 수 없다. (할리퀸을 마고 로비 혼자 만든 것도 아니고) 심지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순간 폭발적으로 흥행하고 수직 낙하한 게 아니라 꾸준히 관객을 모은 스테디셀러 형태였다.


 내가 보기엔 잭 스나이더가 만든 <맨 오브 스틸>이 철학을 가미한 어설픈 테렌스 멜릭이었던 것,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기존 잭 스나이더가 해왔던 것처럼 정치적 텍스트를 영상에 빼곡하게 채워넣는 스타일이었던 것과 달리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굉장히 가볍고 쉬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DC의 매력적인 빌런들이 실사화되었는데 영화가 엄청나게 쉽고, 잔인한 것도 별로 없는 킬링타임 영화였다. 가족이 단체로 영화관 나들이하기에 딱 적당하다. 


 어째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화보다 제작 전후의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사족_ 데이빗 에이어 감독은 이런 끔찍한 제작환경 덕분에 (잭 스나이더가 그랬던 것처럼) 거의 울기 직전 아닌가 싶을 만큼 사방팔방에 하소연에 가까운 해명을 하고 다녔는데, 흥행에 성공하고 나니 그간 마음고생한 것에 울컥했는지 "그래봤자 흥행에 성공했어."라고 SNS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이거로 또 조롱당했다.


사족_ 결과적으로 잭 스나이더가 판 깔고 제작을 담당한 영화들은 <저스티스 리그>를 제외하고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는.................. 이 영화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