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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55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 캐스팅 논란에 대해 뒤늦게 끄적임

캐스팅을 두고 논란이 되었던 이유를 수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되새겨봤다. 브리 라슨은 분명히 동서양 막론하고 다수 취향의 예쁜 외모와 거리가 있고, 그 대신 동년배 배우 중엔 드문 수준의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연기력이 되니까 그렇게까지 예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MCU가 연기력보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시리즈였기에 무리가 탄생한다. MCU의 비주얼에 익숙해져있던 팬들이 브리 라슨의 캐스팅에 당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MCU가 연기파 배우들을 소비하는 방법은 대부분 '조연' 혹은 '빌런'이었다. 크리스 햄스워스의 곁에는 안소니 홉킨스와 나탈리 포트만, 케이트 블란쳇이 붙었고, 크리스 에반스의 곁에는 휴고 위빙, 토미 리 존스, 스탠리 투치가 붙..

최종병기 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블루레이들을 뒤적이다가 이 눈에 걸렸다. 생각해보니 이 타이틀을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6년 전이다. 세상에 네상에. 은 날렵하게 잘 빠진 영화다. 이런 유형의 사극, 그것도 체이싱 영화가 잘 빠진 경우가 없었기에 주목할 만하다. 물론, 란 선배 영화의 지대한 에너지를 마음껏 흡수해 감출 생각도 없이 드러냈으니 마냥 칭찬할 순 없다. 마이너 카피라고 해도 틀리지 않으므로 오히려 가열차게 비판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즉, 재미있는데 칭찬할 수 없는 유형의 영화다. 중간 중간 괴상하고 오글거리는 대사와 눈이 어지러운 오버랩 기법이 섞여 있어서 피곤하단 점도 있고. 의 프로덕션 제목은 이었는데, 끝내 '최종병기'를 붙인 걸 누군가가 그리 내켜하지 않은 모양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살펴보면, 이란 제목을 스..

나이트 샤말란의 히어로 철학과 영화 글래스

결국 , , 로 이어지는 나이트 샤말란의 히어로 트릴로지는 '히어로의 증명'이란 단순한 주제로 이어진다. 나이트 샤말란 개인의 히어로에 대한 집착(?)이 스며들어서, 히어로를 믿지 않는 자들에게 정신학인 척하는 종교적 접근법까지 곁들여 '믿으라!'라고 외친다. 무려 19년이란 기간을 버티고 버틴 끝에 완결낼 수 있었던 '오리진' 가 기대했던 방향과 다른 결과로 이어진 건 혹평의 이유로 충분하지만, 애초에 일반적인 히어로물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과 를 고려할 때 궤적이 확고한 작품이라 볼 수도 있다. 에 액션만 기대 안 하면 된다. 여러 차례 실패를 거두고 영화 한 편 만드는 게 본인을 학대하는 꼴이 된 나이트 샤말란이라, 제작비가 2000만 달러에 불과한 영화다.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고용한 Manny ..

영화/리뷰 2019.06.26

데드풀2 슈퍼두퍼컷, 데이빗 레이치의 액션 소화 능력이란

자기 전에 갑자기 가 보고 싶어져서 감상. 무슨 바람이 불었나 했더니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액션을 보고 싶었었나보다. 도미노의 병원 격투씬을 약간 날림으로 편집하긴 했지만, 그 밖의 액션들은 하나 같이 장인정신 가득 담아서 찍었다. 아마 데드풀의 특징을 이렇게 잘 이용하기도 어려울 거란 생각이다. 라는 걸출하고 괴상한 녀석을 내놓은, 스턴트 코디네이터 출신 감독 답다. 데드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합류 소식에 정말 가능한 일인지 말이 많던데, 다른 엑스맨 캐릭터들은 당분간 불가능해도 데드풀은 가능하다. 데드풀은 그냥 넘어갔다가 다시 엑스맨으로 돌아왔다가를 반복해도 이상할 거 없는 캐릭터니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느 영화건 스윽 얼굴 내밀고 "나 왔어. 내가 엑스맨에서 제일 먼저 합류했네?" 하..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티븐 스필버그의 장수를 기원하며

을 볼 때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묻고 싶다. "영감님, 어떻게 하면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죠?" VFX 떡칠 히어로 영화가 사방팔방에서 난립하는 시점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모두에게 "이렇게 만들어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영감님, 당신 쫓아갈 수 있는 감독이 손꼽을 정도로 적은 것 같아요. 만수무강하셔요. 모두를 위해서.. 이하 스크린샷은 한국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넷플릭스 마리아, 필리핀의 인도네시아 카피

만류를 뿌리치고 넷플릭스 를 본 이유는 '필리핀' 영화기 때문이다. , 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인도네시아의 사례를 따라 '우리도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인 듯하니, 적어도 칼리 아르니스를 활용한 액션은 건지지 않겠나하는 기대. 또한, 가 최근 헬게이트에 근접하고 있는 필리핀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라면 그것도 꽤 기대해볼 법했다. 그러나 는 그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모자란 구석이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는 영화다. 조직의 킬러가 조직을 배반하는 계기를 너무 고민없이 연출해놓은 것에서 이미 기초 공사 실패다. 이후 이어지는 전개는 모든 측면에서 '목적'과 '전략'이 없이 보여주기에 급급하고, 와 등을 쫓은 주요 액션 장면은 매끄러운 인과를 거쳐 도달한 게 아닌 터라 감흥을 불..

영화/리뷰 2019.06.15

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 컷을 잃지 못 하는 현지팬들

감독판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더 살벌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야 재미있게 본 사람이 바보 취급 당하고 마는 게 일상이지만, 미국엔 감독판에 대한 대단히 보기 괴로운 논쟁이 이어졌다고 한다. 의 잭 스나이더 판본을 요구하는 잭 스나이더 팬덤의 응집력도 상당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보이 그룹 팬덤처럼 집단 행동에 능하고, 이곳저곳에서 싸움질하느라 민폐 끼친 팬이 많은 모양이라 이미지가 마냥 좋진 않다. 일개 감독에게 이런 유형의 팬덤이 붙는 건 드문 일이라서 저쪽에서도 신기하게 본다던가. 미국 쪽에 저렇게 열정적인 팬들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나 기타 다른 나라들에 잭 스나이더의 팬이 드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잭 스나이더의 영화는 감독판, 확장판이 오리지널인데, 이것들은 미국을 비롯한 한정된 지역에..

써커펀치, 역시나 자유롭지 못 했던 잭 스나이더

많은 사람이 를 잭 스나이더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다 해본 영화라 생각한다. 기획, 제작, 각본, 감독 전부 다 담당한 만큼 틀린 말은 아니다. 반쪽 짜리인 극장판이 아닌 '확장판'은 분명히 잭 스나이더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본 영화가 맞다. '감독판'도 아니고 '확장판'인데 극장판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감독판이든 확장판이든 그냥 오리지널을 보여주고 싶어한 잭 스나이더의 네이밍일 뿐이다. 이 개봉하기 전에 이미 CG까지 완성되어 있었던 의 오리지널 버전은 '감독판'이 아니라 '얼티메이트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나왔다. 감독판, 확장판, 얼티메이트 에디션 이런 거 전부 '오리지널'의 마케팅용 네이밍일 뿐이다. 는 그런 잭 스나이더의 극장판 중에서도 가장 편집이 이상한 영화다...

MCU 조스 웨던은 '어벤져스'의 구세주였다

을 보고 나면 을 재평가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봤다(이젠 몇번째 감상인지 세는 걸 포기한다). 딱히 재평가를 하진 않았다. 난 원래 을 좋아했으니까. 조스 웨던은 구세주다. 가 혹평 세례에 시달렸고, 와 이 미묘한 결과를 남긴 상태에서 다급하게 제작된 를 히어로 팀업 무비의 '바이블'로 탄생시킨 게 조스 웨던이다. 가 개봉하기 전에 공개된 스틸 사진을 비롯한 각종 정보는 '망작'이란 과녁에 정확하게 꽂힐 듯했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물이다. 토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는 스틸 사진은 '유치하다', '신기하다'는 반응으로 갈라져 싸움을 거듭했을 지경이고, 재촬영 소식이 들렸을 땐 '역시 망하는구나'란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래서 는 기적, 조스 웨던은 구세주라 봐야 옳다. MCU의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소니의 멀티버스 테스트

은 소니의 '멀티버스' 테스트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이 작품의 대성공 덕분에 소니는 MCU에 있는 스파이더맨을 멀티버스 방식을 통해 소니 마블 유니버스로 끌고 와도 거부감이 크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이는 이 작품이 대단히 재미있음에도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는 이후 처음 구매한 3D 애니메이션이다. 영화가 재미있어서기도 하지만, 피터 파커와 피터 B. 파커를 가장 멋지게 그린 영화라 생각한 게 더 크다. 트릴로지, 듀올로지, MCU의 스파이더맨 모두를 통틀어도 이 영화보단 못 하다. 핸섬한 아가리 파이팅의 진수를 보여준달까. 그러나 역시 난 3D 애니메이션보다 실사가 좋다. 도 실사로 만들어졌다면 소리 벗고 팬티 질러를 외쳤을 텐데.

영화/리뷰 2019.06.11

백만 년 만에 다시 본 언브레이커블

대체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를 . 속편인 가 개봉하기 전에 봤어야 맞는데, 가 의 속편인지 알지 못 한 탓에 안 봤다. 덕분에 의 엔딩을 보고 머리에 총 맞은 기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새삼 놀라운 영화다. 이렇게 히어로의 시작을 멋지게 만들어냈으면서 이렇게 무모한 타이밍에 영화를 끝내다니. 아주 오래 전 첫 감상 당시에 마냥 좋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를 다시금 확인했다. 사무엘 잭슨이 나이트 샤말란에게 왜 속편 안 만드냐고 따진 게 이해가 간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십수 년이 흐르는 사이 사무엘 잭슨은 히어로가 되어버렸다. 여기선 빌런, 저기선 히어로. 고생이 많은 아저씨다. 이건 사소한 잡담. 제작비가 7500만 달러나 된다. 나이트 샤말란을 스타덤에 올린 는 4000만 달러. 지금 기준으로도 대단히 많..

영화/리뷰 2019.06.09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되새겨봤다. 물론 시작은 애니메이션이었을 거다. , , 을 불법판(!) 비디오로 질리도록 봤었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바이블에 가까웠다. 만화책도 있었다. 내가 자란 세대는 일본 만화 열풍과 마주했던 세대다. , , , 은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시절부터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건 관심이라기보다 흐름이었던 것 같다. 그냥 주변에서 인기가 있고 재미있으니까 일본 대중문화라는 인식조차 없이 그냥 즐겼던 게 아닐까 한다. 실질적으로 내가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을 지닌 결정적 계기는 일본문화 개방 이후에 본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영화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였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그 싱그러운 영화들을 본 뒤,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폭력 가득한 영화들을 ..

영화는 이론이나 논리가 아니다 (Feat. 블레이드 러너)

영화를 '논리'가 아닌, '분위기'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로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아주 완벽하게 잘 짜인 극이 아닌 데다 주제도 소설 등에선 빈번하게 끌려나오던 것들. 이런 사실 탓에 극장 개봉 당시 평론가들이 혹평을 쏟아냈고 대중마저도 극장에선 를 외면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유니크한 분위기가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되려 개봉 이후에 걸작이란 평가를 얻어낸 것이다. 심지어 혹평했던 평론가들 중 일부는 자신의 평가를 철회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모를까, 당시 평론가가 자신의 평을 철회하고 혹평을 호평으로 엎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역시 마틴 스콜세지 감독 말마따나 영화는 '가전제품'이 아니다. 영화는 대중문화의 모든 분야가 참여하는 종합 예술. 워낙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어 단순화..

예상과 너무 달랐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지금 되새겨보면 는 인피니티 사가의 근간이 된 영화다. 는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을 알리는 범작에 불과했고, 는 팀업 무비. 즉, 본격적인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시작된 셈인데, 그런 영화부터 정치 측면에서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었다. 덕분에 스티브 로저스를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캡틴 '유니버설'이라 해야 한단 얘기가 나왔던 것. 설사 대상이 미국이라고 해도 옳지 않은 일을 한다면, MCU의 스티브 로저스는 그걸 용납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겨났다. 또한, 어벤져스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존재가 통째로 날아가는 전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애초에 MCU에서 그 존재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이 놀랐다. 이미 이 시점에서 의 단초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디피 시리즈 무협 블루레이, 잡다한 뒷이야기

오랜만에 블루레이를 봤다. 새삼 훌륭한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카메라 시선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진가신 감독의 연출력은 무협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블루레이는 디비디 프라임의 블루레이 제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이른바 '디피 시리즈'. 은 그 8번째 작품이고, 전세계 콜렉터들의 주목을 받는 플레인 아카이브 백준오 대표가 LLM에서 제작한 첫 번째 블루레이다. 지금 플레인 아카이브가 내놓고 있는 장인 정신 가득한 디자인의 시작이 블루레이라고 할 만하다. 블루레이 제작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는데, 백준오 대표가 이 영화의 열혈한 지지자인 내게 자막에 대한 질문을 했었던 것. 내가 의 극장 개봉 자막과 VOD의 자막이 최악이라 지적한 게 계기인 듯하다. 영어 대본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

아이언맨을 보며 로다주의 머리숱에 함숨

야밤에 갑자기 끌려서 감상한 블루레이. 엄청나게 생소하다. 무엇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머리숱이. 시간이 흐른 만큼 어떤 변화가 있는 거야 당연하지만, 그게 하필 머리숱이란 말인가. 에서 풍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던 토니 스타크는 번쩍거리는 왁스칠의 올백머리로 양아치 스타일을 뽐냈다. 몸이 덜 만들어진 탓에 턱살이 살짝 접히는 것마저도 왠지 젊어보인다. 반면, 페퍼 포츠 여사님은 이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에서 토니 스타크와 페퍼 포츠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면, 조금 위화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염색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흰머리 때문이려나. 그간 을 안 보려 했던 건 영화에 대한 흥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상..

소드 마스터: 절대 강호의 죽음, 무협 소설을 읽듯이

극의 유기적 흐름을 거의 포기한 이 매우 즐거운 영화일 수 있는 이유는 무협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 그렸던 이미지와 분위기를 그대로 화면에 뿌렸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무협 소설에 열광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을 보며 '생략된 것들을 감상자인 내가 알아서 보강한다'는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널뛰기 전개와 일부 배우의 발연기가 발목을 잡는 데도 이 영화는 즐겁다. 모자란 부분은 내 상상력이 알아서 보정해주니까.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두건데 강일연의 눈 부신 자태에 홀린 게 아니다. 절대 절대 아니다. 진짜 아니다. 강일연 때문에 이 영화를 네 번째 감상한 게 아니다. 그니까 아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제는 . '삼소야의 검'이라는 심플한 제목이다. 고룡의 소설로, 과거 한국에 (해적판이든 ..

영화/리뷰 2019.05.30

아쿠아맨, 여러 측면에서 블랙팬서보다 앞서

이 마블 영화보다 더 마블 영화 같다는 얘기를 이미 개봉 당시에 했던 것 같고, 와 마찬가지로 고전 로얄 패밀리 이야기들을 어설프게 짜깁기한 수준이란 얘기도 했던 것 같고, 보다 (비교하는 게 우스울 만큼 압도적으로) 뛰어난 액션을 보여준다는 얘기도 했던 것 같다. 이번에 블루레이를 감상했는데, 이미 한 이야기들은 빼고 몇가지 떠오르는 걸 정리해본다. 1.이 잭 스나이더의 액션 연출 스타일을 어설프게 따라한 수준이라면(애초에 따라할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도 크다), 은 거의 완벽하게 카피해냈다. 인물의 대치를 대각선 구조로 잡는다거나, 인물의 돌진을 후방에서 쫓아가다가 컷을 바꿔 묵직한 한 방을 내리치는 잭 스나이더의 스타일이 대놓고 들어가 있다. 슬로우모션을 거는 타이밍도 아주 확실하게 카피하고 있는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수퍼S관에서 보고 깨달은 점

며칠 전 을 수퍼S관에서 보고 나서 결심했다. 앞으로 영화는 되도록 블루레이로 보기로. 당시에 일반관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수퍼S관에선 보이는 걸 확인했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되면 수퍼S관보다도 블루레이에서 더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 선례를 이 쫓지 말라는 법이 없다. 수퍼S관에서 본 은 거의 다른 영화 같았다. 거무죽죽했던 색상이 화사하게 피어난 것과 일반관에서 하얗게 떴던 블랙이 아주 짙어졌다는 게 결정적이다. 이는 각기 다른 색과 밝기를 지녔을 여러 오브젝트를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보이는 게 늘어났으니 감동이 배로 뛰었음은 당연지사. 그리고 아마 블루레이는 수퍼S관에서 놓쳤던 것들까지 보여줄 것이다. (이건 가정용 디스플레이가 수퍼S관의 LED 스크린..

안시성, 전투씬의 규모 말고는 남은 게 없다

블루레이를 기다리다가 아무래도 안 나올 기세길래 넷플릭스로 봤다. 새삼 말할 것도 없지만, 참 오지게 못 만들었다. 이 영화에 완벽한 고증을 바라진 않았다. 일종의 합리화를 거쳤다. 예를 들어 주요 인물들 갑옷은 엽기적인 수준이었어도 보통 개마기병이라 부르는 중갑기병들의 갑옷이나 병사들 갑옷은 그럭저럭 갖췄으니까 봐준다는 식이다. 그렇게 하나씩 양보해줄 테니 그럴싸한 극을 만들어달라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큰일 났다. 이 영화, 와 아주 많이 닮았다. 쉽게 말해 가 그랬던 것처럼 전투씬을 위해 극을 내팽개쳤다는 의미다. 고증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이 시기 안시성 전투에 대해선 학자들 간에 소소하게 갑론을박이 있었을 만큼 명확하지 않으니 극에 맞춰서 적당하게 잘 꾸며주면 그만이고, 처럼 아예 뒤엎어 창작..

영화/리뷰 2019.05.23

창궐, 그다지 먹힐 구석이 보이질 않는다

은 딱 수준의 영화다. 그러나 를 하드캐리했던 개그씬이 거의 없고, 윤아 같은 씬 스틸러도 없어서 먹힐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김성훈 감독에 , 의 황조윤 각본가를 더해 의 성공을 다시 맛보려했던 모양인데, 황조윤 각본가는 에서 했던 메시지를 다시 가져와 맞지 않는 틀에 우겨넣느라고 각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놨고, 김성훈 감독은 가 모든 면에서 성공한 작품이라 착각을 했다. 의 클라이막스 직전에 벌어졌던 '날로 먹기'와 의 구구절절 연설 장면이 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고증 상태를 보아 그저 판타지를 만들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그마저도 제 역할을 못 하니 은 이제 시작인 한국의 좀비물에 똥을 투척한 망작이라 주장해본다.

영화/리뷰 2019.05.19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주먹구구식 영화가 아닐까

을 n회차 찍고 해보는 소소한 끄적임. 스포일러 주의! 1. 영화가 너무 짧다. 3시간이라고 했을 때 콧웃음 쳤던 이유가 때와 마찬가지로 크레딧이 엄청나게 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VFX의 규모, 제작진 규모, 배우가 데려온 스탭 규모가 다른 블록버스터의 다섯, 여섯 배는 된다. 크레딧이 미칠듯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의 상영시간은 다른 3시간짜리 영화보다 더 짧다. 게다가 내용을 보면 최소 3시간 반 정도 되어야 필요한 것들을 전부 다룰 수 있었을 터. 결국, 팬서비스랍시고 이것저것 대충 넘어가고 나서야 3시간이 한참 안 되는 시간에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MCU의 팬이 아닌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2. '캡틴 아메리카가 빌런이 되면 어떨까'의 MCU의 회답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소니 판권이란 걸 잊지 말자

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걱정이 생겨났다. 무언가 '선'을 긋는 느낌. 섞이지 않는 느낌. 쉽게 말해서 '난 마블이 아니라 소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묘한 위화감에서 온 걱정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엔 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 스파이더맨은 소니의 컨텐츠다. 구체적인 판권 사항은 알 수 없지만, 소니가 망하지 않는 이상 마블이 스파이더맨을 찾아오는 게 불가능하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니는 신의 한 수라 불리는 계약을 맺는다. MCU에 스파이더맨을 출연시키는 대신 스파이더맨 스탠드 얼론 시리즈의 제작을 마블이 한다는 내용이다. 제작비를 소니가 지급하고 수익도 소니가 가져가며 제작만 마블이 하는 식이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 제작 능력과 MCU라는 뒷배를 타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부활시키려는 소..

툼스톤, 이름값에 묻혀버린 클래시컬 스릴러

첫 번째 감상했을 때보다 반복해서 감상했을 때 더 재미있는 작품이 종종 있는데, 은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첫 번째 감상했을 때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라 여겼지만, 이후 감상 때 내가 느낀 농도 짙은 감각은 꽤나 인상 깊다. 이는 을 1년에 한 번씩 감상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더할나위 없이 악마인 사이코패스 빌런과 이를 뒤쫓는 형사 출신의 무허가 탐정. 그리고 그런 탐정에게 의뢰한 피해자는 모두가 마약 딜러. 이 무엇하나 정상인 게 없는 세계관에 담담하고 서글픈 치정을 약간 흩뿌려 독한 영화를 창조해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완 거리가 한참 멀고, 차라리 이나 쪽에 가깝다. 댄디하게 추리해가는 맷 스커더(리암 니슨 분)의 행적이 흥미로운데, 치정이 불러온 어느 캐릭터의 서글픈 결말이 총격..

영화/리뷰 2019.05.11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아이맥스가 상술인 이유

을 아이맥스로 예매하려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율배반적 상술에 가담하는 게 싫어서. 이 영화는 아이맥스의 장점을 대부분 포기한 작품이라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가 아이맥스 열풍을 불러왔을 때, 대중은 1.43:1이란 4:3 TV에 가까운 화면비와 뛰어난 화질에 주목했다. TV의 등장 이후 비스타비전(1.85:1), 시네마스코프(2.39:1)로 발전해온 영화의 화면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얼마 안 있어서 대중은 '중요한 건 화면비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아이맥스 화면비의 인기를 틈타 1.37:1의 화면비로 개봉한 영화들이 오히려 답답하다는 평가를 얻고 무너진 게 그 증거다. 중요한 건 단순한 화면비가 아니라 화각과 화질이었던 것. 필름의 화질은 크게 나눠서 16mm..

넷플릭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자막의 오역을 대부분수정

넷플릭스의 자막은 VOD나 블루레이에 담긴 것보다 좋다. 그간 지적된 것들을 대부분 보완했는데, '생명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캡틴의 대사마저도 살려두었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되는 마냥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라며 어중간하게 수정한 VOD, 블루레이와 달리 '거래'라는 포인트를 확실하게 살려냈다. VOD와 블루레이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번역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번역자 이름이 마지막에 뜰 때가 많지만, 는 안 떠서 누가 번역했는지 알 수가 없다. 박지훈이 개과천선하는 기적, 넷플릭스가 단독으로 다른 번역자를 써서 재번역, 어느 쪽인지 몰라도 정상적인 번역으로 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깐깐징어 말마따나 '환희하라'. 아직 을 보지 못 한 사람들 중 를 재감상하고 가려는 분은 넷플릭스로 감상하길..

말레피센트에 안젤리나 졸리가 참여한 이유와 속편 제작

에 기존 출연진이 그대로 나온다는 소식에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블루레이를 다시 꺼내들었다. 안젤리나 졸리 정도 되는 배우가 기억에도 안 남을 정도의 작품에 다시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가서. 그런데 다시 보니까 왜 다시 나오는지 알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가 개봉하기 전 기대했던 영화의 분위기는 살벌하게 뒤틀린 말레피센트의 아름다운 복수극이었다. 티저 예고편이 '그럴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듯 했고, 당연한 거라 여겼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예 다른 이야기여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를 블루레이까지 구매해놓고 기억에서 지워버린 건 다름이 아니라 영화의 주제를 위해 원작을 찢어발긴 뒤 누더기처럼 기워놨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주제란, "모성애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가 되..

퍼스널 쇼퍼, 이걸 해석할 날이 오긴 할까

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다시 봤다. 그런데 여전히 쉽지가 않다. 그리고 나 외의 다른 누군가가 이 영화를 온전하게 이해한 건지도 의문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러 해석들, 수많은 평론가의 의견 등 말들은 참 많은데, 아주 모호하거나 어릴 적에 읽은 '3차 산업 혁명과 물리학'에 대한 책처럼 내 두뇌 용량을 초과하는 것들 뿐이다. 본래 영화 해석하는 능력이 잼병인 데다 학문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사람도 아닌 지라 적당히 이해하는 수준에서 멈추고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이 영화에서 내가 이해하는 부분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재미없는 영화란 의미는 절대 아니다. 집중력이 흐러진 적 한 번도 없을 만큼 몰입해서 보게 하는 영화임에도 정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확장판

의 제목을 다시 지으라면 이렇게 짓겠다. . 그리고 이 영화의 문제가 바로 이거다. '라이즈'만 하고 끝난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를 외치는 영화야 넘치고 넘치지만, 적어도 하나의 사건은 해결을 하고 끝난다. 아니, 설사 사건 해결이 하나도 없더라도 방점을 찍을 법한 액션씬 하나는 넣어두고 마무리한다. 그러나 엔 그런 게 없다. 이렇게 각본가가 자리를 못 잡고 헤매면, 감독이라도 연출을 하며 조정해야 하지만, 데이빗 예이츠는 데이빗 예이츠대로 삽질을 했다. 영화 시리즈의 후반부를 책임지며 신 들린 시네마스코프 활용과 소설을 초월하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주던 데이빗 예이츠는 에 이어서 또 돈 냄새 안 나는 영상을 뿌려놓았다. 어설픈 CG 퀄리티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 시리즈 역시 제작 과정이 마냥 원..

신비한 동물사전을 복습하며 확인한 것

블루레이를 보기 전에 을 복습. 이번 감상에서 확실하게 확인한 것 두 가지. 1.주인공인 뉴트 스캐맨더는 해리포터 세계관의 압도적 강자다. 싸울 의지가 별로 없어서 그렇지, 강해도 너무 강하다. 마법부 사형집행실에서 집행자들을 아주 손쉽게 제압하질 않나, 크레덴스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인 그린델왈드의 공격을 맞아주는 대인배적 사고관까지. 결국, 그린델왈드가 선을 넘으니까 냅다 소환수(!!!!)를 뽑아서 단숨에 제압해버린다. 덤블도어가 스캐맨더를 애지중지했던 건 이런 그의 실력을 알았기 때문 아닐까. 평범한 마법사들관 궤를 달리한다. 2.미국의 마법부는 사이코패스 단체다. 이런저런 법적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것도 기가 막히는데, 사형을 집행하는 마법사들은 하얀니를 한껏 내보이며 웃는..

영화/리뷰 201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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