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제목을 다시 지으라면 이렇게 짓겠다. <그린델왈드 라이즈>. 그리고 이 영화의 문제가 바로 이거다. '라이즈'만 하고 끝난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를 외치는 영화야 넘치고 넘치지만, 적어도 하나의 사건은 해결을 하고 끝난다. 아니, 설사 사건 해결이 하나도 없더라도 방점을 찍을 법한 액션씬 하나는 넣어두고 마무리한다. 그러나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엔 그런 게 없다.
이렇게 각본가가 자리를 못 잡고 헤매면, 감독이라도 연출을 하며 조정해야 하지만, 데이빗 예이츠는 데이빗 예이츠대로 삽질을 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후반부를 책임지며 신 들린 시네마스코프 활용과 소설을 초월하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주던 데이빗 예이츠는 <신비한 동물 사전>에 이어서 또 돈 냄새 안 나는 영상을 뿌려놓았다. 어설픈 CG 퀄리티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 시리즈 역시 제작 과정이 마냥 원만하진 않은 모양이다.
한편,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 돼지 순무라는 별명을 얻으며 욕을 잔뜩 먹었던 조니 뎁은 그 비판을 보며 칼을 갈았는지, 살을 쏙 빼고 나와서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던 근 10년을 뒤엎을 법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여전히 콜린 파렐의 임팩트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적어도 '악당'이란 이미지엔 콜린 파렐보다 조니 뎁이 더 어울리는 게 사실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블루레이엔 확장판이 담겨 있고, 추가된 장면의 절반 정도가 내기니와 크레덴스의 로맨스다. 아마 극이 산만해지는 걸 고려해서 삭제한 듯한데, 남겨뒀다면 내기니와 크레덴스 사이의 애틋함이 비교적 스무스해졌을 거라 본다. 이미 각본 자체가 어떻게 편집해도 산만함을 피할 수 없게 꾸며져있는 걸 굳이 손댈 것까지야.
이하 스크린샷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무시무시한 해상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도 있다. 보정을 하다 만 느낌의 블루레이 SDR과 달리 4K 블루레이의 HDR 영상은 여러 측면에서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이건 일반적인 SDR과 HDR의 차이를 뛰어넘는 터라 <저스티스 리그>처럼 블루레이 영상을 의도적으로 차별한 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