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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 이걸 해석할 날이 오긴 할까

즈라더 2019. 4. 30. 06:00

 <퍼스널 쇼퍼>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다시 봤다. 그런데 여전히 쉽지가 않다. 그리고 나 외의 다른 누군가가 이 영화를 온전하게 이해한 건지도 의문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러 해석들, 수많은 평론가의 의견 등 말들은 참 많은데, 아주 모호하거나 어릴 적에 읽은 '3차 산업 혁명과 물리학'에 대한 책처럼 내 두뇌 용량을 초과하는 것들 뿐이다.


 본래 영화 해석하는 능력이 잼병인 데다 학문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사람도 아닌 지라 적당히 이해하는 수준에서 멈추고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퍼스널 쇼퍼>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이 영화에서 내가 이해하는 부분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재미없는 영화란 의미는 절대 아니다. 집중력이 흐러진 적 한 번도 없을 만큼 몰입해서 보게 하는 영화임에도 정작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 


 이런 저런 독립 영화, 예술 영화 적지 않게 봤다고 생각하고, 그 영화들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 해도 전반적인 흐름이나 뉘앙스 등은 읽었다고 자신한다. 그런 영화들도 적어도 두 번째 감상 땐 대충이나마 감이 오곤 했다. 그러나 <퍼스널 쇼퍼>는 하품만 잔뜩 나오게 하던 일부 예술영화들보다 훨씬 이해하기 어렵다.


 <퍼스널 쇼퍼> 블루레이에 담긴 정성일 평론가의 글귀를 다시 읽어봤다. 답답했다. 영화 해석이 안 돼서 답답한 마당에 정성일 평론가의 글마저 모호한 문구 투성이라 헛발질하는 느낌이다. 해석을 해석해야 할 마당에 마지막엔 '관점을 이동하면 간단히 설명된다'라고 맺음한다. 그냥 설명하면 안 되느냐고 묻고 싶다. 솔직히 '평론가님도 이 영화 완전히 이해 못 했죠?'라는 되뇌임이 머리에 가득 찼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다.


 본래 영화는 개봉하는 순간 감독의 손에서 대중의 손으로 넘어온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해석은 대중이 알아서 하는 거고,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래서 <퍼스널 쇼퍼>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은 여러 사람의 글에 반박할 생각은 1도 없다. 오히려 나는 접근조차 못 한 학문의 영역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보며 감탄만 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런 사회학 영역은 둘째치고 기본적인 짜맞추기마저 안 되고 있다. 내 멋대로의 해석이라도 해보려하는데 머리에서 자꾸 브레이크를 건다. '이건 억지잖아'라고. 블루레이만 2천 장이고 극장에선 감상했어도 블루레이로 구매하지 못 한 영화는 그보다 더 많으니까 살면서 적어도 천단위의 영화를 본 셈인데,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


 이하 스크린샷은 <퍼스널 쇼퍼>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다. 누르면 커진다. 약간 잔인한 컷이 하나 있으니 주의를. 필름 영상의 진수를 보여주니 만약, 필름 영상이 뭔지 궁금한 분은 이 타이틀을 감상하시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