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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 캐스팅 논란에 대해 뒤늦게 끄적임

즈라더 2019. 6. 28. 18:00

 <캡틴 마블> 캐스팅을 두고 논란이 되었던 이유를 수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되새겨봤다. 


 브리 라슨은 분명히 동서양 막론하고 다수 취향의 예쁜 외모와 거리가 있고, 그 대신 동년배 배우 중엔 드문 수준의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연기력이 되니까 그렇게까지 예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MCU가 연기력보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시리즈였기에 무리가 탄생한다. MCU의 비주얼에 익숙해져있던 팬들이 브리 라슨의 캐스팅에 당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MCU가 연기파 배우들을 소비하는 방법은 대부분 '조연' 혹은 '빌런'이었다. 크리스 햄스워스의 곁에는 안소니 홉킨스와 나탈리 포트만, 케이트 블란쳇이 붙었고, 크리스 에반스의 곁에는 휴고 위빙, 토미 리 존스, 스탠리 투치가 붙었다. 즉, 비주얼되는 배우가 히어로를 효율적으로 연기하도록 돕는 역할에 연기파 배우들이 동원되었던 것이다. 이런 공식(?)에 따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엔 제이크 질렌할이란 거물을 캐스팅했다. 만약, 브리 라슨도 이러한 조력자 역할로 캐스팅되었다면,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브리 라슨


 지금 시대에 이 무슨 외모지상주의냐고 따질 수 있겠지만, 그 외모지상주의가 지금 MCU의 흥행을 만들어냈다. 애초에 히어로 영화가 비주얼을 포기한다면 오히려 문제다. <캡틴 마블>과 마찬가지로 PC 열풍의 수혜를 입었다는 <블랙 팬서> 역시 비주얼 만큼은 확실히 챙겼다. 


 브리 라슨의 외모 논쟁은 <캡틴 마블>이 개봉한 뒤에 더욱 거세졌는데, '역시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캡틴 마블>엔 브리 라슨의 연기력을 가열차게 발산할 장면이 많지 않은 데다 히어로 답게 잘 꾸며서 멋지고 예쁘게 나올 거라 여겼던 비주얼은 그저 날 것 그대로의 브리 라슨이었다. 그런 마당에 그녀는 액션 연기에 재능이 없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정말 히어로 영화에 걸맞은 인재인가?'란 의문을 자초하고 말았다. 액션 연기도 분명히 '연기'이므로 브리 라슨은 연기파 배우가 아니란 주장은 최소한 히어로 영화 안에선 주장이 아니라 사실이고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브리 라슨이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선 액션을 비교적 잘 소화했다는 점. 루소 형제의 연출력이 힘을 발휘한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가능성을 보인 건 사실이니까. 부탁이니 <캡틴 마블>의 속편에선 무언가 하나라도 확실하게 보여주길 바란다.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끌어모아봤자, 절대 다수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 하면 한계가 금방 드러날 거라 본다. 브리 라슨 본인의 발전을 담보로 한 작품적 개선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