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3>를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존 윅>과 <존 윅2> 블루레이를 재탕하고 난 뒤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어차피 이제 극장을 웬만해선 가지 않는 상황이라서 딱히 특별할 건 없다.
<존 윅>을 좋아했던 건 신선한 스턴트와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 만큼은 스턴트의 반복이나 킬카운트에 대한 집착이 없었고, 영화 전반에 걸친 독특한 (사람에 따라 괴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용철 평론가의 '이걸 보고 키득거렸으니 나도 정상은 아니야'가 딱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비평이다. 그러나 <존 윅2>는 그 분위기가 싹 사라지고 그저 스턴트쇼가 되어버렸다.
옛날 <존 윅2> 블루레이 리뷰에 '속편에서도 이러면 그냥 게으른 거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그 정도로 스턴트 번복이 심각했다. 이야기를 통째로 스턴트를 위한 '부가요소'로 사용하는 과감한 방식을 택했음에도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세계관은 중국 무협을 그대로 이식한 것에 불과하다.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들어낸 세계관이 아니란 얘기.) 그 스턴트가 지루할 정도로 번복되니 지겨울 수밖에. 심지어 카시안과 존 윅의 듀얼 외엔 이미 1편에서 써먹었던 액션이 태반이었다.
<존 윅3>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들까지 읽어봤다. <존 윅2>보다 조금 더 다양한 액션이 나오긴 하지만, 스턴트쇼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이야기가 대다수다. 무엇보다 키아누 리브스의 격투 솜씨가 총기 다루는 솜씨에 미치지 못 하는 게 너무 눈에 들어온다는 게 중론이더라. 보고 싶어서 끓어오르던 마음이 팍 식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극장을 찾아가서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스턴트쇼를 보고 싶진 않다. <존 윅3>는 집에서 블루레이로 편하게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