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감독판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더 살벌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야 재미있게 본 사람이 바보 취급 당하고 마는 게 일상이지만, 미국엔 <배트맨 대 슈퍼맨> 감독판에 대한 대단히 보기 괴로운 논쟁이 이어졌다고 한다.
<저스티스 리그>의 잭 스나이더 판본을 요구하는 잭 스나이더 팬덤의 응집력도 상당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보이 그룹 팬덤처럼 집단 행동에 능하고, 이곳저곳에서 싸움질하느라 민폐 끼친 팬이 많은 모양이라 이미지가 마냥 좋진 않다. 일개 감독에게 이런 유형의 팬덤이 붙는 건 드문 일이라서 저쪽에서도 신기하게 본다던가.
미국 쪽에 저렇게 열정적인 팬들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나 기타 다른 나라들에 잭 스나이더의 팬이 드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잭 스나이더의 영화는 감독판, 확장판이 오리지널인데, 이것들은 미국을 비롯한 한정된 지역에만 출시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선 '<왓치맨> 감독판'이란 마스터피스를 정식 루트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판 블루레이를 아마존으로 직접 구매하는 나 같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거고, 3시간이나 되는 낯선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로 받아서 본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할 거다. <써커 펀치>야 말할 것도 없고.
따라서 우리나라에 잭 스나이더의 팬이 늘어날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다. 오히려 사방팔방에서 '왜 그런 감독을 좋아하느냐?' 혹은 '왜 그딴 쓰레기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식의 취좆을 당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잭 스나이더 영화의 감독판을 모아 상영하는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잭 스나이더 역시 참여해서 감사를 표하고 <저스티스 리그>가 원래 어떤 내용인지 짤막하게 언급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자신만의 영화 철학을 이어갈 거냔 질문에 "그러길 바란다."라고 말한 뒤 아내인 데보라 스나이더에게 "희망을 가져도 되겠죠?"라고 물었다. 데보라 스나이더는 잭 스나이더의 영화 대부분을 프로듀싱한 인물. 잭 스나이더완 달리 지금도 DC 영화 프로듀싱에 전면 협력하는 중이다. 덕분에 팬들은 아직도 <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판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