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써커 펀치>를 잭 스나이더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다 해본 영화라 생각한다. 기획, 제작, 각본, 감독 전부 다 담당한 만큼 틀린 말은 아니다. 반쪽 짜리인 극장판이 아닌 <써커 펀치> '확장판'은 분명히 잭 스나이더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본 영화가 맞다.
'감독판'도 아니고 '확장판'인데 극장판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감독판이든 확장판이든 그냥 오리지널을 보여주고 싶어한 잭 스나이더의 네이밍일 뿐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개봉하기 전에 이미 CG까지 완성되어 있었던 <배트맨 대 슈퍼맨>의 오리지널 버전은 '감독판'이 아니라 '얼티메이트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나왔다. 감독판, 확장판, 얼티메이트 에디션 이런 거 전부 '오리지널'의 마케팅용 네이밍일 뿐이다.
<써커 펀치>는 그런 잭 스나이더의 극장판 중에서도 가장 편집이 이상한 영화다. 기획, 제작, 각본, 감독을 다 했지만, 최종 편집을 마음껏 못 했던 잭 스나이더의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질 지경. 영화에서 내내 최종 빌런으로 '하이롤러'가 언급되는데, 정작 극장판에선 이 하이롤러가 나오질 않고 확장판에서만 나온다. 게다가 주인공이 하이롤러와 나누는 대화는 <써커 펀치>의 주제와 핵심 내러티브가 담겨 있다.
그렇게 중요한 장면을 삭제한 이유는 등급이다. R등급으로 제작된 영화를 PG 등급으로 만들기 위해 액션 장면을 듬성듬성 잘라냈고(피가 나오는 장면을 대부분 잘라냈다.), 영화의 배경이 '창녀촌'이란 게 대놓고 드러나지 않도록 싹둑싹둑 잘라냈다. 그 중요하고 중요한 하이롤러와의 대화씬이 삭제된 것도 그 상황이 성매매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쪽 짜리 영화를 개봉한 것에 대해 잭 스나이더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을 듯하다. 스페셜피처였는지 인터뷰였는지 코멘터리였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극장판 역시 자신이 편집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확장판 역시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