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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소니 판권이란 걸 잊지 말자

즈라더 2019. 5. 17. 06:00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걱정이 생겨났다. 무언가 '선'을 긋는 느낌. 섞이지 않는 느낌. 쉽게 말해서 '난 마블이 아니라 소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묘한 위화감에서 온 걱정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


흥행에 성공한 베놈 (배가놈 아님)


 스파이더맨은 소니의 컨텐츠다. 구체적인 판권 사항은 알 수 없지만, 소니가 망하지 않는 이상 마블이 스파이더맨을 찾아오는 게 불가능하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니는 신의 한 수라 불리는 계약을 맺는다. MCU에 스파이더맨을 출연시키는 대신 스파이더맨 스탠드 얼론 시리즈의 제작을 마블이 한다는 내용이다. 제작비를 소니가 지급하고 수익도 소니가 가져가며 제작만 마블이 하는 식이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 제작 능력과 MCU라는 뒷배를 타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부활시키려는 소니의 꼼수라 할 수 있다. 마블로선 MCU에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출연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 당장은 괜찮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스파이더맨이란 캐릭터를 키워서 소니에게 돌려주는 꼴이 되므로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게 된다. 


페이즈3의 마지막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었다. 그럼 페이즈4는?


 이런 상황을 주지하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정보를 살펴보면 묘한 구석이 여럿 나온다. 먼저 예고편 속에서 피터 파커는 쉴드를 비롯한 MCU의 등장인물과 엮이는 걸 꺼린다. 닉 퓨리가 직접 전화까지 하는데 받지 않다가 결국, 끌려가는 형태가 되는 데다 그렇게 합류해서 만나는 인물은 미스테리오. 원작에서 악역인 미스테리오가 스파이더맨의 조력자로 나오고 '멀티버스'에서 온 존재임을 밝힌다. 생각해보자. 때론 '왔다'와 '간다'가 거의 동일한 의미일 수 있다. 미스테리오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면 스파이더맨 역시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인 톰 홀랜드는 영화에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톰 홀랜드의 언급을 듣고 나서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피터 파커가 어벤져스를 비롯한 MCU의 일원이 없는 멀티버스로 끌려가는 것 아닌가하는 추측. 하필 타이밍이 딱 맞게 소니 측에서 '소니 마블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유니버스를 만들 정도로 히어로가 많지 않을 거란 예상과 다르게 폭스의 엑스맨과 마찬가지로 소니 역시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빌런, 히어로가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소니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로 '멀티버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 시험까지 마쳤다. 피터 파커가 멀티버스로 넘어가는 건 절대 불가능한 결말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마치고 여러 영화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나와 완전히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다. 보편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추측인 셈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역대 최고의 스파이더맨 소리까지 들었다. 멀티버스가 성공의 걸림돌이 아닐 수 있다는 예시다.


 스파이더맨이 소니의 히어로라는 걸 되새길 필요가 있을 듯하다. 스파이더맨으로 막대한 돈을 끌어모았던 소니가 스파이더맨 판권을 그렇게 쉽게 내줄 리 없고, MCU로부터 뜯어낼 수 있는 건 전부 뜯어내서 소니 마블 유니버스에 연결시킬 게 분명하다. 소니 마블 유니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당에 그 안에 스파이더맨이 없을 순 없다. 지금 소니의 유일한 걸림돌은 톰 홀랜드의 계약이 한 편 밖에 안 남았다는 것 정도. (톰 홀랜드는 팀업 3편, 스탠드 얼론 3편으로 계약했으므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이후엔 스탠드 얼론 1편이면 계약이 끝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죽은 아이언맨의 뒤를 스파이더맨이 이어갈 수 있을 거란 MCU팬들의 희망은 확실하게 이뤄질 수 없다. 디즈니에서 돈을 퍼부어줘서 느슨하게라도 MCU와 소니 마블 유니버스를 동일 세계관으로 오갈 수 있게 연결하거나, 아예 소니를 인수하지 않는 한 스파이더맨은 소니로 돌아갈 것이다. 전에 마블팬들 중 <베놈>의 실패를 간절히 바라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베놈>이 실패하면 소니 마블 유니버스가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던가. 딱히 MCU의 스파이더맨에 만족하지 않아서 '왜 저래'란 생각을 했었는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난 지금에 와선 이해가 간다. 이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라는 양대산맥을 잃은 마당에 기껏 수혈한 새로운 피, 스파이더맨이 떠나갈 수도 있으니까. 


 마블도 고민이 많은 게 눈에 보인다. <블랙팬서>와 <캡틴 마블>이 흥행엔 성공했어도 남녀노소, 피부색 가리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데 실패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감독인 제임스 건의 페도필리아 문제 때문에 아주 위태하다. 토르를 가디언즈에 합류시킨 게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토르의 인기로 가디언즈가 받은 타격을 복구하고, 새로운 히어로들이 자리를 잡기까지 간판 스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