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및 정보

최종병기 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즈라더 2019. 6. 27. 12:00

 블루레이들을 뒤적이다가 <최종병기 활>이 눈에 걸렸다. 생각해보니 이 타이틀을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6년 전이다. 세상에 네상에.


 <최종병기 활>은 날렵하게 잘 빠진 영화다. 이런 유형의 사극, 그것도 체이싱 영화가 잘 빠진 경우가 없었기에 주목할 만하다. 물론, <아포칼립토>란 선배 영화의 지대한 에너지를 마음껏 흡수해 감출 생각도 없이 드러냈으니 마냥 칭찬할 순 없다. 마이너 카피라고 해도 틀리지 않으므로 오히려 가열차게 비판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즉, 재미있는데 칭찬할 수 없는 유형의 영화다. 중간 중간 괴상하고 오글거리는 대사와 눈이 어지러운 오버랩 기법이 섞여 있어서 피곤하단 점도 있고.



 <최종병기 활>의 프로덕션 제목은 <활>이었는데, 끝내 '최종병기'를 붙인 걸 누군가가 그리 내켜하지 않은 모양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살펴보면, <최종병기 활>이란 제목을 스쳐지나가듯 1초 정도 보여준 뒤, 오프닝 마지막에 공을 잔뜩 들인 CGI로 <활>이란 글자를 휘갈긴다. 누가 봐도 <활>이 진짜 제목임을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전통활에 대한 영화적 과장과 축소가 번갈아가며 나오는 영화라서 '최종병기'란 묘사가 안 어울리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 <활>이란 제목에 집착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최종병기 활> 블루레이는 스틸북에 멋지게 담겨 출시되었음에도 아주 오랜 기간 품절되지 않고 돌아다녔다. 수요 예측에 실패해서 재고가 남았던 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블루레이 유저의 불만을 샀던 것도 꽤 크다고 생각한다. 이 타이틀엔 극장판과 확장판이 함께 들어있는데, 극장판만 블루레이 디스크에 담고 확장판은 디비디 디스크에 담아두었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곤하나, 블루레이 유저의 눈에 마냥 내키는 상황은 분명히 아니었다. 확장판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또 모를까, 확장판이 뻔히 있는데 그걸 디비디로만 보라는 건 반갑지 않은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