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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55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제임스 카메론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에 이어 의 각본과 제작을 담당했는데, 의 경우엔 단순히 각본과 제작만 담당한 게 아니라 편집에 엄청난 간섭을 했다고 스스로가 고백했다. 심지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자신의 의견에 순순히 따라준 반면 팀 밀러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며 극과 극의 감독 스타일을 체험한 사실에 유쾌해하더라. 연출권과 편집권을 두고 제작자와 이를 악물고 싸웠던 자신의 과거를 까마득히 잊은 것일까? 그나마 다행인 건 팀 밀러 감독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각본 작업 과정에서 나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이디어들을 칼 같이 잘라내어 연출권을 사수한 점이다. "내 터미네이터는 그렇지 하지 않습니다." 였던가. 이마저도 아니었다면 팀 밀러 감독은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다 자기 영화를 세상에 ..

그저 빈 디젤 스타일, 트리플 엑스 리턴즈

딱 1년 만에 를 봤다. 참 엉뚱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쇼를 위한 억지를 늘어놓는다. 그래놓고 그 수많은 억지를 용서하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볼 거리 많으니까 그럼 된 거 아니냐면서. 는 와 궤를 같이 한다. 시리즈에서 '가족'을 '트리플 엑스'로 바꾸면 딱 맞아떨어진다. 질펀한 여자 문제만 적당히 정리하면 스핀오프라고 해도 믿겠다 싶을 정도다. 극의 분위기 측면에선 분명히 보다 가 란 이름에 더 어울린다. 볼거리는 기가 막히게 많다. 바다 체이싱 장면부터 견자단의 원맨쇼, 짜릿한 마지막 탈출씬으로 액션을 수놓고 디피카 파두콘과 니나 도브레브란 핫한 여배우로 눈을 호강케한다. 꽤나 억지스럽게 크리스 우를 출연시킨 덕에 여성의 눈을 즐겁게 해줄 배우도 존재한다고 할 법하다. 유치찬란하고 황당하긴해도 ..

영화/리뷰 2020.06.12

무리수 없이 짭짤하다, 영화 극한직업 블루레이

길고 긴시간이 흘러 나온 일반판 블루레이를 감상. 한정판을 프리오더하는 걸 잊어버리는 바람에 일반판으로 구매하느라 블루레이 감상이 늦어졌는데(블루레이의 무덤 대한민국에선 한정판이 품절되고 한참 지나야 일반판님께서 살그머니 머리를 내미신다), 그냥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VOD 감상이 딱 1년 전이었으니까. 재감상에 1년 텀은 딱 적절하다. 은 깔끔한 영화다. 이병헌 감독의 장은 코미디에 무리수가 없다는 점이고, 이게 에서 제대로 발휘되었다. 일종의 만담 같은 대사를 이야기에 끼어넣는 식으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쫓기만해도 피식 웃어가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빵빵 터지는 사건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걸 바라는 사람에겐 안 맞겠지만, 거기에 얽매여서 온갖 무리수를 두는 한국 코미디들이 많았기에 과 같은 영화..

요원해보이는 중동의 평화, 영화 킹덤 리뷰

백만년 만에 블루레이를 감상했다. 매혹적인 영화다. 사우디 아라비아로 건너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만, 본격적으로 사우디 경찰과 함께 수사를 시작하면 그 억지를 잊게 될 것이다. 영화의 촬영도 흥미로운데, 마이클 만 영화 특유의 질감에 마이클 베이 영화 특유의 워킹을 더한 방식으로 제작 당시만 해도 굉장히 신선했었다. 본래 과 은 마이클 만의 프로젝트였다가 애제자(?)인 피터 버그에게 넘어간 경우다. 마이클 만 감독은 두 영화의 제작자로 나서서 피터 버그를 지원해줬는데, 덕분에 두 영화의 총격씬은 초보 감독에게 어울리지 않다 싶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의 총격씬은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밀리터리 영화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만큼 뛰어나므로 시가전을 좋아함에도 아직 을 보지 않았다면, 일단 만세를 먼저 외치고 영..

영화/리뷰 2020.06.02

실패한 대규모 실험, 영화 제미니 맨

역시 흥미진진하게 실패하는 영화다. 거장 감독의 옹고집이 느껴진다. 은 120fps가 얼마나 멋진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안 감독의 자학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안 감독이 으로 얼마나 120fps 촬영을 알리고 싶어했는지는 이야기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가 모호한 감정에 집중되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영화였다면, 은 아주 쉬운 전개, 아주 쉬운 액션, 아주 익숙한 설정을 취해 작정하고 120fps에 헌신한다. 이번엔 아주 쉽게 만들었으니까 120fps를 속편하게 느껴보라는 것이다. 은 쉬운 이야기를 깔아놓고 120fps에 딱 알맞은 액션으로 수놓았다. 120fps에 맞춰진 롱테이크 촬영 탓에 둔중한 몸놀림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했던 배우들은 꽤나 억울하지 않을까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멕시코 배경, 넷플릭스 익스트랙션

넷플릭스가 크리스 헴스워스를 데려다 야심차게 만든 영화 . 마이클 베이 감독, 라이언 레이놀즈의 와 함께 상반기 넷플릭스의 주력 상품이었다고 한다. 영화 자체는 대단히 심플한 편이다. 무언가를 잃고 상실삼에 사로잡혀 자살미션을 거듭하던 용병이 '마약왕의 아들'이란 모호한 포지션에 있는 인물을 구출한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그렸다. 분위기는 이 익숙한 설정에 걸맞도록 묵직하게 꾸며놨으나 정작 그 우여곡절과 아이러닉함에 깊게 파고 들지 않아서 가벼운 오락영화 이상이 되긴 어려울 듯하다. 결국, 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얼마나 멋진 액션을 담고 있느냐가 될 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락적 요소는 합격이다. 미어터지는 방글라데시의 시가지에서 좁고 좁은 공간을 헤집고 다니며 벌이는 격투, 총격씬은 상당히 놀랍다. 특히..

영화/리뷰 2020.05.25

미국의 현주소를 말하다, 엔젤 해즈 폴른

영화 은 제라드 버틀러의 자소서 같은 영화다. 팔팔하게 살아숨쉬는 근육과 현란한 몸놀림으로 '디스 이즈 스파르타!'를 외치던 때로부터 14년. '폴른 트릴로지'의 앞선 두 편에서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적을 압도했던 제라드 버틀러의 모습을 에선 볼 수 없다. 잔뜩 살이 찐 데다 부상을 안고 사는 노장. 어떻게 현장에서 은퇴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서글픈 노장이 미래와 과거의 경계,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은 미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과 이제 더는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미국. 두 미국이 대립해서 '시빌워'를 벌이는 게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에서 마이크 배닝과 트럼불 대통령의 대화는 대체로 이야기의 흐름과 깊게 얽히지 않고 뜬구름처럼 느껴지는데, 결말..

드디어 공개되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폭풍 간지

드디어 HBO MAX에서 의 스나이더컷을 공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려 3년이나 되는 시간, 수십 만 명의 팬들이 서명하고 모금해가면서 추진해온 게 결실을 맺은 것. 잭 스나이더로부터 스나이더컷이 존재한다는 게 컨펌된 지도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 우리는 정말로 의 스나이더컷을 볼 수 있게 되다. 그런데 스나이더컷의 제목이 놀랍다. 스나이더컷, 혹은 디렉터스컷이 아니라, "" 폭풍간지. 잭 스나이더컷이 아니라 잭 스나이더 OWN. 제목을 아예 이렇게 지어버리는 건 전대미문이 아닐는지. 현재 알려진 분량은 214분이다. 잭 스나이더가 필름통을 공개하면서 밝혀진 사실인데, 지금 이 214분 짜리를 그대로 공개하느냐, 추가 촬영을 해서 6회분 드라마로 만드느냐를 두고 고민 중이라는 모양이다. 어쨌든 우린 이..

좀비랜드: 더블 탭, 10년이란 세월의 힘

그냥 엠마 스톤을 보고 싶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엠마 스톤의 비주얼은 충격이라 할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비영화가 보고 싶었다. 최근 며칠 동안 핏물 가득하고 사지가 찢겨나가지 않는 영화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답안은 나와있다. . 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간단한 리뷰를 남긴 것도 최근이지만,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어쩌겠나. 게다가 VOD는 좌우를 잘라서 1.78:1로 만들어놓았던 탓에 제대로 봤다고 하기도 뭣하다. 블루레이 만세. 은 참 감동적인 영화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2009년에 제작된 영화의 속편이 출연진 그대로 10년 만에 만들어졌다. 보통은 이렇게 속편이 제작되기까지 긴시간이 흐르면, 배역 중 상당수가 바뀌거나 캐릭터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 일..

미국의 상징들이 산장에 모여 티키타카, 헤이트풀8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라면 화려한 편집조차 없이 대사 하나로만 극에 긴장감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은 그런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가 극대화된 경우로, 어쩌면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본 영화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그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는 오로지 대사만으로 극을 살벌하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곤 했는데, 의 펍씬이나 의 연회씬이 대표적이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카리스마를 뽐냈던 두 장면은 따로 떼어놓고 단편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큼 기승전결이 완벽하기도 하다. 은 2시간 50분에 육박하는 플레잉타임 전체를 언급한 두 장면과 같은 방식으로 꾸며놓았다. 은 오하이오의 거친 눈폭풍 탓으로 산장(정확히는 산중턱의 잡화점)에 갇힌 이들이 오로지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이거로 충분치 않았던 걸까?

은 참 급하다. 더 차분하게 감정을 이끌고 갈 수 있었던 것들, 더 디테일하게 구성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무작정 축약해서 날려버렸다. 감정선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기어이 튕겨져 나간다. 오락적 쾌감만 따진다면 은 합격점이다. 영화는 실제 역사 속 드라큘라의 행적을 반영해서 몇 차례의 전투를 그려냈는데, 그 중 드라큘라 혼자서 1000명을 상대하는 장면이나 박쥐 군대로 적군을 내려치는 장면 등 기가 막히게 멋진 순간에 여럿 보인다. 만약, 영화가 차분하게 감정을 쫓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면 이 멋진 장면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는 개봉 당시 여러 평론가가 일제히 지목한 것으로, '급하지만 않았더라면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움을 내포한 if 놀음이 이어졌다. 은 본래..

격투 액션을 원한다면, 영화 히트맨: 에이전트47

동명의 유명 게임을 원작 삼은 은 티모시 올리펀트 버전의 보다 오락적인 완성도, 플롯이 뛰어나다. 전작이 쓸데없는 장면에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정작 히트맨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면, 은 적어도 쓸데없는 장면은 없다. 특히 격투씬의 디자인이 상당히 좋은데,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예산 안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해냈다고 생각한다. 다소 산만한 구도와 편집 속에서도 묵묵하게 빛을 확실하게 발하고 있다. 티모시 올리펀트의 이 눅눅하고 핏물 가득한 100% R등급 영화였다면, 은 다소 가벼운 대신 화려한 액션을 추구한다. 그래서 가볍게 즐길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 은 합격점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영화의 플롯을 칭찬할 수는 없다. 티모시 올리펀트의 보단 낫다는 거지, 잘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리뷰 2020.05.04

영상에 수록된 색색한 모호함, 영화 달콤한 인생

지금은 걸작 느와르로 평가받는 이지만, 개봉 당시 혹은 직후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그 순간'이 영상 내러티브로 담겼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대중은 '영상 내러티브'를 후대에 가서야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이 특히 그랬고, 현역 중에는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다. 마이클 만의 는 도입부부터 통째로 영상 내러티브를 활용하면서 끔찍할 정도로 안 좋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토니 길로이 감독이나 잭 스나이더 감독과 같은 이들도 영상 내러티브로 매번 욕을 얻어먹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라는 2010년대의 마스터피스를 완성시키고도 그가 지루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에서 '왜 그랬나?'라는 질..

영화/리뷰 2020.05.01

성공적인 짜깁기, 넷플릭스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

를 두고 '여러 SF 영화들을 괜찮게 짜깁기한 결과물' 정도로 언급하려고 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자아 반전을 핵심으로 삼은 SF에서 새로운 컨셉을 파생해내기 어려운 시대다. 외계인, AI 등 인간을 상회하는 지능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생겨난 시점부터 헐리우드는 장대한 시간 동안 창의력을 한계를 드러내게 할 만큼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그러므로 를 '짜깁기'라고 평가한다면 억울할 듯하다. 게다가 꼭 짜깁기라고 욕하더라도 이 영화는 꽤 괜찮은 모조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넷플릭스에서 괜찮은 SF 스릴러물을 찾는 이의 대부분을 만족하게 할 작품이다. 저예산으로 인한 규모나 반전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후속작으로 잘 연결만 된다면 열심히 기다려볼 생각이 있다. 한정된 공..

영화/리뷰 2020.04.29

영화 <저지 드레드> 리미트 없는 R등급 액션

의 원작 만화를 안 본 입장에선 영화를 볼 때마다 을 떠올리게 된다. 세계관과 도입부를 제외하면 와 은 플롯뿐 아니라 공간까지도 닮아 있고, 그래서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 훨씬 나은 영화라 생각한다. 를 처음 보고 단평을 남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김없이 의 팬이 들어와서 '그다지 닮지 않았다' 혹은 '촬영은 2012년에 했어도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에 이 표절한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그러나 디테일한 우여곡절을 알 도리가 없는 일반인들끼리 뇌피셜로 어느 게 더 먼저인지 따지는 건 우스운 일. 결과론일 지라도 어쨌든 어느 영화가 더 낫나야 비중을 둬야 하는 일 아니겠는가. 또한, 내가 을 더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를 재..

영화/리뷰 2020.04.25

영화 <존 윅3: 파라벨룸> 화끈한 무협영화

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스턴트 쇼를 펼쳐냈던 와 달리 은 분명히 발전한 영화다. 블루레이로 또다시 감상하고 나니 그게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워낙 스턴트의 분량이 많다 보니까 동작이 반복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그 지긋지긋한 동작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걸 보기란 여간 괴로운 게 아닌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는 실패작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스레 에 대한 개인적 기대치가 폭락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은 다채로운 무기를 활용해서 그 구태의연한 스턴트를 해결했다. 다양한 종류의 나이프, 둔기, 말, 개, 일본도, 다양한 종류의 총, 오토바이 등 기발한 무기들이 잔뜩. 덕분에 보는 내내 '이번엔 무슨 무기를 쓸까'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런 스턴트를 더욱 멋지게 살려내는 게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 특히..

영화 <크롤> 여자 밝히는 악어 퇴치기

, 로 화려하게 자신의 연출 철학을 펼쳐내더니 와 로 코미디와 미스테리까지 섭렵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최신작 블루레이를 봤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에 카야 스코델라리오인데 한참 전에 구매해놓고 이제야 감상하다니, 카야 스코델라리오에 대한 내 팬심도 많이 식었나보다. 이 장르, 저 장르 계속 건드리면서 은근히 연출 철학이 확고하다는 걸 드러낸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을 만들면서 그간 쌓아온 경험치로 레벨업을 달성한 것 같다. 영화는 아주 짧은 컷, 짧은 대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그걸 요리하는 감독의 실력 덕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히 전달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영상 내러티브는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다. 완벽하다. 가장 중요한 서스펜스부터 영화의 줄기가 되는 패밀리즘까지 무엇하..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이병헌 헐리우드 도전의 시작

이병헌의 헐리우드 데뷔작인 . 그다지 큰 역할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엄청 큰 역할이라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심지어 속편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역할 중 하나다. 이병헌은 이후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그다지 인상적인 역할을 맡지 못 하고 까지 캔슬되면서 한국에 완전히 복귀했다. 은 휘몰아치는 영화다. 올드한 감성 탓에 유치찬란함 한가득에 VFX 퀄리티가 처참해서 마치 저예산 3D 애니메이션처럼 보일 때도 많지만, 이 정도로 휘몰아치는데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영화는 드물다. 아쉬운 점이라면 중반부 파리 시퀀스가 워낙 훌륭해서 클라이막스를 묻어버린다는 것 정도. 잘 만들었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가볍게 즐길 킬링타임 영화론 나름대로 해내는 영화다. 팀의 홍일점을 맡..

영화/리뷰 2019.10.14

곽철영 드립이 흥해서 다시 본 타짜

요새 하도 곽철영 드립이 흥하길래 필 받아서 블루레이를 꺼내봤다. 을 본 직후에 연달아 본 거라 피로감이 장난 아님에도 끝까지 몰입해서 봤다. 역시 대단한 작품이다. 이것저것 할 이야기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딱히 할 말이 없는 걸 보아 이미 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충분히 내뱉었던 모양이다. 35mm 필름 그레인과 조명 관용도가 매혹적이란 것 정도만 떠오른다. 필름 영화의 즐거움은 블루레이 유저의 특권이다. VOD는 비트레이트가 낮은 탓에 필름 그레인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하고 영상이 지저분하게 깨진다. 물론, 블루레이라해도 대충 만든 녀석은 비트레이트가 낮아서 VOD와 다를 바 없지만. 블루레이는 열심히 뒤적이면 중고, 어쩌면 신품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한 번 시도해보시길.

영화/리뷰 2019.10.12

알리타: 배틀 엔젤, 영화였기에 끌어낼 수 있는 호응

영화는 마냥 스토리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읽으면 10분도 안 될 법한 스크립트를 가져다가 2시간 짜리 영화를 만들기도 하는 마당에 스토리가 제일 중요하다느니 하는 비판은 '종합 예술'인 영화에 있어서 가장 엉뚱한 지적이 된다. 이 뜻밖의 팬덤을 생성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 스크립트의 볼륨에 비해 플레잉타임이 엄청나게 짧은 영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시간 이하의 플레잉타임을 바라는 대중의 뒤통수를 대놓고 후려치는 양반이다. 그의 스크립트는 아무리 축약해도 2시간을 반드시 넘겨야 정상적인 전개가 가능하며, 역시 그런 그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 10분을 방대한 액션에 감정 묘사까지 더해서 30분 정도로 펼쳐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 감독은 제임..

영화 <안나> 노빠꾸는 좋은데 너무 대충 찍었어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어느 영리한 여성을 스파이 버전으로 꾸며낸 . 이미 자신 만의 세계로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뤽 베송의 신작이다. 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법한, 무언가에 심취한 작가주의 감독의 노빠꾸 질주가 에도 담겨있다. 이번에 뤽 베송이 심취한 건 사샤 루스라는 배우다. 의 예고편은 마치 처럼 꾸며졌는데, 영화 자체도 다소 닮아있다. 냉전에 벌어진 스파이 사이의 밀고 당기기와 삼중으로 장치한 트랩까지 어쩌면 의 영향을 받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차이점이 있다면, 살벌했던 냉전이 이제와선 찬란한 대중문화의 여명과 겹쳐, 낭만의 시대로 여겨진다는 점에 착안했던 게 고, 고통스럽던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하류 인생 끝자락에서 불구덩이에 빠져야 했던 인민의 지옥 탈..

영화/리뷰 2019.10.10

<런어웨이> 법정 하이스트 무비라고 해야 할까

법정영화로 알려져있지만, 는 '법정영화'라는 장르의 모호함과 광범위함을 고려하더라도 그 안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총기사고와 그 책임 여부를 따진다는 걸 제외하면, 사건의 디테일이나 법적 공방의 핵심 요소를 겉핥기 식으로 처리한다. 는 법정영화가 아니라 배심 제도를 소재 삼아 만들어진 하이스트 무비에 가깝다. 는 결말을 초반에 대체로 알려주고 가는 영화다. 대체 왜 이렇게 대놓고 드러내나 싶을 때마저 있는데, 이는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영화는 주요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째로 맥거핀처럼 활용해서 그런 초반의 확신을 뒤흔드는데 주력한다. 감상자가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게 유도하는 건 하이스트 무비의 일상다반사(라기보다 주된 목적)긴 하지만, 는 완벽하게 짜여진 작전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과, 법정 공방이라는 ..

영화 오페라의 유령 2004, 에미 로섬 만으로 성립한다

내게 에 대한 이미지는 아주 희미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은 엉망진창인 번역 탓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2000년대에 봤던 뮤지컬 은 기억에 음악만을 남겼고, 뮤지컬을 영화화한 은 기억에 에미 로섬의 미모만을 남겼다. 영화 블루레이를 구매한 건 2004년 당시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최근 들어 재평가받는 광경을 봤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놀라울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분명히 그리 잘 만든 영화는 아닌 거로 기억하는 터라 뜻밖의 광경에 다소 당황했던 것. 확인해보고 싶었다. 영화를 다시 본 결과, 여초 사이트의 호평은 어디까지나 원작 뮤지컬에 대한 환상이 영화에 덧씌워졌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은 15년 전의 영화라는 걸 고려하더라도 그다지 잘 만든 영화가 아니..

영화 <엑시트> 드립 가득한 단평

엔스토어에서 받은 걸 보다가 이걸 블루레이로 구매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부의 화질은 꽤 괜찮지만, 암부는 누군가가 똥칠이라도 했는지 엉망진창인 게 꼭 내 인생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블루레이 시장은 변화무쌍해서 흥행에 성공해도 블루레이로 나올지 어떨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블루레이 나올 수 있게 우리 소녀시대 덕후들이 일코를 해제하고 촛불시위를 해야 할 때다. 블루레이 안 내놓으면 일본애들이 촛불시위 비하하고 날조한 내용 그대로 폭력 시위를 해볼까 한다. 윤아의 입에서 나온 ''개새끼"를 HD 사운드로 들을 생각에 벌써 설렌다. 윤아가 개새끼라고 하면 토끼새끼도 개새끼 만들어야지 아무렴. 900만 명 동원한 한국영화에서 제일 심한 욕이 개새끼라니 이거 너무 신선한 거 아니냐고..

영화/리뷰 2019.10.04

<이스케이프 룸> 재미는 있는데 밋밋해

을 방탈출 게임의 하드코어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밀실 탈출 스릴러로선 나름 현대화(?)를 한 셈인데, 아쉽게도 상하가 바뀌는 방까지만 신선했다. 그 신선함도 민폐 캐릭터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열심히 서로를 위해가며 탈출하는 파티원들은 탈출 자체보다 민폐 캐릭터와 전투를 벌이는데 집중했던 그간의 여러 영화보단 훨씬 낫다. 그러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문제가 노출된다. 복선만 깔아두고 별다른 움직임을 안 보이던 캐릭터가 느닷없이 본색을 드러내며 허탈하게 하고, 밝혀진 사건의 실체는 진부하다 못 해서 일본만화 어딘가에서 수천 번은 본 것 같은 기시감으로 도배를 했다. 한편, 을 보게 한 결정적 이유인 데보라 앤 월은 그녀 특유의 신 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 하고 낭비되었다. 그녀를 엉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스페이스 오페라의 실패 이유

우리나라에서 , , 등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기대보다 흥행하지 못 하는 이유가 뭘까 했는데, 문득 극장 문화를 주도하는 게 여성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이 싫어하는 장르를 극장 데이트 코스로 선택받을 리가 없는 것. 근래 여성들이 모이는 사이트 몇개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걸 봤다.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이 아니면 대체로 반응이 싸늘했다. 이유는 회원마다 달라서 정리할 수가 없었다. 유치하다거나 지루하다거나 어지럽다거나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아 그냥 성향부터가 안 맞는 것 같다. 다만, 유치한 것을 넘어 촌스럽다는 생각엔 주목할 만하다. 마블민국이라 불릴 만큼 마블 사랑이 대단한 한국에서 가 거둔 아쉬운 성적을 보면, 그 촌스럽다는 감각이 꽤 큰 역할을 한 듯하다. 개..

어벤져스: 엔드게임 블루레이가 진리다

일반 극장부터 수퍼S관, VOD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감상한 .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블루레이를 통해서 감상할 때 제일 즐거웠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액션의 디테일 등 그간 안 보이던 것들이 잔뜩 보이는데, 새로운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졸음을 참아가면서 봐야 했던 VOD를 떠올리면, 화질이 감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기존 디즈니가 출시한 마블 영화의 평균치 수준임에도 그렇다. 프로페서 헐크의 안경이 사물을 왜곡하는 게 눈에 띌 정도고, 스티브 로저스가 투블럭 올백 스타일이라는 것도 눈에 띈다. 장대한 촬영 기간 내내 근육을 유지할 수 없어서 홀쭉해진 크리스 에반스의 모습도 간간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배우들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사이드 이펙트> 루니 마라의 신들린 핸들링

경쾌하게 달려가는 스릴러를 만드는 감독 중엔 스티븐 소더버그가 최고고, 그는 밀고 당기기에 능숙하다 . 가끔 그 템포를 위해서 많은 걸 포기하기도 하는데, 그걸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역시 그런 전형적인 소더버그의 영화다. , 으로 확립된 소더버그의 심플한 연출 철학은 지루하거나 밋밋해질 위험성이 있다. 이를 커버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의 경우는 루니 마나의 연기를 써먹었다. 정말 우울증에 시달려 죽어가는 사람처럼 연기하는 그녀의 핸들링에 따라 영화는 훌륭하게 춤춘다. 영화의 중간부터 루니 마라라는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녀는 분명히 에밀리였으니까. 루니 마라가 쥐고 있던 바톤이 주드 로에게 넘겨지면서 는 젠틀한 정신과 의사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필요한 만큼 전개한다. 이..

영화/리뷰 2019.09.24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이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갑자기 머릿속에 의 장면들이 떠올라서 고민하다가 그냥 감상했다. 다른 영화는 몰라도 이 영화는 블루레이 구매하고 제대로 뽕을 빼는 듯. VOD로 봤으면 수십만 원은 깨졌을 거다. 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마지막 걸작이라 생각한다. 대체해주길 기대했던 는 너무 많은 걸 공란으로 비워뒀고, 그 공란을 채우고 유종의 미를 거둘 거라 여겼던 은 3시간 짜리 팬서비스 영화로 전락했다. 는 정치적이고 처절한 히어로 영화의 마지막 주자기도 하다. 정치적인 건 의 바톤을 이어받았고, 처절함은 의 바톤을 이어받았다. 이후에 이 영화보다 훨씬 좋은 히어로 영화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처럼 정치적인 소재와 처절한 사투를 그린 히어로 영화가 나올 것 같진 않다. 본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제외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리뷰 2019.09.22

디즈니 플러스에 JTBC, CJ ENM까지 OTT 경쟁엔 끝이 없다

현재 OTT 서비스의 왕좌에 앉아 있는 건 넷플릭스다. 훌루,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프리미엄 등은 아직 한참 멀었고, 연말에 시작되는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상대로 꼽히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 상황을 오래 전에 예지한 듯, 자사의 약점을 파악해 보완하려 노력해왔다. 그 약점이란 오리지널 컨텐츠의 부족. 넷플릭스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영화와 방송들은 대부분 다른 회사가 판권을 일시적으로 넘겨준 것들이고, 언젠가 넷플릭스의 손을 떠날 게 분명했다. 4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컨텐츠 제작에 투자한 건 다 그런 이유다. 물론, 그런 노력에도 이미 쌓여있는 컨텐츠만 어마어마할 디즈니 플러스를 맞상대하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즉, 디즈니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내후년엔 왕좌의 주인이 바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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