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피라냐 3D>로 화려하게 자신의 연출 철학을 펼쳐내더니 <혼스>와 <나인스 라이프>로 코미디와 미스테리까지 섭렵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최신작 <크롤> 블루레이를 봤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에 카야 스코델라리오인데 한참 전에 구매해놓고 이제야 감상하다니, 카야 스코델라리오에 대한 내 팬심도 많이 식었나보다.
이 장르, 저 장르 계속 건드리면서 은근히 연출 철학이 확고하다는 걸 드러낸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크롤>을 만들면서 그간 쌓아온 경험치로 레벨업을 달성한 것 같다. 영화는 아주 짧은 컷, 짧은 대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그걸 요리하는 감독의 실력 덕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히 전달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영상 내러티브는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다. 완벽하다. 가장 중요한 서스펜스부터 영화의 줄기가 되는 패밀리즘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다.
단, 극단적이라 할 정도의 저예산이 발목을 잡았는지, 스릴 요소를 만드는 방식에 다소 무리수가 있다. 카야 스코델라리오처럼 깡마른 여성을 거대 악어가 물었는데 적당한 수준의 생채기만 낸다는 사실은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남자 캐릭터들은 사지가 찢겨나갔다는 점에서 악어놈도 예쁜 여자는 봐준다는 외모지상주의를 깨달을 수 있다. 영화에서 악어들은 여러 방식으로 고통받는데, 여자 밝히는 못된 악어놈이란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는 꼴이 몹시 반갑더라. 프롤로그에 보통 잘 묘사하지 않는 수영의 터닝 스핀을 굳이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했더니 악어와의 스핀 댄스를 위한 밑밥이었다. 못된 악어놈께선 여자 밝히는 걸 넘어서 카야 스코델라리오와 춤도 한 판 추신다. 죽어 마땅하다.
개인적으로 <크롤>이 15금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 자제했다곤 하지만, 뭐가 어쨌든 사지가 찢겨나가고 악어가 먹다 만 시체가 둥둥 떠다닌다.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가 <크롤>에 12~16세 연령가를 때린 거 보면 심의하는 양반들이 저해상도 스크리너로 본 탓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크롤> 블루레이는 단순히 해상력, 영상의 투명도만 따지면 역대 최고 수준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화질이 좋다. 블루레이로 본 사람들은 <크롤>의 수위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심의기관들도 블루레이로 <크롤>을 봤다면 19금을 때리지 않았을까.
이하 스크린샷은 <크롤> 한국판 블루레이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