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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이거로 충분치 않았던 걸까?

몰루이지 2020. 5. 8. 04:00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참 급하다. 더 차분하게 감정을 이끌고 갈 수 있었던 것들, 더 디테일하게 구성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무작정 축약해서 날려버렸다. 감정선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기어이 튕겨져 나간다.


 오락적 쾌감만 따진다면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합격점이다. 영화는 실제 역사 속 드라큘라의 행적을 반영해서 몇 차례의 전투를 그려냈는데, 그 중 드라큘라 혼자서 1000명을 상대하는 장면이나 박쥐 군대로 적군을 내려치는 장면 등 기가 막히게 멋진 순간에 여럿 보인다. 만약, 영화가 차분하게 감정을 쫓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면 이 멋진 장면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는 개봉 당시 여러 평론가가 일제히 지목한 것으로, '급하지만 않았더라면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움을 내포한 if 놀음이 이어졌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본래 '다크 유니버스'의 오프닝에 해당했다. MCU로 치면 <아이언맨>의 역할을 기대한 셈. 그런데 정작 영화 제작에 여유를 두고 밀어준 것 같진 않다. 극단적으로 짧은 플레잉타임이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 만족할 수 없었던 유니버설은 기획을 재부팅해서 <미이라>로 본격적인 유니버스 구성을 시도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끈질기게 밀어주는 센스가 없었던 유니버설의 실수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이 손익분기는 넘겨서 속편 이야기가 나왔던 영화였음에도 왜 포기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14년 기준으로도 드물었던 필름 촬영의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그래서 더욱 블루레이 화질에 기대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그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키는 바지만, 어떤 이유인지 액션 시퀀스에서 크롭, 확장 등으로 화면의 해상력과 색농도가 옅어지는 순간이 빈번하다. 영상이 다소 어둡기도 해서 화질이 일관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아래 스크린샷은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원본 사이즈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