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엠마 스톤을 보고 싶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엠마 스톤의 비주얼은 충격이라 할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비영화가 보고 싶었다. 최근 며칠 동안 핏물 가득하고 사지가 찢겨나가지 않는 영화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답안은 나와있다. <좀비랜드: 더블 탭>.
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간단한 리뷰를 남긴 것도 최근이지만,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어쩌겠나. 게다가 VOD는 좌우를 잘라서 1.78:1로 만들어놓았던 탓에 제대로 봤다고 하기도 뭣하다. 블루레이 만세.
<좀비랜드: 더블 탭>은 참 감동적인 영화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2009년에 제작된 영화의 속편이 출연진 그대로 10년 만에 만들어졌다. 보통은 이렇게 속편이 제작되기까지 긴시간이 흐르면, 배역 중 상당수가 바뀌거나 캐릭터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 일상다반사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가 전세계 영화제에 불려다니는 거물 배우가 되었음에도 그대로 다시 뭉친 것이다. 즉, 캐스팅의 '연속성'에서 비롯된 세월의 감동이다. 10년.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가족이 되고도 남는 시간이지.
연기파 배우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는 네 사람이 티격태격대는 것만으로 재밌다. 특히 엠마 스톤과 제시 아이센버그가 꽁냥대는 광경은 그저 신기하고 또 귀엽다. 개인적으로 <좀비랜드: 더블 탭>의 하이라이트는 백악관에서 출발한 일행이 바빌론에 도착할 때까지라고 생각한다. 오프닝이나 클라이막스의 액션씬은 겉치레일 뿐. 그들이 대화하는 것만 봐도 행복하고 즐거우니 그게 바로 하이라이트 아니겠는가.
<좀비랜드: 더블 탭>은 좀비영화임에도 새벽 감성에 딱 어울리는 영화다. 10년이란 시간에 씁쓸한 웃음을 짓고 유쾌한 가족 활극에 피식거렸다. 성공적인 새벽이다.
아래 스크린샷은 <좀비랜드: 더블 탭>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크로마버그를 확인 안 하고 캡쳐하는 바람에 색상이 튀고 거칠어졌다. 참고만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