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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55

13층, 어쩌면 그저 아류작일지도

이 영화사에 미묘한 위치에 있었던 이유는 비슷하다고 해도 접근법에서 와 거리가 있었던 와 달리 의 접근법이 와 꽤나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리 프로덕션 기간과 개봉마저 와 겹치면서 '후배 영화'가 되어버렸다. 아류작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 애초에 역시 제작 표류 기간과 별개로 단순히 개봉 시기만 따지면 겨우 1년 차이라서 모호하기 짝이 없는데, 아예 보다 늦게 개봉한 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썩 좋은 편은 못 된다.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지만, 오로지 설정만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라서 문제다. 초반부터 지나치게 반전 떡밥을 남발하는 바람에 세계관을 쉽게 눈치채게 되는 게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단점인데, 따지고 보자면 영화 제목을 이라 지은 것부터가 치명적..

영화/리뷰 2019.02.23

론 서바이버, 총격씬은 분명히 이래야 옳다

심플한 이야기다. 의 성격은 심플함을 감추려는 노력에서 온다. 네이비씰의 훈련 장면을 구성한 뒤 플래쉬백으로 영화를 시작한 것도 심플한 이야기에 개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라 봐야 한다. 벤 포스터가 캐스팅된 걸 보고 가 ‘투쟁’의 영화가 아닐까 하고 예측하는 분도 있을 텐데, 놀랍게도 그 예측 그대로다. 첫 전투부터 네이비씰 대원들은 ‘좀비’로 변신한다. 보통 비슷한 상황을 다룬 다른 영화들은 탈레반의 처참한 사격 능력으로 밸런스를 맞추지만, 의 탈레반은 사격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어도 다른 영화들처럼 기본 훈련조차 받지 못한 수준은 아니다. 덕분에 첫 번째 전투에서 네이비씰 대원 전원이 죽어버리는 파격적 영화가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황당한 생각도 해봤는데, 피터 버그 감독은 네이비씰의 강력한 정신력과 상황..

영화/리뷰 2019.02.16

앤트맨과 와스프의 HDR10에 대해서

본래 블루레이를 감상한 주목적은 영화를 즐기려는 것보다 HDR10과 블루레이의 SDR을 비교하려고 했던 건데,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정줄 놓은 채 쭉 봐버렸다. 근래 실망스런 작품만 거듭 만들어내던 마블에서 이 정도 클라스의 작품이 어벤져스도 아닌 앤트맨 시리즈에서 나오다니. 이 취향에 안 맞았던 내가 그 속편에 킹왕짱을 외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튼 간에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의 HDR 그레이딩에 의문을 품었던 건 블랙의 깊이가 심각하게 얕다는 것과 DCI-P3를 활용한 '보이지 않던 색까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루레이의 SDR로 재차 감상하면서 그 의문은 더욱 명백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4K 블루레이의 HDR과 블루레이의 SDR은 블랙의 깊이 면에선 ..

메가로돈, 남에게 추천할 자신이 없다

엔 마음에 드는 구석이 거의 없다. 심연의 신비함을 건드리는 해양 판타지가 되어주길 바랐는데, (당연히) 영화의 컨셉이 그걸 허용하지 않았고, 심연에 묻혀 있던 괴수의 코스믹 호러가 되어줄 수 있나 싶었는데, 그냥 쬐끔 더 큰 상어가 튀어나와서 분탕질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의 카피가 되어주길 바라던 순간엔 중국의 눈치라도 봤는지 해수욕장 홍보만 실컷하다가 개운하게 선회. 인간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은 제이슨 스타뎀 형님의 현란한 묘기만 '살짝' 보여주는 클라이막스에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할 분담이 황당할 정도로 작위적인데, 그 억지로 가져다 붙인 역할마저도 클라이막스에 가선 소멸한다. 히어로 주사를 맞았는지 마약을 들이키셨는지 모르겠지만, 여자 아이까지 배에 태워서 멋지게 달려..

영화/리뷰 2019.02.13

마일 22, 적어도 영화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피터 버그의 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담고, 마무리 없이 중간에 끊어버리는 괴상한 첩보물이다. 앙상한 정도가 아니라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전달해야 했던 감정마저 단 4초 정도의 클로즈업으로 끝내버렸다. 과도하게 컷한 편집은 그저 산만할 뿐이고, 실바의 정신병적 편력을 드러내기 위한 대사는 그저 사족처럼 느껴질 만큼 기능성이 떨어진다. 앙상한 시나리오도 연출에 따라서 머리에 쑤셔넣기 어려울 수 있다는 증거물이다. 따라서 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꽤 멋진 총격씬이 있긴 하지만, 뭐가 그렇게 급한지 중요한 동선을 모조리 생략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나 로 보여줬던 총격씬의 리얼리즘 역시 대폭 너프되었다. 이코 우웨이스를 데려다가 만든 격투씬마저도 쓸데없는 핸드..

영화/리뷰 2019.02.12

데드풀2 유키오가 쿠츠나 시오리였다니

에 유키오로 나온 배우의 얼굴이 익숙하다 싶더니 쿠츠나 시오리였다. 한 때 출연작을 전부 찾아볼 정도로 팬이던 나조차 알아보지 못 하게 한 헐리우드의 마법에 그저 감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포브스에서 주목하는 시대에 실제 동아시아에선 유행하지 않는 메이크업으로 동아시아인을 포장하는 무감각함이 이해 가지 않는다. 옛날엔 미국인의 눈에 저 스타일링이 더 예쁘고 멋지게 보여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동아시아 연예인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치워버렸다. 미국식 메이크업은 1도 안 하고 아예 민낯으로 헐리우드 영화에 나온 안젤라베이비가 외견 만큼은 굉장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게 현실이다. 백인 사회에선 동아시아인에 대한 미모의 기준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산책하는 침략자, 쿠로사와 키요시가 사랑을 외치다

쿠로사와 키요시는 자극적인 워킹과 빠른 편집으로 대변되는 21세기 공포영화와 달리, 점진하며 스멀스멀 뒷골에 기어오르는 듯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 특유의 느긋한 감성 덕분에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감독인데, 여기에 영화 전체를 모호함으로 도배하는 작가주의 속성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영화를 질색하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쿠로사와 키요시가 놀랍게도 SF 재난영화를 만들었다. 이미 로 어떤 장르에서건 자신의 작가주의를 관철한다는 걸 알린 쿠로사와 키요시니 만큼 도 똑같이 갈 거라 확신했고, 그 확신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 영화엔 쿠로사와 키요시만의 색채가 가득하다. 영화 전체에 만연한 모호함은 '모호'에 살고 '모호'에..

영화/리뷰 2019.02.03

범죄도시, 2% 부족한 히어로 영화

를 블루레이로 다시 감상했지만, 극장 감상 당시나 지금이나 딱히 그럴싸한 글귀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걸 엮는 방법을 찾지 못 하겠다. 깔끔하고 시원하게 잘 다듬긴 했는데, 어디까지나 겉보기만 그럴 뿐이지 되새겨보면 엉성한 것 투성이라. 비판하기도 모호하고 칭찬하기도 모호한 이런 유형의 영화는 언제나 리뷰 남기기가 버겁다.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장점은 막 나가는 미친놈을 무지막지하게 쎈 히어로가 잡아낼 때의 개운함. 여기에 연계해서 단점도 말할 수 있는데, 마동석의 묵직한 몸놀림을 잡아내지 못 했다는 것.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던 액션은 시리즈에서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이 보여줬던 괴수 분위기였고, 는 보다도 그걸 못 보여줬다. 어쨌든 난 같이 사회 밑바닥의 지저분한 거..

영화 악녀, 과잉은 종종 문제가 된다

는 과잉이 문제다. 가열차게 불타오르느라 그럴싸하게 엮여야 할 인과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엔 액션이 장기인 감독이라는 걸 어필하려고 무리를 했다고 할 법한 롱테이크 액션이 가득 담겨 있다. 그냥 연출했어도 충분했을 액션을 핸드헬드 롱테이크로 찍으니 그게 멋진 건지 정신없는 건지 모르게 된다. 곡예가 가득한 액션을 롱테이크로 연결한 게 신기해서 액션이 잘 만들어졌다고 현혹될 수 있는데, 의 액션은 기본적 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만큼, 치고 꺾는 과정에서 느껴져야 마땅한 쾌감이 없고,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배우와 스턴트맨만 잔뜩 고생하는 '나쁜 액션'의 표본이다. 와 의 액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를 보고 새삼 깨달았다. 액션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다른 부분을 소홀히한 건지, 꽤 매력 있게..

영화/리뷰 2019.01.31

매트릭스 레볼루션, HDR의 미학

멘탈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논쟁을 야기했던 이지만, 이 영화는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서 치고 받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겐 꽤나 근사한 영화일 수 있다. 스팀펑크 스타일의 SF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체이싱, 전투씬이 담겨 있으며, 양갈래 이야기의 흐름도 멋지게 매듭지었다. 천재가 아니고서야 생각할 수 없을 시온 전투씬의 우아한 이미지는 지금도 쫓아가기 어려운 클라스에 우뚝 서 있다. 난 트릴로지를 아직 보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참 부럽다. 그 신선함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네오와 스미스의 대결 장면이야 과 같은 후배들이 충실하게 재현했으니 신선할 것 없겠지만, 시온 전투씬은 아직도 저 멀고도 먼 안드로메다에서 후배들에게 '얼른 좀 쫓아와라'라고 손짓한다. 의 4K 블루레이에 대해선 ..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경험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가 개봉한 것도 벌써 15년 전. 당시 시네필 간의 갈등을 야기하며 영화 커뮤니티를 전쟁터로 만들었던 이 영화는 지금 시점에 와서 봐도 논쟁거리 투성이다. 얕고 넓게 건드리는 철학 담론과 레퍼런스에 가까운 하이웨이 체이싱 시퀀스, 세계관의 일부를 설명해준 뒤 그 몇배에 가까운 의문을 던져버리는 괴랄한 전개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당시 디비디 프라임을 비롯해 활동하고 있던 여러 커뮤니티에서 회원들끼리 욕설을 주고 받다가 강퇴 당하는 광경도 지켜봤는데, 아직도 당시 란 영화뿐 아니라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제 정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몇몇 회원의 닉네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들의 주장에 공감은 안 갔지만, 의 철학들을 나열하며 무슨 강좌를 하던 회원도 있었기에 반발심리가 ..

인시던트, 멕시코의 사회가 담고 있는 것

설정 좋고, 저예산의 한계를 타파하려는 연출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한결 같이 좋은데, 너무 완벽해서 허망한 반전과 세계관의 음습함이 약간 불쾌한 . 이 불쾌감은 반전의 아귀가 안 맞아서 그런다기보다 탈출구가 지나치게 없는 클라이막스가 끌어내는 당연한 반발 의식이다. 죄의식을 전면에 내세워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게 하는 의 합리성도, 반전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와도 다르다. 반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의 세계관은 희생과 그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누군가(어쩌면 신?)의 음습한 손길이 한가득해서 몰아치는 교차편집으로도 불쾌감을 막지 못 한다. 그 음습함을 보다 보면,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대를 보내왔고 지금도 보내고 있는 멕시코와 남미의 사회에 관심을 두게 된다. 간접, 은유로 등장하는 ..

영화/리뷰 2019.01.30

살인자의 기억법, 극장판이 조금 더 익숙하다

극장판(감독판도 극장에서 상영했으니 틀린 명칭이지만,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놔둔다.)과 감독판은 아주 다른 경향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결론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화자의 시선 차이가 도드라진다. 와 란 현란한 스릴러를 만들었던 원신연 감독의 스타일을 극장판에선 볼 수 없었지만, 감독판에선 결말에 이르러 나타나는 걸 보니 확실히 '감독'판이 맞긴 한 모양. 10분을 추가하고 편집을 다시 하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영화가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고 감독판이 극장판보다 꼭 낫다는 얘긴 아니다. 비록 감독의 온전한 의도대로 만든 버전은 아니어도 극장판엔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이 과장되지 않은 형태로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어서 감독판보다 몰입하기 쉽다. 마케팅 과정에서 중시한 김남길과 설경구의 대립 구도도 극장판 ..

영화/리뷰 2019.01.29

20세기 소년 트릴로지에 대한 끄적임들

트릴로지를 봤다. 괴작으로 유명한 이 시리즈를 또 본 걸 보면 나도 보통 변태는 아니다. _ 트릴로지는 일본 연예계, 심지어 일본 대중까지도 전력을 다해 도운 영화다. 원작 이 그 정도로 압도적인 판매 부수를 기록한 명작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우라사와 나오키가 만화에 각종 추억을 혼신을 다해서 버무려낸 덕에 이를 공유하는 많은 사람을 자극했고, (강렬했던 버블의 기억마저 공유하는) 그 세대는 의 영화화에 엄청나게 열광했다. 그들의 기세가 워낙 거세서 다른 세대에까지 전염되었는데, 덕분에 트릴로지는 엄청난 숫자의 인기 배우, 개그맨, 가수 등 유력 연예인들이 카메오로 참여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다. _ 기왕 추억팔이하는 거라면 자기 나름의 추억팔이를 해보겠다는 생각. 제작진이나 영화사의 간부와 같이 제..

영화/리뷰 2019.01.26

트리플 엑스 리턴즈, 분노의 질주랑 뭐가 다른데?

는 딱 예상한 대로 'THE 빈 디젤 영화'다. 특유의 익스트림 스포츠 액션으로 영화를 힘껏 장식했다. 여기에서 날아다니느라 (몹시도 닮은 꼴인) 에서 몸 사린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신났다. 그리고 이 영화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이제 이런 스타일에 지쳤다. 시리즈 내내 익스트림 스포츠 액션을 보여왔고, 트리플 엑스 시리즈 역시 동일하다. 빈 디젤은 양쪽에서 모두 그르렁대는 짐승으로 변신하고, 캐릭터마저도 카피 수준이다. 이쯤되면 역할명을 전부 빈 디젤로 통일하고 평행우주 컨셉으로 엮어도 되지 않나 싶을 지경. 심지어 는 가 성공한 이유이자 망가져가는 이유인 '가족 드립(우린 모두 트리플 엑스!) '마저 이어 받았다. 액션 컨셉이나 주인공의 성격이 더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없게 된 순간, 빈약한 서사와 ..

영화/리뷰 20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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