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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의 경험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즈라더 2019. 1. 30. 03:30

 <매트릭스: 리로디드>가 개봉한 것도 벌써 15년 전. 당시 시네필 간의 갈등을 야기하며 영화 커뮤니티를 전쟁터로 만들었던 이 영화는 지금 시점에 와서 봐도 논쟁거리 투성이다. 얕고 넓게 건드리는 철학 담론과 레퍼런스에 가까운 하이웨이 체이싱 시퀀스, 세계관의 일부를 설명해준 뒤 그 몇배에 가까운 의문을 던져버리는 괴랄한 전개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당시 디비디 프라임을 비롯해 활동하고 있던 여러 커뮤니티에서 회원들끼리 욕설을 주고 받다가 강퇴 당하는 광경도 지켜봤는데, 아직도 당시 <매트릭스: 리로디드>란 영화뿐 아니라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제 정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몇몇 회원의 닉네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들의 주장에 공감은 안 갔지만,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철학들을 나열하며 무슨 강좌를 하던 회원도 있었기에 반발심리가 작용했을 거라고 이해하려 (지금도) 노력 중이다.



 최근에 비슷한 논쟁이 있다고 한다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나 <라스트 제다이> 관련 논쟁을 정도. 그러나 <매트릭스: 리로디드>가 개봉한 뒤 시작된 논쟁은 두 영화의 그것관 아예 차원을 달리한다.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전쟁이었다. 그리고 <매트릭스: 레볼루션>이 개봉한 뒤엔 '아하! 여기가 지옥이구나!'라는 생각마저 드는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15년 전의 어느 날에도 우리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격렬한 혐오 속에서 살고 있었다. <매트릭스: 리로디드>를 보면서 당시를 떠올리고 나니 요새 영화 관련해서 벌어지는 각종 혐오스런 논쟁들이 다 우습다. 역사는 언제나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장르 한정으로 다이제스트하게 체험하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