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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55

캡틴 마블, 이건 무슨 괴작이냐

요새 돈이 너무 없다보니까 극장 나가는 게 갈수록 두려워진다. 그래도 가볍게 즐길 거리는 되겠다 싶었던 을 보고 디즈니에 테러를 해야 하나 싶은 감정에 사로잡힌 뒤 무슨 영화든 의심부터 하고 보는 중이다. 극이 그렇게 잘 짜이지도 않았는데, 액션마저 90년대 헐리우드 수준이라니. 열심히 단련한 브리 라슨의 근육이 아까웠다. 나 는 영화가 엉망진창이었어도 이따금씩 가볍게 꺼내볼 법한 만화책 역할을 하는덴 성공했었다. 그러나 은 도무지 두 번 볼 생각이 안 들더라. 어쩌면 마블 시리즈 중 처음으로 블루레이로 구매하지 않는 영화가 될 지도. 의외로 브리 라슨은 잘 어울렸다. 전사의 강렬함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 하는, 예상 그대로의 이미지였지만, 인물의 성격 만큼은 확실하게 소화해내고 있더라. 이게 나름 연기파..

영화/리뷰 2019.04.28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느낀 상실감

을 보고 온 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영화에 실망했음에도 감출 수 없는 이 감정. 이게 무슨 감정인지 MCU 블루레이를 재탕하다보면 알겠지 싶어서 '내일은 부터 쭉 달려볼까?'란 생각을 떠올렸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이전의 일부 히어로에 몰입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내가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이야기가 '끝'이 나서 상실감을 느낀 것이다. 몰입해서 봤던 드라마가 끝났을 때의 상실감과 비슷한데, MCU의 경우는 그게 무려 10년치다. 기껏해봐야 3개월에 불과할 드라마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감정이었다. 지금부터 하는 서두보다도 짧은 이야기엔 트릴로지와 MCU, 에 대한 초강력 스포일러가 담겨있으므로 주의를. 1. 이제 더는 MCU에 캡틴 아메리카가 없다. 아마도 행방불명 처..

어벤져스: 엔드게임, 저스티스 리그와 맞먹는 실망감

이 개봉한 직후부터 사방에서 달려드는 스포에 지쳤다. 어느 캐릭터의 죽음과 예상치 못 한 캐릭터의 등장을 알게 되고, 전개 방식까지 알게 되고 나자 '이건 천천히 느긋하게 볼 만한 영화가 못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급하게 보고 왔는데...... 슬프게도 은 내게 를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안겨줬다. 작품의 수준이 아니라 실망감 측면에서. 지금부터 쓰는 글에는 미세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므로 정보를 아예 차단하고자 하는 분들은 읽지 않길 권한다. 엔 팬들이 예상한 여러 답안 중 그럴싸하다 싶었던 것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촬영 현장 파파라치로 드러난 바와 같이 시간 여행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데, 그 방법도 뻔한 터라 많은 사람이 '어라? 이거 내가 예상한 그대로잖아?'라고 생각했을 거라 장..

영화/리뷰 2019.04.26

영화 마녀 블루레이, 레퍼런스에 도전하다

CG 컷에서 드러나는 암부 밴딩과 저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한(혹은 의도에 따라 크롭한) 일부 컷을 제외하면 블루레이의 화질은 완벽에 가깝다. 미세한 CG의 이질감이 확연히 드러날 만큼 실사 부분의 계조 흐름이 자연스럽고, 땀과 피가 뒤섞인 액체와 김다미의 극단적으로 하얀 피부가 대비를 이루는 연구소 장면에선 콧가의 미세한 솜털까지 잡아내는 투명감에 감탄. 이 정도면 블루레이와도 한 번 비교를 해보고 싶은 해상력이다. 박훈정 감독이 참여한 영화의 블루레이가 대부분 좋은 화질을 자랑하는 걸 보아, 박훈정 감독 역시 나름 블루레이에 신경을 쓰는 것 아닌가하고 궁예질을 해본다. 이하 스크린샷은 한국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에이리언4, 우리가 아는 그 에일리언들

시리즈에서 가장 안 좋은 소릴 듣고 있어도 는 시리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일 거다. 90년대 후반은 CG 기술의 진보가 가속 패달을 밟던 시기로, 덕분에 시리즈에서 크리쳐를 가장 많이,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게 다. 당시 유행의 막바지였던 우주 재난, 모험 영화의 일종이기도 했는데, 그나마 그 가운데선 최상급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에이리언의 탈출(?) 과정이 지나치게 날림이라는 치명적 단점을 베이스에 깔고 간 데다 깊이에선 보다 못 하고 액션에선 보다 못 하다는 미묘한 구석에 틀어박힌 바람에 '잘 만든 영화'라 말하긴 어렵지만, 뜻밖에도 는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오마쥬되는 영화기도 하다. 영화 속 유전자 실험의 그로테스크한 결과물이 (물론, 의 그것들 역시 70~90년대 코스믹 호러 영화의 영향..

영화/리뷰 2019.04.20

에이리언3 극장판과 확장판

엄청 오랜만에 를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는 없다. 극장판과 확장판의 차이를 말하려고 해봐야 30분이나 추가된 만큼 전개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는, 당연한 소리나 나열하게 될 뿐이다. 전작인 과 보다도 훨씬 클래시컬한 영화인 데다 촬영, 조명, 구도 등이 매혹적이라서 좋아하긴 하지만, 확장판 역시도 남에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단 생각은 안 든다. 는 디비디 시절, 극장판 분량과 확장판 분량의 음향 차이가 도드라져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재녹음을 거쳐 다시 믹싱했다는 블루레이 역시 차이는 확연하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도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차이로, 서라운드 배치가 이상하고 대사음도 따로 논다. 사실, 화질과 음향 문제뿐 아니라, 확장된 장면들 중에 들어가지 않았어야 하는 ..

영화/리뷰 2019.04.17

사부: 영춘권 마스터, 예상 밖의 블랙코미디

엽문의 사부인 진화순을 가공한 영화인 듯한 . 그간 쏟아져나왔던 영춘권 영화와 달리 몹시 정적이고 코믹하다. 단순한 액션영화라 보긴 어렵고, 오히려 액션을 보조제로 삼은 일종의 블랙코미디 쪽 스탠스를 취한다. 무협 영화를 이렇게 연출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토록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밀고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덕분에 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몹시 흥미롭다. 개인적으론 로 엄청나게 뇌쇄적인 마력을 뽐냈던 송가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에선 소교와 닮은 꼴이란 이유로 조조의 부름을 받은 여성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 당시 얼굴과 의 얼굴과 똑같아서 깜짝. 이 누님은 늙는다는 게 뭔지 까먹은 게 분명하다. 외모는 늙질 않는데 연기력은 일취월장해서 영화제가 주목하는 걸 보고 ..

영화/리뷰 2019.04.16

늑대의 어둠 Hold the Dark, 모호함의 부적합 사례

우리나라에 '모호'를 지극히 아끼는 감독이 있긴 하지만, 그 감독도 최소한의 단서는 배치해둔다. 직접 일러주지 않을 뿐, 영화를 잘 살펴보면 대체로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모호'라는 건 설명할 수 있는 현상에 한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건데, 은 이야기의 흐름을 지배한 주제를 아예 설명하지 않았을 만큼 극단적으로 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 살인, 분노, 복수 등 그럴싸한 단계를 밟아가던 영화는 마무리에 이르러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고 말한다. '이제부터 이 인물들의 행동 동기를 모호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거야. 그런데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연히 이해 못 하겠다. 그저 늑대의 습성이나 알래스카 원주민의 전설 같은 것에서 비롯된 무언가가 있구나하고 추정을 해볼 ..

영화/리뷰 2019.04.13

강철비, 동류 영화의 틀을 깨려는 시도

다소 민감한 소재, 뒤섞인 정치적 입장 덕분에 접근하기 어려운 영화처럼 느껴질 . 그런데 이 영화, 그냥 매끄럽고 깔끔하게 만들어진 액션영화로 접근하면 된다. 민감한 부위를 쿡쿡 찌른다고 해서 이나 같은 영화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안 될 일이다. 섣불리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는 깔끔하게 빠진 액션영화고, 그렇게까지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진 않다. 으로 고생 많았던 양우석 감독이 한 발 물러섰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는 남북 관계를 다룬 다수의 영화가 보였던 한계를 깨기 위해 여러 무기를 마련해놓았다. 살짝 들춰보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기는 퀄리티가 꽤 괜찮은 총격씬. 일당백 북한 요원에 사방팔방 털리기 십상인 '남한 수비군'이 에선 꽤 치열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덕분에 총격씬이라 할 만..

<우는 남자> 이젠 단점들도 희미해지고

오랜만에 감상. 일본판 블루레이라 일본어 자막 띄워놓고 감상하는데, 자막 읽다가 화면을 다 놓쳐서 그냥 포기했다. 일본어 더빙 트랙은 성우의 연기가 김민희의 연기를 따라잡질 못 해서 꺼려진다. 딱히 성우의 연기가 나빴던 건 아니다. 부터 까지의 김민희가 거의 연기의 신이었을 뿐. 그건 그렇고. 이젠 이 영화의 단점이 희미해지고, 좋은 점만 잔뜩 보인다. 만큼 좋아하는 영화가 몇 없지 않나 싶을 지경. 엔 다양한 입장의 인물이 서로 뒤섞여서 아비규환이 되는 광경이 담겼는데, 사건의 단초가 된 '계집아이'를 제외하면 마냥 착한 역할이 하나도 없다. 피해자로 설정된 여자 주인공 최모경 역시 서민들 피를 쫙쫙 빨아드시는 투자 업체의 선봉장(정작 본인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모양이지만)이니 말 다했다. 애초에 해..

영화/리뷰 2019.04.09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의 획기적 변신

언제나 신선한 설정으로 자극을 구축, 대중을 만족시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답게 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기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 뒤 다시 흩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놀랍도록 신선한 이야기의 구조는 의 본질이 아니다. 영화는 이제 '설명조' 대사들을 모조리 치우고 영화가 만들어낸 세계 안에 감상자를 집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론 써먹을 일이 없는 단어, 문장을 동원한 대사로 영화 속 세계를 스토리텔링하느라 현장감을 잃고 마는 현실은 이제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 는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이 덩케르크라는 공간에 갇히는 과정을 서술하지 않는다. 영화의 출발 지점은 그들이 갇혀버리고 한참 지난 후다. 아주 짤막한..

영화 업그레이드 블루레이 스크린샷

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경향의 영상으로 도배되어있고, 덕분에 재생 난이도가 상당한 편임에도 준수한 색상과 계조로 소화해내는 레퍼런스급 타이틀입니다. 알렉사 시리즈의 뛰어난 관용도가 돋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어두운 공간에 뿌려진 독특한 조명에 비친 구조물들이 이 영화의 정체성을 SF로 유지해줍니다. 알렉사 특유의 옐로우 톤에 배합된 푸른 보정이 서로 상충하며 영상에 마법을 부리는데, 그게 5백만 달러로 추정되는 제작비를 무색케하는 영상미의 비법일 겁니다. 이하 스크린샷은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입니다. 누르면 커집니다.

웨스트월드 시즌2 블루레이, 비약적인 진보

형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마찬가지로 조나단 놀란 역시 자기 작품의 정체성을 필름으로 정한 모양이고, 그에 맞춰 도 처럼 대부분을 35mm 필름으로 촬영했습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필름으로 찍는 게 정말 옳은 일인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그게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 중 하나라는걸 부정하긴 어렵지요. 역시 화질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지만, 의 화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는 아직 35mm 필름에 가능성이 더 남아있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 2K DI를 만들어 사용한 것과 달리 는 4K DI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4K 리마스터링을 일찍부터 한 것으로 여길 수 있고, 의 비약적인 화질 진보는 35mm 필름의 수명 연장을 주장합니다. 그 정도로 블루레이의 화질이 좋습니다. 블루레이 영상은 극한의 해상력과..

폴라, 매즈 미켈슨의 자학 개그

는 를 + 스타일로 그려낸 주제에 매즈 미켈슨의 애잔함을 표현하는데 주력하는, 스타일과 아귀가 전혀 안 맞아서 웃긴 액션 영화다. 는 매즈 미켈슨이 나오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을 색상부터 다르게 칠해놨다. 매즈 미켈슨이 나오는 장면을 칙칙하고 너저분하게 색칠해서, 화사하고 섹시하게 그려진 다른 킬러의 장면과 극단적으로 대비되게 했는데, 그런 탓에 무뚝뚝하고 흰머리 가득한 매즈 미켈슨의 비주얼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애잔함뿐. 매즈 미켈슨이 진지하게 연기할 수록 이 대비가 주는 코믹함이 더해지며, 이거야말로 의 진정한 재미다. 그렇게 칙칙하게 지쳐 은퇴를 생각하는 킬러에게 자꾸 사소한 미션들이 주어지고, 급기야는 노구를 끌고서 승질나게 한 놈들을 살육하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입은 중상들을 보고 있노라..

영화/리뷰 2019.03.23

극한직업, 역대급 핑퐁에 뜻밖의 액션

코믹 액션이든 로맨틱 코미디든 간에 코미디가 들어간 이상 핵심은 핑퐁이다. 등장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대사들이 찰지게 연결되고 부자연스러움이 없으면 그게 최고인 것. 은 그걸 완벽에 가깝게, 비슷한 유형의 다른 영화들보다 훨씬 뛰어나게 잘 해낸다. 이는 본래 이병헌 감독 영화의 공통분모이기도 한데, 다른 사람의 각본을 받아서도 해내는 걸 보니까 '고유 스킬'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의 핑퐁은 클라이막스의 액션씬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며, 모든 억지스러움과 유치함을 순화한다. 능청스럽게 억지스런 상황을 정당화하는 이병헌 감독의 화법이 현란하고, 이를 더욱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기가 막힌다. 게다가 이 영화, 의외로 액션마저 괜찮다. 담담하게 유효타 많은 개그와 찰진 핑퐁을 기대하는 사..

영화/리뷰 2019.03.19

더 이퀄라이저2, 억지로 묶어놓은 단편집

의외로, 는 해야 할 것을 무난하게 하는 영화다. 전편에 비해 모자라다는 평가는 가 해야 하는 걸 마냥 하지 그런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순간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대신 여러 측면에서 모자란 것들이 눈에 띈다. 영화는 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로버트 맥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이번에도 그의 '케어'를 받는 청년이 있고, 그것은 덴젤 워싱턴의 강렬한 연기의 힘을 빌린 덕에 독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시리즈는 전편부터 '열심히 살아간다'를 주제로 삼고 있는데, 소시민을 보호하는 안티 히어로라는 상징과 함께 작품의 개성이 되었다. 이 개성이 더욱 명백하게 드러나는 게 다. 그러나 이런 개성을 드러내려다 놓친 것들이 몇가지 보인다. 일단, 액션. 전편..

영화 헤드샷, 실랏이라도 좀 멋지게 꾸며주면

제작진이 다시 뭉쳐서 만든 에 대한 기대는 솜사탕에 가까웠다. 인도네시아 영화계는 전성기 시절 홍콩의 그것과 비슷한 양상을 띠는 모양이고, 이는 곧 이 의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실랏 영화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입 안에 넣는 순간 한줌이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은 역시 그런 가능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80~90년대 홍콩영화와 그 홍콩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헐리우드 영화의 여러 요소를 짜깁기해놓았다. 게다가 연결에 공을 들이지 않아서 생략, 작위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여주고 싶은 장면의 이미지와 설정을 먼저 만들어두고 이에 맞춰서 억지로 전개하는 듯한 설거움. 이런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가 에 대한 감상을 결정할 것이다. 한편..

영화/리뷰 2019.03.17

영화 갈증, Kanako in Crazyworld 미친 세상의 카나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 , 등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보여온 감독이다. 그는, ‘미친 세상’을 충실히 표현하는 것에 몰두해있다. 정신착란을 일으킬 만큼 산만하거나(불량공주 모모코) 섬뜩할 만큼 완벽하게 정제된(고백) 연출로 등장인물을 끔찍한 상황에 몰아넣은 뒤 “당신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미쳤고 당신 역시 미쳤다. 아닌 척 위선 떨지 말아라.” 라며 윽박지른다. 영화 은 그런 그의 시선이 매혹적으로 담겨있다. 을 감상한 사람은 나카시마 테츠야가 얼마나 모호함을 사랑하는지 알 것이다. 의 엔딩은 모든 게 ‘완성’될 수 있었던 순간에 감상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기는 형식이었고, 그가 모호함으로 캐릭터를 완성시킨다는 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런 성향은 에서 더 확..

영화/리뷰 2019.03.15

밤이 온다, 홍콩 느와르를 활로로 선택하다

로 시작된 인도네시아의 실랏 영화 열풍은 에 이르러 홍콩 느와르, 갱스터 무비 성향을 띠기 시작하더니 에선 아예 대놓고 홍콩 느와르를 카피한다. 그것도 어설프게. 그런데 이게 또 나름 나쁘지 않은 맛이 있다. 는 80년대와 90년대에 나왔으면 이나 분위기의 마이너 아류작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당시의 홍콩 느와르를 쫓았다. 총 외에 주무기로 칼, 주먹 등이 추가된 것에 불과하고, 실랏으로 살짝 양념을 쳤을 뿐, 설정부터 전개 구조까지 아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이게 조만간 2020년대를 맞이하는 지금 통하느냐다. 는 지나친 옛감성이 독으로 작용한 경우다. 많은 걸 생략해도 알아서(?) 보정해주던 30년 전과 달리, 공들이지 않은 플래시백으로 내러티브를 보강하는 방식은 지금 관객의 허용 범위 안..

영화/리뷰 2019.03.13

파라독스 '살파랑: 탐랑' 끝내 도달하지 못 한 클라스

라는 이름으로 국내 개봉(?)한 . 을 연출했던 엽위신 감독의 영화로, 이후 그가 연출한 영화 중에서 가장 괜찮게 빠졌다. 이야기의 얼개가 상당히 좋은데, 사건의 흐름이 다소 널뛰기하는 경향은 있어도 등장인물들의 행동 경위엔 의문이 없다. 결말 역시 이런 유형의 '딸 찾아 삼만리' 스타일 복수극이 보여줄 수 있는 베스트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두 주인공 중 한 사람은 일상 연기를 못 하고 한 사람은 액션 연기를 못 한다는 치명적 단점에, 관계성 연출을 아주 못 하는 엽위신 감독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상 연기를 못 하는 쪽은 오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어색하고 후시 녹음마저 입을 못 맞춰서 입과 대사가 따로 논다. 는 시리즈가 언..

영화/리뷰 2019.03.11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트릭을 완성하는 촬영과 스턴트

1편부터 3편까지는 옛날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연결되지 않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담고 있지만, 4편부터 6편까지는 지금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6편에 해당하는 은 전편인 에서 그대로 이어지며, 끊어졌던 이야기를 이어가듯 연출했다는 점에선 , 극의 전형성을 탈피해서 마치 기전전결처럼 느껴지는 전개 방식은 와 닮았다. 어쩌면 단점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러한 영화의 성향이 부정적 인식을 주지 않는 건 그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은 시작부터 끝까지 트릭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노출되는 각종 무리수와 내러티브 부재를 무시해도 될 만큼 흥미진진하다. 단점을 인식하기도 전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놀라운 각본과 연출 감각에 감탄을 내뱉었..

더 크리미널 마인드: 공공의 적, 대체 언제적 영화냐

일단, 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이것 만큼은 확실히 해두고 간다. 이제부터는 좋은 이야기를 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이 영화는 마치 이야기에 적당히 플롯만 배치하고 성의 없이 살을 붙여서 '연결'한 것 같은 스크립트를 자랑한다. 6시간 짜리 영화를 2시간으로 축약했다고 말해도 믿을 것 같은 파편화. 이런 식의 연결은 같은 방송에서나 할 법하며, 배우들의 열연마저 어색한 코미디처럼 보일 정도로 피곤하다. 멜로디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스타카토 마냥 밀고 당기기가 부족한 편집이 영화를 무색무취하게 만드는 동안 연출은 아무 의미없이 류시시가 맡은 여형사의 이야기를 비추는데, 놀라우리 만큼 본편과 따로 노는 바람에 어색하기 그지 없다. 류시시의 역할은 중간에 맥거핀으로 써먹은 것 외엔 극에 영향을 전혀 ..

영화/리뷰 2019.03.05

영화 블리치, 고민 따윈 다 던져버렸다

영화판 는 편해도 너무 편하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내내 지겨울 정도로 설명하더니 감정과잉으로 일관, 여기에 지저분한 OST까지 더해져 피곤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타격감이라곤 1도 없는 액션에 기겁을 했다. 입이 하나도 안 맞는 후시 녹음을 보아 하니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 알 법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상하고 나서 이것저것 쓸 거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는 떠올랐던 그 적은 쓸 거리들조차 엔딩을 보고 다 잊어버렸다. 흥행에 실패하긴 했어도 나름 괜찮은 영화화란 얘기를 믿고 감상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화라는 표현이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말 그대로의 '실사화'다. 유명 배우, 대자본을 들여서 초대형 코스프레를 한 것에 불과하다. 난 졸작이 되더라도 '창작'을 보고 싶다. 필사적으..

영화/리뷰 2019.03.02

영화 업그레이드, 선배 SF영화들 사이의 어느 지점

자칫 '아내를 잃은 기계 혐오자가 기계의 도움을 빌려 복수하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 전개 자체는 그런 이야기의 영화와 흡사한데, 집중하는 주제가 다르다. 과 , 의 어느 중간 즈음에 위치한 채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씨름하는 영화다. 오프닝부터 꾸준히 던져진 떡밥은 반전으로 완벽하게 회수하고, 흩어져있던 퍼즐은 짜릿하게 하나로 맞춰져 정체성을 상실한다. 약 100분 동안 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모든 측면에서 필요한 만큼 해낸다는 기적의 모먼트를 연달아 만들어냈다. 또한, 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음에도 의 연출과 각본의 무능함 탓에 쓸모없이 소비된 로건 마샬 그린의 연기력은 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영화 속을 마음껏 헤엄쳐다닌다. 이 영화는 그의 연기에 아주 많이..

영화/리뷰 2019.02.28

더 울버린, 확장판의 한이 '로건'으로

가끔 '오리지널'에서 주요 장면을 삭제한 뒤 개봉하는 부득이한 경우가 존재하고, 그런 영화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독판이나 확장판이란 이름으로 그 오리지널을 볼 수 있게 된다. 반면, '오리지널'을 개봉해놓고 상술 때문에 감독판이나 확장판을 억지로 만들어서 개봉하는 경우도 있다. 은 전자에 해당한다. 의 확장판을 보면 모든 요소가 R등급이라고 외치고 있다. 으로 보여줬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핏빛 찬란한 액션은 이미 확장판에서 펼쳐졌고, 극장에서 개봉한 은 잔혹한 액션의 상당한 분량을 삭제하거나 CG로 피를 지운 괴상한 작품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는 총격 사운드까지도 R등급임을 외친다. 사운드의 성향에도 등급을 매기는 헐리우드의 경향을 보아할 때 이런 총격 사운드 디자인은 절대 PG 등급에서 만날 수..

영화/리뷰 2019.02.28

넷플릭스 아논, 앤드류 니콜의 지향점이란

앤드류 니콜 감독이 대중과 척을 지기 시작한 건 그의 지향점이 본인의 상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생각하기에 미래 사회란,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며 역동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통제 사회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과 을 절대로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정적인 세상으로 설정한 것 같고, 이게 대중에게 먹히질 않는 것이다. 은 이런 통제뿐 아니라 편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마땅히 드러내는 세상을 만들어놨다.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통제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은 로 시작해서 으로 귀납되는 독특한 혼종이다. 다만, 앤드류 니콜 감독이 추구했던 건 예시와 꽤 다르다. 이 그랬던 것처럼 완벽해야 하는 시스템에 생긴 '틈'을 이용해 세상에 반기를 드는 인물을 주입했다. ..

영화/리뷰 2019.02.27

고스트 워, 넷플릭스의 존중이 만든 대중적 결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하나 같이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바람에 가벼운 즐길 거리를 기대하는 많은 이를 배반했고, 그 탓에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대중성 확보에 실패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믿고 거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세상 사람들의 편협함에 다소 실망감을 금치 못 했지만, 개인적 취향까지 뭐라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변에 추천조차 하지 않은 채, 나홀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들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대다수의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하는 작품을 하나 발견했다. 가 바로 그 작품이다. 근미래의 동유럽 전장에 투입된 과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주인공이 이성과 거리가 먼 귀신 문제를 해결한다는, 다소 기묘한 시놉시스가 마..

영화/리뷰 2019.02.27

스파이더맨: 홈커밍, 액션이랄 게 별로 없다

기존 스파이더맨과의 차별화가 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듀올로지가 기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매우 닮은' 평행 세계관에 가까웠던 탓에 식상했기 때문. 그러나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은 중2병 가득한 꼬마'란 설정으로 차별화하는 바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은 아이가 어른으로 '아주 조금' 성장하는 과정을 평면적으로 서술한다. 피터 파커 주변 관계가 평범과 한참 동떨어진 덕에 그 관계를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데다 액션 배치도 효율적이라 '믿고 보는 마블'의 공식에 걸맞은 결과물이 되었다. 영화에 상주하는 (좋은 의미의) 키치함엔 중2병 설정이 나름 도움을 준 건지도 모르겠다. 위태위태한 중2병의 무개념 정권 지르기에 한숨과 불안이 가득하지만, 그..

영화/리뷰 2019.02.26

간츠: 오,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영화

는 원작 만화의 오사카 에피소드만 가져다 약간의 변형을 준 영화다. 이야기의 중반부만 딸랑 가져와서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이해시키려 하나 싶겠지만, 의외로 충실하게 설명 다 해주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다. 3D 애니메이션 시리즈처럼 도 실사 영화는 꿈도 못 꿀 액션과 고어씬을 자랑한다. 또한, 어쩔 수 없이 가해진 변주를 제외하면 아주 많은 부분에서 의미 그대로의 ‘영상화'를 실천했다. 극단적으로 짧은 이야기 정도야 그냥 원작의 에피소드 하나를 영화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식의 자기합리화도 가능하니까, 딱히 이야기에 딴지 걸 건덕지도 없다. 그냥 영화의 7할 정도 차지하는 액션을 마음껏 즐기면 된다.

영화/리뷰 2019.02.25

아이 로봇, 확고한 개성 만큼 편협하다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영화에 특정한 개성을 부여하는 데 실패한 적이 없다. 심지어 평가가 안 좋은 영화들도 놀라운 임팩트를 남겨왔는데, 의 재난씬들이 그 예다. 에선 에서 다뤘던 '자유 의지'를 로봇 버전으로 소모했고, 당시엔 이런 변종(?)이 드물었기 때문에 꽤나 획기적인 개성이었다. 게다가 최신 영화를 기준으로 봐도 칭찬할 수 있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 기술로 무장했으니 볼거리 하난 기가 막힌다. 그러나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지나칠 정도로 편협하고 단순하다는 점은 지금이 아니라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단점이다. 통찰력 대신 생존력을 부여받은 주인공은 그저 영화의 주제와 수미상관의 쾌감을 위해 희생된 데다 남을 설득하는 능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반쪽 짜리로 설정되어 억지 갈등을 만들어낸다. 또한, 주..

영화/리뷰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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