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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의 획기적 변신

몰루이지 2019. 4. 2. 06:00

 언제나 신선한 설정으로 자극을 구축, 대중을 만족시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답게 <덩케르크>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기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 뒤 다시 흩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놀랍도록 신선한 이야기의 구조는 <덩케르크>의 본질이 아니다.


 영화는 이제 '설명조' 대사들을 모조리 치우고 영화가 만들어낸 세계 안에 감상자를 집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론 써먹을 일이 없는 단어, 문장을 동원한 대사로 영화 속 세계를 스토리텔링하느라 현장감을 잃고 마는 현실은 이제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덩케르크>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


 <덩케르크>는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이 덩케르크라는 공간에 갇히는 과정을 서술하지 않는다. 영화의 출발 지점은 그들이 갇혀버리고 한참 지난 후다. 아주 짤막한 문구로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려주는 게 '설명'의 전부. 크리스토퍼 놀란은 감상자를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덩케르크, 인근 바다에 감상자를 집어던진 뒤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방식의 연출은 마이클 만 감독의 전매특허였는데, 마이클 만과 달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은 조금 더 극적이다.


 이제 문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런 스타일의 연출을 계속 시도할 수 있느냐다. 마이클 만 감독은 이미 <알리> 때부터 <덩케르크>처럼 불필요한 대사를 없애고 되도록 영상만으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연출을 해왔는데, 지금에 와선 대중과 평단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았다. 즉, 아직 <덩케르크> 스타일의 연출 방식은 환영 받지 못 한다. 독특한 이야기 구조의 신선함과 크리스토퍼 놀란이란 네임밸류가 아니었다면 5억 달러라는 흥행조차 어려웠을 터.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설명충 소리까지 들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줄은 몰랐다. 정말 놀라운 '사건'이다.


 이하 스크린샷은 <덩케르크>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다. 화질? 말할 필요도 없이 투썸업. 영화 촬영의 대부분이 아이맥스라고 하면 대충 감이 잡히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