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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퀄라이저2, 억지로 묶어놓은 단편집

즈라더 2019. 3. 19. 00:00

 의외로, <더 이퀄라이저2>는 해야 할 것을 무난하게 하는 영화다. 전편에 비해 모자라다는 평가는 <더 이퀄라이저2>가 해야 하는 걸 마냥 하지 그런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순간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대신 여러 측면에서 모자란 것들이 눈에 띈다.


 영화는 <더 이퀄라이저>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로버트 맥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이번에도 그의 '케어'를 받는 청년이 있고, 그것은 덴젤 워싱턴의 강렬한 연기의 힘을 빌린 덕에 독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시리즈는 전편부터 '열심히 살아간다'를 주제로 삼고 있는데, 소시민을 보호하는 안티 히어로라는 상징과 함께 작품의 개성이 되었다. 이 개성이 더욱 명백하게 드러나는 게 <더 이퀄라이저2>다.


 그러나 이런 개성을 드러내려다 놓친 것들이 몇가지 보인다. 일단, 액션. 전편보다 약간 느려진 덴젤 워싱턴의 몸놀림과 그리 절묘하지 않은 스턴트의 면면이 눈에 들어온다. 로버트 맥콜의 과거를 끌어와서 그의 안티 히어로 행위, 청년을 향한 무한한(?) 배려 등을 서술하는 과정이 꽤나 산만하다는 것도 문제다. 본격적 복수극의 시작되기 직전까지 <더 이퀄라이저2>는 마치 '단편 모음집' 같은 경향을 띠며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한다. 게다가 명백하게 투트랙이었던 이야기를 억지로 하나로 묶은 클라이막스 액션은 부자연스러움의 극치다. 빌런들이 로버트 맥콜의 케어를 받던 흑인 청년에게 살인 미션을 시키려다 덜미를 잡히는 식이라도 좋으니 양쪽은 반드시 엮여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촬영이다. <더 이퀄라이저>를 우아하게 리드하던 촬영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비디오용 영화처럼 엉성하게 찍은 장면이 한가득이다. <잭 리처: 네버 고 백>도 그렇고 올리버 우드의 센스가 예전 같지 않단 생각이 든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왜 <더 이퀄라이저>에 이어 <매그니피센트 7>까지 연달아 함께했던 마우로 피오레와 함께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다크 피닉스> 재촬영에 묶여서 스케줄이 꼬였던 걸까), <더 이퀄라이저2>가 받을 혹평의 절반은 촬영 쪽으로 가야 마땅하다.


 이하 스크린샷은 <더 이퀄라이저2>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원본 사이즈로 커진다. 화질이 굉장히 좋기는 하지만, 태풍 속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막스 액션씬을 살리는덴 실패했다. 블루레이로 보면 이 장면의 디테일이 잘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한 이도 있을 텐데, 이건 화질의 문제가 아니라 촬영 환경과 의도적 셋팅의 결과물이라 블루레이라고 해서 크게 변할 리 없다. (쉽게 말해 실패한 설정이란 야그. 멋진 액션이 나와도 뭘 알아볼 수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