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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주소를 말하다, 엔젤 해즈 폴른

즈라더 2020. 5. 23. 10:00

 영화 <엔젤 해즈 폴른>은 제라드 버틀러의 자소서 같은 영화다. 팔팔하게 살아숨쉬는 근육과 현란한 몸놀림으로 '디스 이즈 스파르타!'를 외치던 때로부터 14년. '폴른 트릴로지'의 앞선 두 편에서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적을 압도했던 제라드 버틀러의 모습을 <엔젤 해즈 폴른>에선 볼 수 없다. 잔뜩 살이 찐 데다 부상을 안고 사는 노장. 어떻게 현장에서 은퇴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서글픈 노장이 미래와 과거의 경계,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엔젤 해즈 폴른>은 미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과 이제 더는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미국. 두 미국이 대립해서 '시빌워'를 벌이는 게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에서 마이크 배닝과 트럼불 대통령의 대화는 대체로 이야기의 흐름과 깊게 얽히지 않고 뜬구름처럼 느껴지는데, 결말에 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평화를 추구하되 품에 담은 칼날은 유지한다는, 미국이 추구해야 할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종차별 이슈로 말이 많은 흑인, 히스패닉으로 구성된 FBI의 헤더 두 사람이 구시대의 산물인 백인 용병에게 허망하게 쓰러지는 모습은 꽤나 노골적이다. 


 폴른 트릴로지에서 이런 식으로 상징을 가득 담아둔 영화는 <엔젤 해즈 폴른>이 유일하다. 애초에 이런 걸 담아둘 생각조차 안 하는 시리즈였다. <엔젤 해즈 폴른>에도 전작에 나왔던 얼빵한 전개나 얼렁뚱땅 넘어가는 갈등 구조를 볼 수 있지만, 앞서 말한 여러 상징을 위한 희생이기에 용서할 수 있다. 전작들보다 드라마를 아주 많이 강조한 덕에 희생된 요소보다 강조한 요소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으니 큰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나이들고 부상을 입어 힘겨워하는 마이크 배닝과 드라마를 강조한 영화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액션에 약점이 있지 않을까하는 분이 있을 텐데 바로 맞췄다. <엔젤 해즈 폴른>은 전작에 비해서 액션의 분량이 아주 많이 부족하다. 다만, 무대포로 밀고 나가는 전작의 액션과는 경향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총격씬은 택틱컬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나름 신선하다. 빈약한 사운드가 그저 아쉬울 따름. 




뱀다리) <엔젤 해즈 폴른>엔 파이퍼 페라보가 나온다. <루퍼>에서 마지막으로 봤으니 8년 만이다. 2000년 <코요테 어글리>의 앳됨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고 어머니를 연기하는 게 당연한 성숙함이 대신하고 있었다. 시간은 정말 빛의 속도와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아래 스크린샷은 <엔젤 해즈 폴른> 한국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블루레이 화질이 아주 좋다. 오랜만에 영상의 모든 측면에서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타이틀이 아닌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