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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페라의 유령 2004, 에미 로섬 만으로 성립한다

즈라더 2019. 10. 7. 00:00

 내게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이미지는 아주 희미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은 엉망진창인 번역 탓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2000년대에 봤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기억에 음악만을 남겼고, 뮤지컬을 영화화한 <오페라의 유령>은 기억에 에미 로섬의 미모만을 남겼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 블루레이를 구매한 건 2004년 당시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최근 들어 재평가받는 광경을 봤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놀라울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분명히 그리 잘 만든 영화는 아닌 거로 기억하는 터라 뜻밖의 광경에 다소 당황했던 것. 확인해보고 싶었다.


 영화를 다시 본 결과, 여초 사이트의 호평은 어디까지나 원작 뮤지컬에 대한 환상이 영화에 덧씌워졌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15년 전의 영화라는 걸 고려하더라도 그다지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세트와 미술을 고려하지 않은 촬영과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편집 등 이미 <물랑루즈>, <시카고> 등으로 뮤지컬 영화에 익숙했던 당시의 대중을 사로잡기엔 모자란 구석이 아주 많다.


 오랜만에, 조금 더 경험을 쌓고 감상한 <오페라의 유령>에서 이전과 다르게 느낀 게 있다면, 기억보다 노래를 못 하는 제라드 버틀러, 기억보다 훨씬 연기를 잘 한 에미 로섬 정도다. 아마 예전에 감상할 땐 제라드 버틀러의 짐승 같은 이미지가 에릭과 딱 어울려서 노래가 귀에 안 들어왔던 것 같고, 에미 로섬의 눈 부시도록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하느라 그녀의 연기에 신경을 못 쓴 것 같다. 그러고보니 에미 로섬은 <오페라의 유령>으로 상도 꽤나 받았던 모양이다.


 영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시간이 아까웠던 건 아니다. 에미 로섬의 지나친 아름다움은 과거 <투모로우>로 그녀에게 빠져들었던 시기를 되새기게 했는데, 그 2004년 즈음엔 행복한 추억이 참 많아서 되새기는 동안 꽤 즐거웠다. 또한, <오페라의 유령>은 에미 로섬의 미모와 연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2시간 20분이 성립하는 영화다. 에미 로섬은 그야말로 크리스틴 그 자체였다.


 이하 스크린샷은 <오페라의 유령> 한국판 블루레이 원본 사이즈 캡쳐다. 누르면 커진다. 리마스터링 없이 출시된 영화라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