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극장부터 수퍼S관, VOD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감상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블루레이를 통해서 감상할 때 제일 즐거웠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액션의 디테일 등 그간 안 보이던 것들이 잔뜩 보이는데, 새로운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졸음을 참아가면서 봐야 했던 VOD를 떠올리면, 화질이 감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블루레이의 화질은 기존 디즈니가 출시한 마블 영화의 평균치 수준임에도 그렇다. 프로페서 헐크의 안경이 사물을 왜곡하는 게 눈에 띌 정도고, 스티브 로저스가 투블럭 올백 스타일이라는 것도 눈에 띈다. 장대한 촬영 기간 내내 근육을 유지할 수 없어서 홀쭉해진 크리스 에반스의 모습도 간간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1
배우들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 맺히기만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극장과 VOD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그 눈물로 전달하는 슬픈 감정이 블루레이에선 살아있다. 캡틴 마블의 묵직한 액션 합이 화려한 이펙트에 가려지지 않고 전부 눈에 들어온다. 스칼렛 위치가 붉게 타오르는 눈으로 사물과 함께 떠오르는 순간의 섬뜩함은 <완다비전>에 대한 기대치를 상승시킨다. 이걸 4K HDR로 볼 수 없다는 게 한스러울 따름. 2
3시간 동안 참 즐거웠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블루레이를 보는 내내 '바로 이거다' 싶었다.
이하 스크린샷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다. 누르면 커진다. 화질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대동소이하다. 스크린샷 안에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은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