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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55

잭 스나이더의 DCEU는 실패한 적이 없다

워너 브라더스가 잭 스나이더의 스나이더 컷 작업마저 방해할 만큼 그를 혐오하게 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오히려 잭 스나이더가 워너 브라더스를 혐오해야 하는 것 같은데. 저래뵈도 잭 스나이더는 워너에 돈을 꽤 많이 벌어다주었거든. 300이 대박을 터트렸고, 왓치맨과 써커펀치가 실패했지만, 맨 오브 스틸이 성공했다. 이후 잭 스나이더가 판을 깔아준 DC 영화들은 실패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평타를 쳤고,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대박을 터트렸다. 원더우먼은 초대박. 아쿠아맨까지 잭 스나이더가 판을 깔아준 영화라 치고, 여기에 300: 제국의 부활까지 더한다면 잭 스나이더는 DC 유니버스를 맡은 이후 워너에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다 준 셈이 된다. 그런 그를 저스티스 리그 제작 내내 괴롭히고..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2018) 처절한 시대 비판

본래 3편이 나오면 다시 보려고 사뒀던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블루레이인데, 아무래도 3편이 사실상 무산된 듯해서 얼른 봤다. 파괴적인 설정이다.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사실상 미국 정치권을 겨냥해서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밀어붙였다. 영화는 카르텔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중동의 폭탄 테러범을 고용해 미국에 폭탄 테러를 일으킨다는 충격적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르텔이 미국을 공격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 911 사태 이후, 코카인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국경 보안이 강화되어 공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코카인 가격이 폭등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이익을 누리려고 한다는 구조다. 911 사태 당시엔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 시장을 장악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반독점 상태. 또한, 미국 시민들이 코카인 밀..

잭 스나이더가 만들어낸 수많은 여전사들

잭 스나이더가 제작 혹은 각본 혹은 감독을 맡은 영화들은 여성 캐릭터를 정말 멋지게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그가 만들어낸 여전사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새벽의 저주(감독): 여자 주인공 안나. 주인공이 의료인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원작 팬들에게 욕을 오지게 먹기도 했다. 참고로 조지 로메로의 팬들은 자본주의 비판 의식과 좀비를 다른 종으로 취급하는 것, 가족주의 등을 이유로 아미 오브 더 데드를 훨씬 좋아한다. 잭 스나이더를 향해 이제야 조지 로메로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 이해하는구나 하면서 기특해한달까. 그러나 내 생각엔 가족주의를 제외하면 그냥 재미있어보여서 그런 요소들을 차용한 것에 불과해보인다. 왓치맨(감독): 실크 스펙터. 원작에서도 어쨌든 히어로지만, 영화에서 실크 스펙터는 원작보다 멋지게 각색..

아쿠아맨 (2018) 어쩌면 스나이더버스의 최대 걸림돌

아쿠아맨을 다시 재감상하고 드디어 DC 대장정(!)을 완료. 새삼 느끼는 건데, 만약 스나이더버스가 기적적으로 시작된다면(아미 오브 더 데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불호 쪽에 쏠리면서 워너 브라더스가 의기양양해진 데다 잭 스나이더 역시 이미 차기작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걸 보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원더우먼이 아니라 아쿠아맨이다.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 잭 스나이더는 아틀란티스를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되 지상 세계와 교류가 부족해서 고상한 분위기를 띠는 문명을 구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갑옷을 고전적으로 묘사했고, 벌코는 머리를 풀어헤쳤으며, 메라는 영국식 악센트를 쓴다. 그러나 스나이더버스가 캔슬된 뒤 재설정한 아쿠아맨의 아틀란티스는 지..

영화/리뷰 2021.06.19

잭 스나이더의 열혈 팬덤의 정체, 까가 빠를 만든 결과

빠가 까를 만든다는 말을 많이 쓰지만, 실제로는 까가 빠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까'라는 헤이터는 원래부터 비호감을 가지고 있을 때에나 성립할 수 있지, 빠질을 역대급 쓰레기처럼 하는 사람이 있어도 '뭐야 저 X신은'하고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극렬한 까들을 보면 '왜 저렇게 까지?'하는 생각에 찾아보게 되면서 빠가 생겨나는 일이 잦다. 그래서 가끔 나보고 잭 스나이더의 빠질이 심해서 까를 만들고 있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웃긴다. 내가 왜 잭 스나이더의 빠가 되었느냐. 까가 너무 심해서다. 새벽의 저주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 솔직히 지금도 이 영화에 내려지는 고평가가 이해가 잘 안 가지만, 그래도 좀비 영화 중에서 새벽의 저주 만한 게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이해는 ..

영화 노바디 (2021) 누구도 아닌 사람들에게 바치는 액션

올해 개봉한 헐리우드 액션 영화 중에서 그나마 좀 괜찮다는 평을 얻은 영화를 고르라면 노바디가 먼저 떠오른다. 액션이 조금 아쉬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밥 오덴커크의 연기나 다른 참신한 요소로 덮어둘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유형(?)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엄밀히 말해 노바디에 참신함은 아예 없다. 완벽한 잡탕찌개기 때문이다. 레드로 시작해서 더 이퀄라이저를 거치더니 존 윅이 되었다가 잭 리처를 거쳐 더 이퀄라이저로 마무리되는 영화다. 너무 익숙하고 또 익숙해서 헛웃음이 나오는 재미의 영화라고 해야 맞다. 이 영화의 설정이나 액션이 참신하다고 말하는 평론가는 정말 아주 많이 반성해야 한다. 클라이막스에 사용된 무기(?) 중 하나는 유튜브에 유압 프레스로 검색..

영화/리뷰 2021.06.14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2019) 경이에 찬 괴수들의 지옥도

얼마 전 개봉한 고질라 vs. 콩에 대한 극단적 호평들을 보면서 난 홀로 갸우뚱했다. 솔직히 어느 쪽이 내 취향이었느냐 묻는다면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쪽이었기 때문. 이 영화의 인간 파트가 굉장히 민폐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고, 허술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간 파트를 통째로 포기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콩: 스컬 아일랜드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인간 파트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걸 포기해버리고 고질라와 킹콩의 싸움에만 집중하는 건 솔직히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대 괴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예 인간 파트를 빼고 괴수만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다채롭게 꾸며낼 영화가 되려면 꽤나 지양해야 할 태도다. 퍼시픽 림을 떠올려보시라. 이 영화가 로봇과 괴수의 싸움에만 ..

영화 젠틀맨 (2020) 미국, 영국, 러시아 그리고 아일랜드

가이 리치는 아직 살아있다. 영화 젠틀맨을 보고 먼저 떠올린 문장이다. 언젠 죽었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그의 개성이 미세하게 묻어나던 알라딘을 보고 나면 죽은 거 아닌가 걱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킹 아서와 맨 프롬 엉클이 실패하고 모든 걸 놔버린 게 아닌가 해서 바싹 긴장했었다. 다행히 가이 리치는 젠틀맨을 연출함으로써 알라딘은 그저 일종의 일탈이었다고 고백한다. (알라딘이 재미없는 작품이란 얘기는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길) 젠틀맨은 그야말로 가이 리치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니까, 셜록 홈즈, 맨 프롬 엉클, 킹 아서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가지고 한껏 펼쳐낼 수 있는 조건이 아닌, 저예산으로 영국에서 연기파 배우들을 데려다 날카롭게 찍은 범죄 스릴러. 익살스럽고 엉뚱하며 코믹하면서도 잔..

영화 리스타트 (2021) 왜 보스 레벨이 아닐까

영화 리스타트는 의문 부호가 잔뜩 떠오르는 작품이다. 일단,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왜 제목이 리스타트인가'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구세대 게임의 공략을 스토리에 차용한 작품이고, 따라서 원제인 '보스 레벨'이 더 작품에 어울린다. 꼭 제목을 바꿔야 했다면 '최종 보스'나 '마지막 스테이지'와 같은 게임에 써볼 만한 용어를 쓰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나라면 '투 비 컨티뉴'라고 지었을 것이다. 영화 자체는 즐길 만하다. 게임이 컨셉인 만큼 여러 아이템이 사방에 배치되어,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다가 아이템의 존재를 깨달아 새로운 공략법을 찾아낸다. 미스테리가 풀리는 과정이 짜릿하진 않지만, 부성애를 섞어서 나름 감동적으로 엮어냈다. 다소 벙찌는 엔딩이 아쉽긴한데, 이 정도면 킬링타임으로 나쁘진 않다. 자..

영화/리뷰 2021.06.08

그립고 또 그리운 여름 극장, 그 행복했던 피서지

여름 극장이 너무 그립다. 스무스하게 나오는 에어컨 바람과 공기청정기를 돌릴 때 맡을 수 있는 묘한 시트 냄새, 처음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미세하게 깔리는 화이트 노이즈. 여름의 극장은 황홀한 피서처였다. 아직도 한여름 극장에서 다크나이트를 봤을 때가 잊히질 않는다. 화이트 노이즈의 끝에 조용히 나오는 파란 불꽃과 쿵, 쿵하고 차분하게 울리는 우퍼 소리, 배트맨 로고가 사라진 뒤 쿠쿵! 하며 펼쳐지는 공중 촬영과 조커의 뒤를 쫓는 카메라 워크. 한스 짐머의 찌-잉하는 OST 구성. 점차 잦아드는 관객석의 소리. 모든 것들이 다 그립다. 작년 여름에는 이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마스크가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스크 때문에 작년, 올해 합쳐서 극장을 찾은 게 5회뿐이다. 올해는 과연 마스크 ..

모범시민 (2009) 바닷물 같은 영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범시민 감독판 블루레이를 다시 꺼내봤다. 아, 답답하다. 패기 넘치고 스릴 넘치게 구성된 전반부와 엉성하고 힘이 빠지는 후반부. 모범시민의 영화적 완성도는 극과 극을 달린다. 스파이들조차 존경하는 컨설턴트가 짜 놓았다는 트랩의 수준이 참담한 수준이라는 게 제일 문제. 10년 동안 법률 공부도 상당히 했다는 설정도 전개에 그다지 써먹질 않은 탓에 머리를 굴려볼 구석조차 별로 없다. 심지어는 메인 빌런이 정의롭기라도 한 것처럼 엔딩의 한 축을 장식하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 사실, 이건 이미 모범시민을 여러 차례 감상한 뒤라 명백하게 기억하고 있는 바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압도적인 전반부 때문. 자비 따윈 어디에도 없는 다크 히어로 그 자체의 주인공이 특정 조건..

영화/리뷰 2021.06.05

워너 브라더스를 '안티 스나이더'라고 부른 잭 스나이더

재훈 님으로부터 잭 스나이더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그러니까,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을 만들 당시에도 워너 브라더스의 방해를 많이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워너는 모회사인 AT&T가 HBO MAX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조차 '몰래' 방해하려 했던 것이다. 잭 스나이더는 워너가 겉으로는 뭐든 지원하겠다는 것처럼 굴었지만, 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잭 스나이더의 말이 맞다면(워너에서 아무런 반박도 안 하는 걸 보아 맞는 모양이다) 스나이더컷의 엔딩에 그린 랜턴이 아닌 마샨 맨헌터로 교체된 이유는 단순히 그린랜턴 군단 드라마에 영향을 줄까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스나이더컷을 망쳐놓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솔직히 마지막에 잠깐 얼굴 나온다고 드라마에 영향을 ..

엽문2 (2010) 과하면 없는 것만도 못하다던가

영국산 사이코패스와 엽문의 대결. 엽문2의 하이라이트는 이 엉뚱한 대결으로 근사하게 흘러갈 뻔했던 이야기를 엉망으로 만든다. 전반부 엽문2의 핵심은 '갈등'에 있었다. 전작인 엽문이 갈등 요소를 엽문의 압도적인 실력과 '일본 뿌리기'로 배제해버리는 바람에 조금 허무했던 것과 달리 엽문2는 엽문과 홍콩에 자리잡고 있던 다른 사부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블랙코미디가 배제된 '사부: 영춘권 마스터'를 떠올릴 수 있을 영화가 될 뻔했다. 그러나 영화는 조금씩 밑밥을 뿌려두던 영국 권투 챔피언과 홍진남의 결투로 급반전을 이룬다. 게다가 챔피언(을 비롯한 주변 영국인들)이 완벽한 사이코패스라서 홍콩영화에서 자주 봤던 국수주의적 전개와도 차별화된다. 과하다는 얘기다. 영춘권과 홍가권은 홍콩을 중심으로 퍼진 대표적인 무..

오랜만에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잡소리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영화다. 스토리의 구조든 감정선이든 상징이든 간에 잘 캐치해서 잘 펼쳐놓긴 했는데, 디테일이 참 아쉽다. 마치 마감을 대충 해놓은 명품백 같은 느낌. 게다가 여러가지 신선한 것들이 잔뜩 있어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 중에 유일하게 신선함이 배제된 작품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엔 우물과 같은 상징들에 전율하곤 했는데, 반복해서 감상하다 보니 이것도 뻔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꾸준히 보는 이유는 아이맥스로 만들어낸 시원한 영상과 캣우먼 되시겠다. 내게 있어서 역대 최고의 캣우먼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앤 해서웨이다. 볼 때마다 도발적이고 우아한 자태에 놀라곤 한다.

영화/리뷰 2021.06.02

아미 오브 더 데드가 초대박을 터트렸다

아미 오브 더 데드가 초대박을 터트린 모양. 1주일 동안 7200만 가구가 봤다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영화 부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서 역대 5위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에서도 1위 수성. 이 소식을 접한 한국의 잭 스나이더 헤이터들은 '기대 만큼은 안 됐네' 혹은 '성공... 한거라고 볼 수 있으려나?' 등으로 정신승리를 시전하는 중. 한편, 아미 오브 더 데드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69~71%를 왔다갔다하는데, 톱 크리틱 기준으로는 74%로 잭 스나이더 필모그래피 역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믿고 거르는 메타 크리틱에 이어 믿고 거르는 로튼 토마토가 된지 몇년 지났지만, 언제나 평론가의 증오 대상이었던 잭 스나이더의 영화가 탑 크..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 흑백 버전의 놀라움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 흑백 버전을 풀로 봤다. 이전에는 주요씬만 돌려봤었는데, 잭 스나이더가 왜 그렇게 흑백을 밀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드라마씬들을 체크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전부 봐버렸다. 흑백 아니, 그레이. 정말 아름답다. 잭 스나이더가 저스티스 리그를 두고 처음부터 흑백으로 만드는 걸 고려해서 연출했다고 말했던 건 허언이 아니었다. 흑백을 고려하지 않고 찍어놓고선 뒤늦게 흑백에 꽂혀서 일괄 보정한 경우와 거리가 한참 멀다. 최근 비슷한 느낌의 영화가 있다면 라이트하우스 정도가 떠오르는데, 라이트하우스는 아예 흑백으로 찍은 영화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전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그 흑백. 정확히 말하면 회색. 그래서 블랙 앤 화이트 버전이 아니라 그레이 버전이라 부르고, 한국에선 '회색의 ..

다크나이트, 테넷 등 블루레이의 아이맥스 시퀀스

오랜만에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니 이 영화의 아이맥스 시퀀스에 대해 실망감이 조금 생겨났다. 경이로운 체험이었던 당시와 다르게 이제 아이맥스로 촬영한 영화가 꽤 많아졌고, 디지털 촬영기기의 발전으로 고화질에 익숙해졌기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면 다크나이트 블루레이는 아이맥스 시퀀스에도 샤픈 필터를 먹여놨다. 블루레이가 나온 당시엔 분명히 아이맥스 시퀀스와 35mm 시퀀스의 화질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35mm에만 샤픈 필터를 먹였다는 얘길 많이 했었는데, 이후 아이맥스로 촬영한 영화들과 그 블루레이가 잔뜩 나오면서 비교 대상이 생겼고,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테넷, 원더우먼 1984 등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아리의 디지털 아이맥..

아미 오브 더 데드, 또 다시 저평가되는 잭 스나이더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드디어 봤다. 그간 온갖 반응이 쏟아져나왔는데,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바람에 어느 한 쪽의 분위기에 쏠리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천천히 봤다.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간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과 달리 리뷰의 내용이 길어질 것 같지도 않고. 아래로는 아미 오브 더 데드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므로 주의. 잭 스나이더의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뭘까? 스토리텔링 기법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잭 스나이더는 스토리텔링을 영상으로 한다. 영상을 텍스트 삼아서 내러티브를 써내려간다는 의미다. 잭 스나이더 스타일 스토리텔링의 아주 쉬운 사례, 혹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례를 보자면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두 히어로가 대결할 때 배트맨이 슈퍼맨의 공격을 너무 손쉽게 막아..

영화/리뷰 2021.05.28

영화 마루타, 흑태양 731을 미성년자에게 보여준 교사

난 아직도 중국에서 만드는 2차 세계대전 영화를 조금 무서워한다. 사상 같은 게 문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감상한 중국의 2차 세계대전 영화는 마루타 부대를 다루는 영화였다. 당시엔 제목이 '마루타'였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실제 제목은 '흑태양 731'이라고 한다. 흑태양 731은 내용이라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당시 731 마루타 부대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생체 실험을 영상으로 담은 게 전부다. 동물의 내장이나 병원에서 얻은 뼈 등을 이용해서 고어씬을 묘사하고, 그걸 전부 아주 밝은 조명 아래에서 고스란히 비추다 보니까 겨우 14살이었던 내겐 실제인지 가짜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냥 실제 생체실험을 눈 앞에서 보는 듯한 기분에 구역질이 났는데, 자막조차 없던 무삭제..

배트맨 비긴즈 번역, 리마스터링에 대한 잡설

오랜만에 배트맨 비긴즈를 봤다. 영화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그간 워낙 많은 이야기를 했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작품이니까. 그런데 번역에 대해서는 이참에 말해두고 싶다. 배트맨 비긴즈의 번역은 이번 리마스터링에서 약간 개선을 한 듯하지만, 엉망진창인 건 변함이 없다. 라스 알굴의 "네가 날 죽일 수 있을까?(실제 대사는 Have u finally learned to do what is necessary로 영화 초반에 브루스 웨인이 살인자 농부를 처형하지 않은 것을 수미상관식으로 대꾸하는 것이다.)"로 대변되는 영화 전반에 걸친 오역들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테넷의 오역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준다. 어쨌든 본편인 화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배트맨 비긴즈 리마스터링은 정말 ..

아미 오브 더 데드에 호의적인 로튼 토마토의 평론가들

아미 오브 더 데드를 아직 안 봤다. 지금 보면 분위기에 휩쓸릴 것 같아서 안 보고 있다. 나중에 볼 예정이다. 다만 재미있는 현상이 보여서 글을 적어본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잭 스나이더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특이한 평가를 얻고 있는 영화다. 일단 로튼 토마토 평론가 평점과 대중의 평점이 거의 일치한다. 양쪽 모두 대충 10점 만점에 6.2점 정도의 점수를 주고 있다. 아시다시피 대중의 평점 6.2는 정말 안 좋은 점수고, 평론가의 6.2는 좀비 영화에 있어선 대단히 높은 점수다. 게다가 그간 잭 스나이더의 영화는 대중의 평가가 평론가의 평가보다 훨씬 높은 경향이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잭 스나이더의 영화 중 탑 크리틱의 반응이 전체 크리틱의 반응보다 훨씬 좋은 최초의 영화다. 왓치맨이나 30..

버즈 오브 프레이, 이젠 평론가 믿으면 큰일 난다

평론가들을 마냥 믿는 게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이건 좀 쇼킹하다. 버즈 오브 프레이를 첫 감상했던 당시에 실망한 건 그저 내가 컨디션이 아주 안 좋았기 때문이려니 했다. 평론가들이 이토록 호평한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구석이 있다는 얘기가 있음에도 내가 놓쳤다는 뜻일 수 있으니 할리 퀸에 대한 의리(?)로 다시 감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블루레이를 구매해 두 번째 감상을 시도한 것이다. 부제에 할리 퀸이 들어간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버즈 오브 프레이'라는 자경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할리퀸과 엮었기 때문에 버즈 오브 프레이인데, 버즈 오브 프레이의 구성원들은 이렇다 할 갈등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완벽하게 따로 놀며, 할리퀸 역시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갈등은커녕 얼굴조차 클라이맥스에 들..

확장판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을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

1.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마사' 한 방에 갈등이 일시 해결된 것을 두고 오히려 되묻는 여성팬을 봤다. "아니, 이게 왜 이상해요? 영리하고 감동적인데?" 영화를 평소 안 보는 사람들이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닌 사람이라서 신기하다. 나처럼 대사의 뉘앙스에 집중해서 '해석'해서 내린 평가가 아니라 그냥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스탠스. "마사 문제로 욕을 엄청 먹었어요" 라고 말해주자,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요? 왜 그러지?" "님아가 좋아하는 데드풀2에서도 마사 드립을 조롱했는데, 기억이 안 나요?" "아 그게 이걸 조롱하는 거였어요? 그러고 보니까 느금마사 기억나네요. 그런데 정작 보니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이게 왜 이상해요?" 최근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이 화제가 되자 그간 배트맨 대 슈퍼맨..

킬러의 보디가드 (2017) 예쁘고 화려하고 가볍다

뭘 보고 잘까 고민만 거듭하다가 이러다 아무것도 못 보고 자게 생겼구나 싶어서 냅다 아무거나 집은 영화가 킬러의 보디가드. 최근 킬러의 와이프의 보디가드, 그러니까 킬러의 보디가드2 아니 킬러들의 보디가드.... 뭐가 됐던 그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다시 감상하려고 각 잡던 타이틀이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영화는 유럽의 아리따운 자태를 마냥 예쁘게 펼쳐낸다. 암스테르담 액션을 비롯 일부 장면에 사용된 레드 에픽 드래곤은 꽤나 노골적으로 '유럽에 관광오세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리 알렉사 XT 촬영분의 아나몰픽 렌즈 왜곡에 의한 화질 저하가 레드 에픽 드래곤의 놀라운 색농도, 선예도와 극단적으로 비교되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띄는 편이다. 레드 에픽 드래곤이 사용된 장면은 대부분 유럽의 관광지를 비추..

영화/리뷰 2021.05.14

영화 브이아이피 (2017) 그릇된 집단지성의 희생양

박훈정은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각본가로 시네필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록 두 영화 모두 각본이 상당히 각색되긴 했지만, 싸이코패스 살인마에 얽힌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의 다툼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악마를 보았다의 '울면서 웃는' 서글픈 엔딩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런 박훈정이 각본가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그에 얽혀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이들을 그려냈으니 바로 브이아이피다. 브이아이피는 저평가된 영화다. 개봉 당시엔 래디컬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었는데, 살인의 대상이 된 여성을 지나치게 희롱한다는 이유로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수입사가 윈드리버의 겁탈 장면을 편집해서 개봉한 걸 칭찬하던 시기다. 끔찍한 검열의 기억.) 싸이코패스가 악랄한 짓을 하는 걸 보여줘서 불..

영화/리뷰 2021.05.12

오리지널 스코어 OST, 이제 영화와 분리하지 않는 게 트렌드

언젠가부터 영화 음악은 하나의 효과음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그저 음악만으로 성립할 수 있었던 2000년대까지와 달리, 무성 영화 시절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한껏 대변하고 효과음까지 포함하고 있던 영화 음악과 꼭 닮았다. 이런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한스 짐머의 다크나이트부터라고 생각한다. 오프닝 조커 테마의 짜릿한 체험은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끼쳤으며, 그 가운데엔 정키 XL이 음악 감독을 맡은 매드맥스와 같은 영화도 있었다. 이후 정키 XL은 한스 짐머와 배트맨 대 슈퍼맨을 함께 작업하며 OST와 효과음을 겸하는 영화 음악을 재차 실천한다. 한스 짐머는 셜록 홈즈의 음악을 맡아 셜록 캐릭터에 익살스러움을 더했는데, 이는 채플린 시절 음악의 장대한 연장선이라 할 법했다. 채플린의 영향을 한..

콩: 스컬 아일랜드 (2017) 메타포에 희생된 것들의 집합

오랜만에 몬스터 유니버스에 불이 붙어서 콩: 스컬 아일랜드를 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질라 VS. 콩을 보고 전작들이 기억이 안 나서 재탕한 거다. 재탕 안 하면 쓸 거리가 기시감 말곤 떠오르지 않는 작품이었던지라. 엄밀하게 말해서 콩: 스컬 아일랜드는 성공적이라 하기 어렵다. 아마 괴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간들의 역할을 약하게 한 것을 굉장히 반갑게 여길 수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인간이 아예 안 나온다면 모를까, 나온 이상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고질라 2014가 이 부분은 잘했다. 주인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냈고, 마지막엔 고질라와의 교감에도 성공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인간들의 비중이 막대함에도 극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고, 그저 메타포를 위해서만 작용..

영화/리뷰 2021.05.08

3년 만에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한 한국 영화계

그래도 필름이 최고라면서 주로 필름을 찾던 영화계가 디지털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08년 레드 원 카메라가 나왔을 때고, 얼마 안 있어서 필름과 가장 흡사한 영상을 뽑아준다는 아리 알렉사 카메라가 등장하며 디지털 촬영 중흥기를 이끌었다. 한국에서 레드 원 카메라를 처음 사용한 영화가 2009년의 국가대표. 2010년에는 드라마 추노가 레드 원 카메라로 찍어서 시네마 디지털 기기가 대중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럼 현재는 어떨까? 헐리우드나 유럽의 영화계에선 2021년인 지금도 필름을 고집하는 감독들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필름 영화를 고집하는 감독들과 코닥 측에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나 잭 스나이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이 필름 애호가. 그러나 한국은 현..

영화 진삼국무쌍 (2021) 초선을 연기한 구리나자

홍콩에서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며 그렇게 홍보하던 진삼국무쌍이 3년이나 걸려 이제야 개봉했다는 모양이다. 뜬금없이 구리나자의 사진이 올라왔길래 처음엔 진삼국무쌍 게임의 모델이 되었나 했는데, 영화판에 구리나자가 초선 역할로 특별출연했다는 정보였다. 소녀시대 윤아의 팬이라면 알 텐데, 구리나자는 윤아 주연의 무신 조자룡에서 초선 역할로 나온 적이 있다. 감독이 무신 조자룡을 보고 구리나자에게 특별출연을 제안한 건지는 정보가 없어서(라기보다 중국어를 몰라서) 모르겠다. 여포 역할을 맡아서 깃을 휘날리는 저 양반은 홍콩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고천락. 액션 배우라기보다 연기 쪽에 특화된 배우기 때문에 딱히 액션을 기대하진 않는다. (무협 드라마로 이름 좀 날렸던 형님이지만, 몸 움직임이 좋다고 ..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 3회차 감상하고 끄적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3회차. 1. 1회차보다 2회차가 더 짧게 느껴졌고, 2회차보다 3회차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2. 볼수록 제작비가 아쉽다. 워너 브라더스가 온전하게 처음부터 잭 스나이더의 플랜을 밀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을 합친 제작비를 따져보니 3억 7천만 달러다. 게다가 스나이더컷의 VFX 퀄리티는 이미 완성되어 있던 것들과 스테판울프 갑옷을 제외하면 엄밀히 말해 수준 미달이다. 3. 개인적으로 사이보그 파트가 정말 마음에 든다. 다소 서글픈 사이보그의 테마가 흘러나오며 교차편집에 내레이션이 곁들여지는데, 마법처럼 집중력이 확 오른다. 참 아름답게 꾸며진 시퀀스다. 4. 스나이더버스가 기적처럼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는 건 원더우먼이 아니..

영화/리뷰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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