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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2018) 처절한 시대 비판

즈라더 2021. 6. 22. 18:00

 본래 3편이 나오면 다시 보려고 사뒀던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블루레이인데, 아무래도 3편이 사실상 무산된 듯해서 얼른 봤다.

 

 파괴적인 설정이다.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사실상 미국 정치권을 겨냥해서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밀어붙였다. 영화는 카르텔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중동의 폭탄 테러범을 고용해 미국에 폭탄 테러를 일으킨다는 충격적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르텔이 미국을 공격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 911 사태 이후, 코카인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국경 보안이 강화되어 공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코카인 가격이 폭등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이익을 누리려고 한다는 구조다. 911 사태 당시엔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 시장을 장악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반독점 상태. 또한, 미국 시민들이 코카인 밀매를 적극적으로 돕는 상황일 정도라서 공급이 부족해질 리 없다. 즉, 테러를 일으킴으로써 코카인 가격을 폭등시킨 뒤 마약 시장을 교란하려는 고급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코카인의 가격은 폭등하지만 공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멕시코 카르텔은 그다지 고생하지 않고도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미국인들의 돈은 엄청난 규모로 카르텔에 흘러들어 간다.

 

 극단적이다. 테일러 쉐리던은 1편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개봉 이후로도 계속 악화되어갈 뿐인 멕시코 카르텔 문제에 대해 훨씬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영화 속 카르텔은 사실상 멕시코 안에 생긴 국가다. 군대를 투입해 후아레즈 일대를 밀어버리고 미국의 도시를 건설한다면 모를까, 어떻게 해도 처리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얘기다. 미국을 공격한다라. 일개 범죄 조직이 생각해낼 수 있는 접근법이 아니다. 그리고 테일러 쉐리던은 현실의 멕시코 카르텔도 이미 이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에 대해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영화 후반부는 처절하고 맹렬한 비난이다. 한 번 시작된 비밀 작전을 중간에 틀어졌다는 이유로 취소해버리는 미국 정부의 모호함을 연출하고 비웃는다. 수천만 명의 히스패닉이 가지고 있는 투표권이 두려워서, 그리고 그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에 의한 탄핵 소추가 두려워서 대통령이나 되는 인물이 모호한 타이밍에 작전을 취소하고 흔적을 지우라고 말한다. 나선형처럼 엮인 영화의 구조를 서술하면서 히스패닉도 아닌 여성이 차에 아기를 태우고 카르텔과 협력하는 광경을 비춘다. 사태는 끔찍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었고, 멕시코 카르텔의 권력은 이미 미국 심장부에 도달했다.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이런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묻는 단계에서 영화를 끊는다. 마치 매트릭스: 리로디드와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관계처럼 영화는 중간에 뚝 끊긴다. 물론, 이는 영화적으로 볼 때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다.

 

 설정과 전개에서 보이는 시대상 반영과 별개로,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전편에 비해 많이 부족한 속편이다. 본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쇼킹한 성공을 이룬 것은 멕시코 카르텔의 현실을 반영한 것과 그 현실에 대해 시니컬하게 대응하는 미국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야말로 비정한 태도로 '복수에 만족감이란 없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낸다. 이제 카르텔엔 일종의 극약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이를 위해 몇몇 인물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서 그렸다. 그러나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캐릭터에 감정이 돋아나 있다. 전편에서 어린아이들까지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잔혹하게 살해하던 알레한드로는 이번 작품에선 원수의 딸을 데리고 대부를 자처한다. 필요하면 모든 걸 잘라낼 수 있을 것 같던 맷은 알레한드로에 대해 집착을 보인다.

 

 어쩌면 이게 테일러 쉐리던의 본래 의도일 지도 모른다. 그의 각본들을 살펴보면 담담하게 그려지더라도 다분히 감정에 집중하는 관계를 만들어놓는다. 오로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만이 그토록 냉정했다. 드니 빌뇌브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야 할 듯하다.

 

 시카리오의 제작진은 올해 봄 혹은 여름에는 3편의 제작이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름을 맞이한 지금 시점에도 제작 예정이란 이야기조차 안 나오고 있다. 베네치오 델토로는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간 작품만 2개고, 조슈 브롤린 역시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는 작품이 있다. 어떻게 봐도 올해 제작에 들어가는 건 무리다. 이대로라면 제작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하 스크린샷은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다소 들쭉날쭉한 면이 있지만, 나쁘지 않은 편의 화질이고, 본인이 가진 디스플레이의 암부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장면이 여럿 존재한다.

 

3편이 무조건 나와야 하는 작품이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