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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번역, 리마스터링에 대한 잡설

즈라더 2021. 5. 26. 12:00

 오랜만에 배트맨 비긴즈를 봤다. 영화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그간 워낙 많은 이야기를 했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작품이니까. 그런데 번역에 대해서는 이참에 말해두고 싶다. 배트맨 비긴즈의 번역은 이번 리마스터링에서 약간 개선을 한 듯하지만, 엉망진창인 건 변함이 없다. 라스 알굴의 "네가 날 죽일 수 있을까?(실제 대사는 Have u finally learned to do what is necessary로 영화 초반에 브루스 웨인이 살인자 농부를 처형하지 않은 것을 수미상관식으로 대꾸하는 것이다.)"로 대변되는 영화 전반에 걸친 오역들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테넷의 오역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준다. 

 

목이 안 돌아가던 수트 시절의 배트맨


 어쨌든 본편인 화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배트맨 비긴즈 리마스터링은 정말 리마스터링이다. 기존판은 블루레이와 HD DVD가 경쟁하던 시기에 '통일된 소스'로 제작되었던 타이틀로 저화질 때문에 악명을 떨쳤다. 영상 전반에 걸쳐서 블록노이즈가 나타난 데다 당연히 그윽하게 드러나야 할 필름 그레인 역시 소화하지 못했다. 이번 리마스터링 타이틀은 이러한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해서 돌아왔다. 블록노이즈가 보이지 않고, 밴딩 현상도 많이 억제되었으며 그윽한 필름 그레인 역시 확인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기존판 배트맨 비긴즈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던 색번짐 현상이 완전히 고쳐진 것이 확인된다. 또한, 일부 장면에서 레드와 옐로우로 치우쳐 뭉개지던 RGB 밸런스도 고쳐져서 눈이 몹시 편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타이틀을 다시 마스터링한 것은 확실하다.


 다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유의 필름 학대(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가 기능한 건지 해상력이 한참 떨어진다. 물론 기존판보단 개선되었는데 이게 색상을 정상적으로 조정하고 비트레이트가 높아지면서 생긴 깔끔함인지 아니면 진짜로 4K DI를 다시 제작하면서 해상력이 좋아진 건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수준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건드리기 이전의 기본부터 아나몰픽 렌즈 사용으로 인한 광각 왜곡 현상과 필름을 펼쳐 늘릴 때의 필름 손상이 상당한 상태였을 테니 이래저래 악조건이었던 셈.


 참고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필름 망가트리기는 인터스텔라까지도 계속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름 망가트리기를 멈춘 게 아니라 덩케르크부터 35mm 필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65mm, 70mm, 아이맥스 필름을 사용해서 화질 저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