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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스코어 OST, 이제 영화와 분리하지 않는 게 트렌드

즈라더 2021. 5. 10. 12:00

 언젠가부터 영화 음악은 하나의 효과음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그저 음악만으로 성립할 수 있었던 2000년대까지와 달리, 무성 영화 시절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한껏 대변하고 효과음까지 포함하고 있던 영화 음악과 꼭 닮았다. 


 이런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한스 짐머의 다크나이트부터라고 생각한다. 오프닝 조커 테마의 짜릿한 체험은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끼쳤으며, 그 가운데엔 정키 XL이 음악 감독을 맡은 매드맥스와 같은 영화도 있었다. 이후 정키 XL은 한스 짐머와 배트맨 대 슈퍼맨을 함께 작업하며 OST와 효과음을 겸하는 영화 음악을 재차 실천한다.

 

이 장면은 영상도 대단히 멋졌지만, OST의 힘도 대단했다


 한스 짐머는 셜록 홈즈의 음악을 맡아 셜록 캐릭터에 익살스러움을 더했는데, 이는 채플린 시절 음악의 장대한 연장선이라 할 법했다. 채플린의 영향을 한껏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장단을 맞춰 춤을 추는 영화의 OST를 들으며 이거야말로 영화 음악이 가야 하는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해봤다. 정작 한스 짐머 본인은 최신작인 원더우먼 1984로 태업을 했지만.


 매드맥스로 고취되었던 정키 XL은 그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OST를 완성시켰다. 비록 아마존 OST가 지나치게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영화의 OST인지 효과음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밀착되어 믹스된 사운드는 클라이막스 배트맨의 체이싱 장면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런 경향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손에서 특히 극대화한다. 여전히 다른 거장들 중엔 70~2000년대의 스타일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가 있는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음악 감독들에게 변주를 강하게 요구하는데, 덩케르크와 테넷에서 그 정도가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루드비히 고란손의 손에서 탄생한 테넷의 음악은 사실상 영화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음악과 효과음이 믹스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