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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징들이 산장에 모여 티키타카, 헤이트풀8

몰루이지 2020. 5. 12. 21:00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라면 화려한 편집조차 없이 대사 하나로만 극에 긴장감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헤이트풀8>은 그런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가 극대화된 경우로, 어쩌면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본 영화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그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는 오로지 대사만으로 극을 살벌하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곤 했는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펍씬이나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연회씬이 대표적이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카리스마를 뽐냈던 두 장면은 따로 떼어놓고 단편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큼 기승전결이 완벽하기도 하다. <헤이트풀8>은 2시간 50분에 육박하는 플레잉타임 전체를 언급한 두 장면과 같은 방식으로 꾸며놓았다. 


 <헤이트풀8>은 오하이오의 거친 눈폭풍 탓으로 산장(정확히는 산중턱의 잡화점)에 갇힌 이들이 오로지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서로에 대해 파고 들다가 파국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니 만큼 유쾌한 코미디와 기대 이상의 폭력도 담고 있으며, 스파게티 웨스턴에 대한 헌사도 가득 담겨 있다. 2연속 서부극에 최신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까지 살펴보니 쿠엔틴 타란티노가 60~80년대의 세계관에 고정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헤이트풀8>은 그의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는 특정 공간에 갇혀서 벌어지는 티키타카만큼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전개 방식이 드물기 때문이다. 나처럼 무협에 익숙한 사람은 이 영화로부터 <용문객잔>과 <소오강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거고, 모호한 선악 구분에 신분 위장 등에서 스파게티 웨스턴 특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달러 3부작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터. 그러니까 <헤이트풀8>은 그의 영화들 중에서, 심지어 킬빌보다도 더 오락적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란 얘기다.


 영화의 결말은 분명히 의미심장하지만, 해석이 너무 쉽고, 국가주의 보수의 색채를 느끼게 한다. 당장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긴 한데, 이제 하나 남은 그의 영화 세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전부 심하게 상징적이다.


 아래 스크린샷은 영화 <헤이트풀8> 정발판 블루레이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Panavision APO Panatar 렌즈, 2.55:1과 2.76:1 화면비에 65mm의 필름을 사용한 독특한 영상. 4K DI로 피니쉬한 덕분에 엄청난 고화질로 진정한 와이드 스크린을 맛볼 수 있다. 21:9 화면비의 TV나 모니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몹시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