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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너무 달랐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즈라더 2019. 6. 2. 12:00

 지금 되새겨보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인피니티 사가의 근간이 된 영화다. <퍼스트 어벤져>는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을 알리는 범작에 불과했고, <어벤져스>는 팀업 무비. 즉, 본격적인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시작된 셈인데, 그런 영화부터 정치 측면에서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덕분에 스티브 로저스를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캡틴 '유니버설'이라 해야 한단 얘기가 나왔던 것. 설사 대상이 미국이라고 해도 옳지 않은 일을 한다면, MCU의 스티브 로저스는 그걸 용납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겨났다. 


 또한, 어벤져스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존재가 통째로 날아가는 전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애초에 MCU에서 그 존재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이 놀랐다. 이미 이 시점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단초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또한, 스탠드 얼론이 없는 상태로 어벤져스 멤버가 되는 바람에 다소 희미했던 블랙 위도우의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비로소 확립되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티저 포스터를 보고 예측했던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서 당혹스러웠던 영화기도 하다. 난 이 영화가 엄청나게 질척거리고 섬뜩하며 치열한 영화가 될 줄 알았다. 마블에서 딥다크한 작품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바람에 딱 맞는 결과물이 나올 줄 알았달까. 그러나 뜻밖에도 세련된 정치 감각과 <어벤져스> 못지 않은 템포의 현란한 액션을 담은, 비교적 밝은 영화였다. MCU에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보다 나은 작품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아주 많이 달라서 당황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해주길 바랐던 것들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대신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