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논리'가 아닌, '분위기'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블레이드 러너>로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아주 완벽하게 잘 짜인 극이 아닌 데다 주제도 소설 등에선 빈번하게 끌려나오던 것들. 이런 사실 탓에 극장 개봉 당시 평론가들이 혹평을 쏟아냈고 대중마저도 극장에선 <블레이드 러너>를 외면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유니크한 분위기가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되려 개봉 이후에 걸작이란 평가를 얻어낸 것이다. 심지어 혹평했던 평론가들 중 일부는 자신의 평가를 철회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모를까, 당시 평론가가 자신의 평을 철회하고 혹평을 호평으로 엎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역시 마틴 스콜세지 감독 말마따나 영화는 '가전제품'이 아니다.
영화는 대중문화의 모든 분야가 참여하는 종합 예술. 워낙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어 단순화할 수 없으므로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우정을 쌓고 누군가와 사랑을 하는 과정에 '논리'가 없는 것처럼 영화에도 그딴 거 없다. 내가 미칠듯이 사랑하는 영화들 중엔 다른 이에게 쓰레기 취급 당하는 영화도 있는데, 그 때마다 가슴이 몹시 아프더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욕 먹으면 가슴 아픈 것처럼(이게 뭔 X소리지 싶다만).
가끔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영화를 논리의 영역으로 억지로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반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