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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아이맥스가 상술인 이유

즈라더 2019. 5. 10. 06:00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아이맥스로 예매하려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율배반적 상술에 가담하는 게 싫어서. 이 영화는 아이맥스의 장점을 대부분 포기한 작품이라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다크나이트>가 아이맥스 열풍을 불러왔을 때, 대중은 1.43:1이란 4:3 TV에 가까운 화면비와 뛰어난 화질에 주목했다. TV의 등장 이후 비스타비전(1.85:1), 시네마스코프(2.39:1)로 발전해온 영화의 화면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얼마 안 있어서 대중은 '중요한 건 화면비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아이맥스 화면비의 인기를 틈타 1.37:1의 화면비로 개봉한 영화들이 오히려 답답하다는 평가를 얻고 무너진 게 그 증거다. 중요한 건 단순한 화면비가 아니라 화각과 화질이었던 것.


 필름의 화질은 크게 나눠서 16mm < 35mm < 65mm < 아이맥스 순이다. 여기서 숫자는 필름의 크기를 의미하고, 이는 화질과 직결되는데, 아이맥스는 35mm 필름의 4배에 육박한다. 영화 촬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35mm 필름. 디지털로 환산했을 때 4K(4K TV의 그 4K 맞다)를 최대치로 잡는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아이맥스 필름의 화질은 16K에 가까운 셈이다. <다크나이트>는 이런 고화질을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화제가 안 될 리가 있는가.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같은 아이맥스 카메라여도 필름이 아닌 디지털로 촬영한 탓에 아주 다르다.



 엄청난 크기, 무게의 필름과 끔찍한 소음의 카메라, 보관과 운반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등 아이맥스 필름이 고화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는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이는 아이맥스에 금전적 치명타를 날렸다. 결국, 아이맥스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을 선택한다. 그 첫 번째가 아이맥스 영사기를 디지털화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아이맥스 카메라 자체를 디지털로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는 현재 디지털 기술이 아이맥스의 화질을 쫓으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 아이맥스가 아리와 협력해서 제작한 디지털 아이맥스 카메라가 6.5K에 불과하다. 고화질이 장점인 아이맥스가 화질을 포기한 셈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바로 6.5K 수준의 디지털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영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항상 그런 것처럼 각본 수정과 재촬영을 수도 없이 해가며 완성된 영화다. 이런 영화가 지니는 공통점은 최종 편집을 2K로 완성한다는 것. 4K로 제작하면 CG 처리와 편집 과정에 시간과 제작비가 아주 많이 들어가는 탓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역시 당연하다는 듯 2K로 완성되었다. 물론, 2K로 찍고 2K로 완성한 것과 6.5K로 찍고 2K로 완성한 게 같을 순 없다. 후자가 훨씬 뛰어난 화질을 보여줄 거고, 아리가 아이맥스와 협력해서 만들어낸 카메라는 해상도 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속 편한 카메라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다크나이트>가 보여줬던 아이맥스 필름의 무지막지한 화질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만나볼 수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업스케일링 기능을 이용하지 않으면 4K TV에서도 화질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아이맥스 측은 이런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서 화면비로 '차별 상술'을 펼친다. 아이맥스관에서만 1.9:1의 화면비로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슬프게도 대단한 차이는 아니다. 1.9:1은 2.39:1보다야 넓지만 1.85:1보다 좁은 비율이기 때문이다. 아이맥스 필름보다 한참 못 한 영상을 가져다놓고선 그다지 시원하지도 않은 화면비로 승부를 걸었다. 내가 보기에 이건 수지타산이 안 맞다.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른다. 그저 아이맥스 상영관이니까,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었다고 하니까 더 좋겠지하는 믿음이 생겨서 유행처럼 휘둘릴 뿐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보는 게 맞을까하는 고민을 거듭한다. 고화질이 무기인 아이맥스가 저화질을 선택하는 바람에 일어난 이율배반적 현실. 적어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아이맥스엔 17000원의 가치가 없다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다. 


뱀다리) 현재 CGV엔 필름 아이맥스 상영관이 없다. 전부 디지털 영사기로 바꿨다. 이후 아이맥스 상영관엔 아예 관심을 안 두는 사람이 아주 많다. 어차피 지금의 아이맥스 상영관은 '조금 더 나은 3D 상영관'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아이맥스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무시하는 쪽이 상식 있는 행동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