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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주먹구구식 영화가 아닐까

즈라더 2019. 5. 19. 06:00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n회차 찍고 해보는 소소한 끄적임.


 스포일러 주의!




1. 영화가 너무 짧다. 3시간이라고 했을 때 콧웃음 쳤던 이유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때와 마찬가지로 크레딧이 엄청나게 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VFX의 규모, 제작진 규모, 배우가 데려온 스탭 규모가 다른 블록버스터의 다섯, 여섯 배는 된다. 크레딧이 미칠듯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상영시간은 다른 3시간짜리 영화보다 더 짧다. 게다가 내용을 보면 최소 3시간 반 정도 되어야 필요한 것들을 전부 다룰 수 있었을 터. 결국, 팬서비스랍시고 이것저것 대충 넘어가고 나서야 3시간이 한참 안 되는 시간에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MCU의 팬이 아닌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2. '캡틴 아메리카가 빌런이 되면 어떨까'의 MCU의 회답이라도 되는 듯 캡틴과 캡틴이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어벤져스>의 캡틴이 "로키를 찾았다"라고 하며 서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 그간 빌런 역의 배우들은 연기하면서 캡틴을 보고 이런 느낌을 받았으려나? 진짜 무서웠다. 정작 이후에 벌어진 캡틴과 캡틴의 격투는 팬서비스에 집중하느라 힘이 쭉 빠졌지만서도.


3. 캡틴 아메리카의 결말을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감독과 각본가가 의견을 함께하지 못 했고, 여기서 MCU의 한계를 확인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스튜디오가 총괄하는 블록버스터의 고용 감독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감독의 예술임엔 틀림이 없기에 '고용'되는 것이다. 즉, 각본가가 글을 어떻게 썼건, 영상화하는 게 감독이니 만큼 각본가와 감독의 충분한 대화와 이해가 있어야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렇게 하지 못 한 데다 이를 감독과 각본가를 '고용한' 케빈 파이기 역시 적절하게 조율해내지 못 했다는 얘기다. 감독과 각본가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당에 케빈 파이기라고 다르겠는가. MCU에서 아이언맨과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캡틴 아메리카의 결말에 이런 잡음이 생기다니 이래저래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