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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소녀, 갈아엎은 소니의 의도

즈라더 2019. 7. 18. 00:00

 데이비드 핀처 감독,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등 주요 인력이 전원 하차하고 <이블 데드>와 <맨 인 더 다크>의 페데 알바레즈 감독, <더 크라운>의 클레이 포이를 데려와서 찍은 <거미줄에 걸린 소녀>.


 감독은 그렇다치더라도 배우까지 전원 바뀐 것에 대해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트위터로 입을 털었다가 꽤나 비웃음거리가 됐었는데, 그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뭐라고 했었더라. 어쨌든 그래서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개봉 전부터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솔직히 어느 쪽의 연기가 더 나았는지 얘기를 꺼내는 게 민망할 정도로 루니 마라가 나았다.


 되새겨보면 (페데 알바레즈의 - 기억도 안 나는 - 이상한 소리는 무시하고) 배우진 교체의 이유는 꽤 간단하지 않나 싶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 기대한 만큼 흥행하진 못 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라 촬영 일정 초과를 밥 먹듯이 하는 데이비드 핀처에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거물까지 쓰면서 제작비가 껑충 뛴 데다 R등급. 이들을 다시 데려왔다간 감당이 안 되겠다 싶었던 게 아닐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시엔 신인에 불과했던 루니 마라도 지금은 유수 영화제에 불려다니는 배우가 되어 있어서 그 때처럼 저렴하게 캐스팅할 수 없다.


 돈은 쓰기 싫고 판권은 있는데 이걸 어쩐다하다가 싸게 가볼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감독인 페데 알바레즈부터가 실력 있는 신인 감독이라 가성비를 따진 기용이다. 내용은 당연히 전작보다 소프트하게. 결과적으로 소니의 선택은 틀렸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이렇게 망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망했는데, 제작비가 크게 줄었음에도 손익분기점 근처조차 못 갔다. 전작과 너무 동떨어진 캐스팅, 내용이라서 전작의 팬들조차 끌어들이지 못 한 게 치명적이었던 모양이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그럭저럭 볼 만한 첩보물이었음에도 예상을 초월할 만큼 실패한 건 누가 뭐래도 소니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