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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민국 비하하다 인지부조화 걸린 일본 칼럼니스트

즈라더 2019. 8. 5. 06:00

 예전에 일본의 대중문화 칼럼니스트가 IT 경제지에 작성한 "한국이 일본과 달리 마블에 열광하는 이유"에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가 적혀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은 이전에 외국의 인기 프랜차이즈에 열광한 적이 없으며, 일본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열광했던 시기처럼 한국은 시작 단계를 밟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시작 단계'를 躁状態(아마 급성장세를 말하려고 한 모양)라는 괴상한 단어로 설명하려 한 것에서 다소 간의 악의를 느꼈지만, 정신심리학 단어로 문화 현상을 설명하려다가 헛발을 딛었구나 하고 폭소하면서 넘어갔었다.


 그런데 시일이 흐르고 일본웹 눈팅 모드로 들어갔다가 SNS에서 한국의 마블 열풍을 비웃는 걸 보고 조금 당황했다. 정말로 저 칼럼니스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구나 싶더라. 이래서 언론과 미디어가 무섭다. 칼럼니스트의 무지함 두 가지가 일부 일본인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두 가지란, 마블 열풍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임을 망각했다는 것과 한국은 마블 이전에 이미 외국의 인기 프랜차이즈가 성공한 적이 있음을 모르는 것이다.



 일본인(어쩌면 한국의 어린 세대도)들이 들으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데, 홍콩이란 도시에서 양산해낸 중국 컨텐츠가 한국의 메인 스트림을 장악했던 시기가 있었다. 80~90년대의 홍콩 영화와 중화권 드라마는 <영웅본색>, <황비홍>, <판관 포청천> 등을 앞장세워 한국 대중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한국의 연예인보다 홍콩과 대만 연예인이 인기가 많았던 시기가 있을 지경이고, 홍콩 연예인들은 한국에 왔다 하면 방송가로부터 국빈 대접을 받았다. 배우 박은혜가 데뷔했을 때 '한국의 왕조현'으로 홍보했을 지경이다. 하기사, 이게 벌써 30년 전의 이야기니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즉, 한국은 외국의 대중문화에 인색하지 않다. 코드에 맞고 재미있는 거라면 '과도하게' 받아들인 적도 있는 나라다. 사실, 저 칼럼니스트가 언급한 <스타워즈> 역시 한국에서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을 유지했다. 일본에서 <스타워즈>가 얼마나 국민적 열풍을 이끌어냈는지 현지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 역시 아무리 인기가 없는 장르라해도 헐리우드의 인기 프랜차이즈면 웬만해선 호응이 있다.



 무엇보다 저 칼럼니스트의 글은 시대착오다. 너무 늦게 나왔다. 우리나라는 마블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먼저 흥했다. <트랜스포머>가 1편부터 3편까지 전부 700만 명이 넘는 초대박을 터트린 게 한국이고, 일본보다 약 1.5~2배 정도 더 많은 흥행 수익을 올렸다. <트랜스포머> 당시에 칼럼이 나왔다면 그나마 피식 웃고 말겠지만, 이제와서 저런 칼럼을 적어놨으니 폭소할 수밖에. 칼럼을 적으려면 그 대상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물론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려던 거라면 되려 영리하다 하겠지만.



뱀다리) 얼마 전 대만의 예능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 한국에 8조 달러를 배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대만에 혐한을 불러일으켰던 대만 미디어가 다시 가동을 한 것이다. 한참 혐한 열풍이 불던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까지, 대만 미디어의 혐한 선동에 낚였던 대만인들은 이제와서 사실확인을 해보니까 맞는 게 하나도 없다며 대만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들이 타이밍 맞춰서 다시 시작된 대만 미디어의 여론 만들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시즌2를 찍고 있으려나? 미디어와 언론이 위험한 이유를 대만이 몸소 설명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