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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감독판 블루레이, 짝퉁도 이런 스타일이라면야

즈라더 2019. 9. 13. 06:00

 극장판과 뭐가 다른가 살펴봤지만, 딱히 크게 다른 걸 찾을 수 없었던 <영웅> 감독판. 내가 보기에 감독판이라기보다 미국판이란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한자로 나와야 하는 오프닝과 엔딩의 시대 소개 문구가 전부 영어로 나오는 걸 보아 미국에 맞춰서 재편집한 판본인 듯. <영웅>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외국어 영화기도 하다.

 

 다소 얼빵한 만듦새에 '나 와호장룡 따라했어요'를 대놓고 떠벌이는 영화지만, 화제가 될 만한 것들이 참 많았다. 색깔 덕후 장예모 감독이 듬직한 물량을 뒤에 업고 그림을 그려놓은 덕에 나름 영상 좀 볼 줄 안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저 색깔은 그 색깔이 아니라고'와 같은 논쟁을 벌였고, 언젠가부터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뒷전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극장 환경에 따라 색상톤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런 쓸모 없는 논쟁이었다.)


 디비디로 넘어와선 놀라운 음질이 화제였다.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이나 무명이 죽간을 무너트리는 장면 등이 DTS 데몬스트레이션 디스크에 실려서 홍보의 도구로 이용됐을 정도다. 당시엔 헐리우드에도 <영웅> 정도로 화려한 사운드 디자인의 영화가 없었던 터라 '중국 영화가 이 정도까지 올라왔구나'와 같은 감탄사도 나왔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영웅>은 모든 측면에서 <와호장룡>의 열화 버전이다. 어설픈 구도와 시도 때도 들어간 초고속 촬영 등에서 무협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장예모의 어설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든 영화가 독립영화에 가까웠던 90년대 중국 본토 영화계의 연출 성격도 완전히 감추지 못 했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에 완성도 높은 - 말끔한 - 영상이 담기기 시작하는 시작하는 건 <황후화> 때부터다.


 <영웅>을 액션을 즐기기 위해 감상하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무술감독을 맡은 정소동은 본래 '포즈의 미학'에 취해있는 인물이지(<동방불패>를 떠올려보시라), 절묘하고 멋진 합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첫 번째 대결 장면인 견자단과 이연걸의 듀얼씬이 워낙 유명해서 <영웅>을 안 본 사람들은 그런 수준의 액션이 계속 나올 거라 기대하던데, 아주 높은 확률로 후회할 거라 본다. 두 사람의 대결은 오로지 견자단과 이연걸이기에 성립하는, 정소동 무술 감독의 능력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결과물이다. 두 사람의 듀얼씬 이후, 영화의 액션들은 모조리 장예모 감독의 '색'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만 이용된다. 애초에 액션의 대부분을 초고속 촬영으로 슬로우 모션을 걸어서 그렇지 분량부터가 굉장이 적다.


 이하 스크린샷은 <영웅> 감독판 블루레이 원본 사이즈 캡쳐다. 누르면 커진다. 화질은 당연히(?)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