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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인적무림, 끝무렵의 무협에 대한 견자단의 헌사

즈라더 2019. 7. 8. 00:00

 오랜만에 <일개인적무림> 블루레이를 꺼내봤다. 이래저래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라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견자단 개인의 인생과 한 때 아시아를 풍미한 무협 장르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최후의 불꽃'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일개인적무림>의 액션은 견자단이 무술 안무의 상당부분을 자신의 팀원에게 맡긴 결과물이다. 무려 30년 동안 갈고 닦은 스턴트 팀에게 기회를 주고자 함일 수도 있지만, 이미 60이 다 되어가는 그가 이전처럼 몸을 던져가며 안무를 짤 수 없다는 점이 더 커보인다. 다치면 안 되는 주연 배우가 이전보다 쉽게 다치고 잘 낫지 않는 몸이 되었는데 모든 걸 담당하는 건 무모한 일이다.


 2014년, <일개인적무림>이 나온 이후 견자단은 본인이 무술 감독을 맡지 않거나 맡더라도 스턴트 전체를 관리하는 '스턴트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즉, 견자단의 팬들이라면 <일개인적무림>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영화다. 그가 (전체는 아니어도) 무술 안무를 직접 손댄 마지막 영화일 수도 있으니까. 참고로 견자단은 이 영화로 금상장에서 무술감독상을 수상했다.



 어차피 총 앞에서 주먹, 칼은 거의 의미가 없다는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간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영화를 연출할 땐 이를 '무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관객의 이해를 바라곤 하는데, 대중의 이해심은 무한대가 아니었음이 드러나는 중이다. <일개인적무림>은 이 사실을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영화다. 무술에 대한 집착을 '시대착오'와 '미친놈'이란 단어까지 동원해 비웃고, 저물어버린 무협에 대한 그리움과 서글픔을 발산한다.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무협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작품의 9할이 손익분기 근처에도 못 간 채 그저 홍콩 안에서만 소비되는 마당이다. 그립고 서글플 수밖에.


 그래서 <일개인적무림>은 무협의 세기말에 도달한 어느 액션 배우와 주무대였던 장르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영화라 봐야 옳다. '서사에 관심이 없는 홍콩의 무념무상 액션영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 한 시나리오를 품고 있음에도 이따금씩 번뜩이는 무언가가 마음을 울리는데, 아마 이제 돌아오지 않을 그들에 대한 회한인 듯하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어느 한 순간이라도 홍콩영화 열풍에 발을 딛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게될 '안타까움'이란 감정. 이게 바로 <일개인적무림>의 장점이다.


 그나저나 <특수경찰>부터 <일개인적무림>에 이어 <추룡>까지. 견자단은 40년이란 장대한 필모그래피가 한탄스러울 만큼 연기를 못 한다. 엽문과 다른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는 순간 드러나는 발연기는 대체 언제 고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