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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 및 정보 63

쿨재팬의 프로듀스101 재팬, 후쿠시마50과 체르노빌

일본은 올림픽을 앞두고 대중문화를 통한 해외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 으로 케이팝 보이그룹을 대체할 자국 그룹을 만들어내고, 영화 (이하, 후쿠시마50)로 후쿠시마를 극복하는 일본인을 그려낸다. 은 CJ의 역대급 헛발질이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은 잘 모르겠다. 이 전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이후라서. 후쿠시마 최후의 50인을 기록하는 휴먼 드라마라고 하는데 체르노빌이 워낙 현실고발을 명확히 한 터라 어지간한 퀄리티론 자국민 외의 사람에겐 씨알도 안 먹힐 거다. 일본에 살아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을 꼭 보시라. 다행히 후쿠시마는 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니까. 일본 정부가 헛짓거리 못 하게 일본 국민이 철저히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일본 국민들에게 그럴 ..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이 존재한다

를 재감상.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노라고 이걸 또 봤나 모르겠다. 극장에서 감상하고 블루레이, 4K 블루레이까지 봤으니 3번 정도 본 셈인데, 영화 자체를 집중해서 본 건 극장에서 본 게 유일한 것 같다. 재감상할 때마다 내가 한 일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어색한 점들을 찾아헤매는 거였으니까. 그도 그럴 게 같은 장면인데 배우의 헤어 스타일이 바뀌고 흰머리 비중이 바뀌며, 몸집도 바뀐다. 배트맨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라도 된 것마냥 수트가 맞질 않아 틀어져있고, 슈퍼맨은 턱과 근육 상태가 수시로 바뀐다. VFX의 상태도 마찬가지. 헨리 카빌의 수염 문제야 워낙 유명하니까 이제 말할 필요도 없겠고, 이젠 사이보그의 CG 문제도 눈에 들어온다. 사이보그 몸의 광택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세부 묘사가 ..

잭 스나이더 넷플릭스 <아미 오브 데드>에서 필름을 포기

필름 촬영을 고수해오던 감독들이 넷플릭스를 계기로 디지털 촬영으로 넘어가는 일이 빈번한데, 까지 필름을 쓰던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 를 찍고 까지 디지털로 촬영한 게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번엔 잭 스나이더가 를 디지털로 촬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에도 일부 컷에서 구도를 위해 DSLR 카메라를 쓰긴 했지만, 99% 필름으로 찍어온 잭 스나이더다. 이나 과 같이 사이즈가 큰 영화도 필름으로 찍던 잭 스나이더가 넷플릭스와 만나 디지털로 넘어온 것. 잭 스나이더는 이 사진과 함께 RED사에 이 놀라운 카메라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립서비스긴 하지만, 저렇게 좁은 공간에 8K급 카메라와 함께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긴 할 거다. 잭 스나이더가 170cm에 패션 근육으로 단..

어벤져스: 엔드게임 부가영상을 보고 끄적임

뭐할까 고민하다가 의 VOD에 딸려 있는 스페셜피쳐(부가영상)를 보고 있다. 아마 블루레이에도 (더 고화질이겠지만) 그대로 실릴 것이다. 마냥 즐거운 영상들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스탠 리와 작품 안에서 이제 더는 볼 수 없게 된 히어로들에 대한 헌정 영상이 연달아 나온다. 원래부터 영화의 스페셜피처에 담긴 다큐멘터리들이 다 마냥 즐거운 영상은 아니지만, 이 경우는 진짜로 스탠 리와 히어로들에 대한 헌정 영상이라 아예 훌쩍거리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암만 유쾌하게 둘러대도 이제 볼 수 없는 히어로들을 맘 편히 보내주기 쉬울 리 없다. 물론, 디즈니답게 영상이 짧다. 이 빌어먹을 회사는 마블 영화의 화질과 음질을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더니 스페셜피처 분량까지 날려버리는 미친짓을 자행했다. , 블루레이에 방대한..

마블민국 비하하다 인지부조화 걸린 일본 칼럼니스트

예전에 일본의 대중문화 칼럼니스트가 IT 경제지에 작성한 "한국이 일본과 달리 마블에 열광하는 이유"에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가 적혀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은 이전에 외국의 인기 프랜차이즈에 열광한 적이 없으며, 일본이 시리즈에 열광했던 시기처럼 한국은 시작 단계를 밟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시작 단계'를 躁状態(아마 급성장세를 말하려고 한 모양)라는 괴상한 단어로 설명하려 한 것에서 다소 간의 악의를 느꼈지만, 정신심리학 단어로 문화 현상을 설명하려다가 헛발을 딛었구나 하고 폭소하면서 넘어갔었다. 그런데 시일이 흐르고 일본웹 눈팅 모드로 들어갔다가 SNS에서 한국의 마블 열풍을 비웃는 걸 보고 조금 당황했다. 정말로 저 칼럼니스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구나 싶더라. 이래서 언론과 미디어가 무섭다..

<아쿠아맨>은 제임스 완 사단의 작품이었다

에 대한 정보를 뒤적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전까진 잭 스나이더 후임으로 들어온 제프 존스가 마블의 케빈 파이기처럼 전반적인 분야를 관리한 줄 알았는데, 제임스 완 사단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핵심 프로듀서, 총괄 프로듀서, 스토리, 각본 등 모든 부분에서 제임스 완 본인이 직접 참여했거나 제임스 완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인물이 참여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소문도 있었던 것 같다. 제작 당시 크리스 테리오와 잭 스나이더가 만들었던 2부작 각본이 캔슬된 뒤 그 각본을 잭 스나이더와 제프 존스가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각본을 다시 썼다고 한다. 그러나 잭 스나이더와 제프 존스의 합작조차 마음에 안 들었던 워너 브라더스는 결국, 한참 후반 작업 중이던 잭 스나이더를 물러나게 종용하고 조스..

어벤져스: 엔드게임 네이버 시리즈 VOD로 감상

을 봤다. 역시 영화에서 가장 멍한 순간은 "이제 세상에 XX가 없다"라는 대사가 튀어나왔을 때다. 그의 모든 것들은 이제 오로지 과거에 머물 예정이고, 미래의 MCU엔 그가 없다는 허망함. 다른 사망 히어로들과 함께 '완료'되어버렸다. 후배 히어로들이 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라는 말 밖에 안 나오는 게 현실이라 문제다. 3시간 짜리 영화는 언제나 환영하는 바지만, 의 3시간은 경우가 다르다. 내가 긴 러닝타임을 환영하는 건 더 디테일해진 드라마와 확장된 액션을 기대하기 때문인데, 은 오히려 드라마와 액션을 깔끔하게 날려버리고 팬서비스 시퀀스를 한가득 넣었다. 3시간이란 메리트를 살려서 중반부를 더 치열하고 더 살벌하고 더 매섭게 그려냈다면 클라이막스의 '그 순간'이 훨씬 감동적..

<원더우먼>을 <스티브 트레버>로 만든 이유

을 볼 때마다 왜 인물 구조를 이렇게 만들어놨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스티브 트레버가 영화 전체를 완전하게 틀어쥐고 안 놔주기 때문이다. 스티브 트레버는 꼬마 다이애나 프린스에게 세상을 가르쳐주고, 달래고 설득한다. 인간의 삶이란 게 뭔지 짧은 시간 안에 다채롭게 직접 전달하며, 그 과정엔 과장조차도 없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시민이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히어로를 자처하는 바보 같은 의인.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던 1차 세계대전에 대해 자신을 비판하는 식으로 전달하는 - 자기 객관화까지 되어 있는 - 20세기 초의 시대상 그 자체다. 이런 입체적이고 우아한 캐릭터를 크리스 파인이 아주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즉, 은 원더우먼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티브 트레버의 이야기다. 이건 정말 무모한 모..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해 웃자고 하는 변명

편집의 파편화, 오글거리는 대사, 고민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트리트먼트 등 단점이 산재해있는 지만,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액션이 엉망이란 점이다. 잭 스나이더가 액션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놓아서 엉망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처럼 액션에 감이 1도 없는 작품조차 에 비하면 T.O.P다. 물론, 데이빗 에이어 감독에게도 할 말이 분명히 있을 거다. 워너 브라더스는 그에게 각본을 쓰는데 6주 밖에 주지 않았다고 한다. 캐릭터 설정이야 잭 스나이더와 데보라 스나이더가 만들어뒀을 테니 거기에 시간을 뺏기진 않았겠지만, 그렇다해도 6주는 너무 심하다. 각본을 대충 만들고 촬영 현장에서 마구 뜯어고치기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조차 각본가들에게 2~3개월은 준다. 그렇게 각본을 날로 먹었으면 감독이 재량껏 연출이라도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사랑하는 이유

을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하란 강요에 종종 당황한다. 설명할 수 없기도 하고, 설명할 게 너무 많아서기도 하다. 직접적인 대사보다 메타포와 영상으로 전개하는 특유의 스토리텔링 기법은 이 영화의 포지션을 모호하게 한다. 따라서 나 같은 사람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 접근법은 '스토리텔링에 실패했다'보다 '쓸데없이 허세 부린다'가 조금이나마 낫다고 본다. 내가 이 영화에 꽂힌 순간들을 돌이켜봤는데, 정말 끝이 없이 나온다. 그 중의 극히 일부만 적어봤다. 어린 브루스 웨인이 꿈에서 박쥐떼와 함께 떠오르며 "이 얼마나 멋진 거짓말인가"라고 말할 때 난 내가 에 환장할 거라 확신했다. 클락 켄트는 누군가가 슈퍼맨의 동상을 훼손하고 "난 브루스 웨인의 직원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브루스 웨인의 존재를 처음 인식한다..

맨 오브 스틸, 이걸 또 감상하고 끄적끄적

블루레이를 또 감상하고 끄적끄적. 1.테렌스 멜릭이 자주 써먹는 연출 기법을 끌어다 영화 전반에 뿌려놓은 잭 스나이더. 그 덕인지 은 그의 영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란 얘길 듣는 영화다. (테렌스 멜릭의 스타일은 이미 리들리 스콧, 크리스토퍼 놀란 등이 블록버스터에 이식한 바 있어서 익숙한 맛이다.) 그러니 이제와선 틀린 선택이라 주장해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 그리고 테렌스 멜릭의 영화를 참 좋아라하는 내가 테렌스 멜릭 따라했다며 계속 딴지거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냥 즐기면 될 것을. 2.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사이즈의 영화다. 2억 달러를 훌쩍 넘는 무지막지한 제작비를 쏟아부었고, 잭 스나이더는 그 제작비를 뛰어넘을 법한 사이즈를 한껏 영화에 담았다. 요새는 이런 사이즈의 영화를 보기 어렵다. ..

거미줄에 걸린 소녀, 갈아엎은 소니의 의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등 주요 인력이 전원 하차하고 와 의 페데 알바레즈 감독, 의 클레이 포이를 데려와서 찍은 . 감독은 그렇다치더라도 배우까지 전원 바뀐 것에 대해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트위터로 입을 털었다가 꽤나 비웃음거리가 됐었는데, 그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뭐라고 했었더라. 어쨌든 그래서 는 개봉 전부터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되새겨보면 (페데 알바레즈의 - 기억도 안 나는 - 이상한 소리는 무시하고) 배우진 교체의 이유는 꽤 간단하지 않나 싶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이 기대한 만큼 흥행하진 못 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라 촬영 일정 초과를 밥 먹듯이 하는 데이비드 핀처에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거물까지 쓰면서 제작비가 껑충 뛴 데다 R등급. 이들을 다..

너무 많은 걸 공란으로 남겨둔 어벤져스 엔드게임

본문엔 와 의 스포일러가 다소 담겨 있다. 를 또 봤는데, 이 얼마나 많은 걸 공란으로 남겨뒀는지 다시 깨달았다. 마치 에서 뿌려둔 것들을 으로 회수하지 않았던 워쇼스키 자매처럼 루소 형제는 그저 이야기만 나열했을 뿐이다. 게다가 사이버펑크 전쟁씬의 '레퍼런스'를 제시했고 지금까지도 후계자를 찾지 못 한 과 달리 은 인피니티 사가의 마무리라는 가치를 제외하면 신선한 구간이 별로 없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막스야 과 이란 선배의 예시를 따른 안전로에 불과했고, 어마어마하게 짧았으니까. 루소 형제는 결국, 본인들이 영화의 중요한 순간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하고 다니는 중이다. 그들은 토르와 타노스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토르가 우위를 점한 걸 두고 '타노스가 방심했을 뿐이다'라고 ..

일개인적무림, 끝무렵의 무협에 대한 견자단의 헌사

오랜만에 블루레이를 꺼내봤다. 이래저래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라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견자단 개인의 인생과 한 때 아시아를 풍미한 무협 장르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최후의 불꽃'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의 액션은 견자단이 무술 안무의 상당부분을 자신의 팀원에게 맡긴 결과물이다. 무려 30년 동안 갈고 닦은 스턴트 팀에게 기회를 주고자 함일 수도 있지만, 이미 60이 다 되어가는 그가 이전처럼 몸을 던져가며 안무를 짤 수 없다는 점이 더 커보인다. 다치면 안 되는 주연 배우가 이전보다 쉽게 다치고 잘 낫지 않는 몸이 되었는데 모든 걸 담당하는 건 무모한 일이다. 2014년, 이 나온 이후 견자단은 본인이 무술 감독을 맡지 않거나 맡더라도 스턴트 전체를 관리하..

존윅3를 보지 않기로 한 이유

를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과 블루레이를 재탕하고 난 뒤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어차피 이제 극장을 웬만해선 가지 않는 상황이라서 딱히 특별할 건 없다. 을 좋아했던 건 신선한 스턴트와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 만큼은 스턴트의 반복이나 킬카운트에 대한 집착이 없었고, 영화 전반에 걸친 독특한 (사람에 따라 괴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용철 평론가의 '이걸 보고 키득거렸으니 나도 정상은 아니야'가 딱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비평이다. 그러나 는 그 분위기가 싹 사라지고 그저 스턴트쇼가 되어버렸다. 옛날 블루레이 리뷰에 '속편에서도 이러면 그냥 게으른 거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그 정도로 스턴트 번복이 심각했다. 이야기를 통째로 스턴트를 위한 '..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 캐스팅 논란에 대해 뒤늦게 끄적임

캐스팅을 두고 논란이 되었던 이유를 수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되새겨봤다. 브리 라슨은 분명히 동서양 막론하고 다수 취향의 예쁜 외모와 거리가 있고, 그 대신 동년배 배우 중엔 드문 수준의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연기력이 되니까 그렇게까지 예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MCU가 연기력보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시리즈였기에 무리가 탄생한다. MCU의 비주얼에 익숙해져있던 팬들이 브리 라슨의 캐스팅에 당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MCU가 연기파 배우들을 소비하는 방법은 대부분 '조연' 혹은 '빌런'이었다. 크리스 햄스워스의 곁에는 안소니 홉킨스와 나탈리 포트만, 케이트 블란쳇이 붙었고, 크리스 에반스의 곁에는 휴고 위빙, 토미 리 존스, 스탠리 투치가 붙..

최종병기 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블루레이들을 뒤적이다가 이 눈에 걸렸다. 생각해보니 이 타이틀을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6년 전이다. 세상에 네상에. 은 날렵하게 잘 빠진 영화다. 이런 유형의 사극, 그것도 체이싱 영화가 잘 빠진 경우가 없었기에 주목할 만하다. 물론, 란 선배 영화의 지대한 에너지를 마음껏 흡수해 감출 생각도 없이 드러냈으니 마냥 칭찬할 순 없다. 마이너 카피라고 해도 틀리지 않으므로 오히려 가열차게 비판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즉, 재미있는데 칭찬할 수 없는 유형의 영화다. 중간 중간 괴상하고 오글거리는 대사와 눈이 어지러운 오버랩 기법이 섞여 있어서 피곤하단 점도 있고. 의 프로덕션 제목은 이었는데, 끝내 '최종병기'를 붙인 걸 누군가가 그리 내켜하지 않은 모양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살펴보면, 이란 제목을 스..

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 컷을 잃지 못 하는 현지팬들

감독판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더 살벌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야 재미있게 본 사람이 바보 취급 당하고 마는 게 일상이지만, 미국엔 감독판에 대한 대단히 보기 괴로운 논쟁이 이어졌다고 한다. 의 잭 스나이더 판본을 요구하는 잭 스나이더 팬덤의 응집력도 상당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보이 그룹 팬덤처럼 집단 행동에 능하고, 이곳저곳에서 싸움질하느라 민폐 끼친 팬이 많은 모양이라 이미지가 마냥 좋진 않다. 일개 감독에게 이런 유형의 팬덤이 붙는 건 드문 일이라서 저쪽에서도 신기하게 본다던가. 미국 쪽에 저렇게 열정적인 팬들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나 기타 다른 나라들에 잭 스나이더의 팬이 드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잭 스나이더의 영화는 감독판, 확장판이 오리지널인데, 이것들은 미국을 비롯한 한정된 지역에..

써커펀치, 역시나 자유롭지 못 했던 잭 스나이더

많은 사람이 를 잭 스나이더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다 해본 영화라 생각한다. 기획, 제작, 각본, 감독 전부 다 담당한 만큼 틀린 말은 아니다. 반쪽 짜리인 극장판이 아닌 '확장판'은 분명히 잭 스나이더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본 영화가 맞다. '감독판'도 아니고 '확장판'인데 극장판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감독판이든 확장판이든 그냥 오리지널을 보여주고 싶어한 잭 스나이더의 네이밍일 뿐이다. 이 개봉하기 전에 이미 CG까지 완성되어 있었던 의 오리지널 버전은 '감독판'이 아니라 '얼티메이트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나왔다. 감독판, 확장판, 얼티메이트 에디션 이런 거 전부 '오리지널'의 마케팅용 네이밍일 뿐이다. 는 그런 잭 스나이더의 극장판 중에서도 가장 편집이 이상한 영화다...

MCU 조스 웨던은 '어벤져스'의 구세주였다

을 보고 나면 을 재평가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봤다(이젠 몇번째 감상인지 세는 걸 포기한다). 딱히 재평가를 하진 않았다. 난 원래 을 좋아했으니까. 조스 웨던은 구세주다. 가 혹평 세례에 시달렸고, 와 이 미묘한 결과를 남긴 상태에서 다급하게 제작된 를 히어로 팀업 무비의 '바이블'로 탄생시킨 게 조스 웨던이다. 가 개봉하기 전에 공개된 스틸 사진을 비롯한 각종 정보는 '망작'이란 과녁에 정확하게 꽂힐 듯했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물이다. 토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는 스틸 사진은 '유치하다', '신기하다'는 반응으로 갈라져 싸움을 거듭했을 지경이고, 재촬영 소식이 들렸을 땐 '역시 망하는구나'란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래서 는 기적, 조스 웨던은 구세주라 봐야 옳다. MCU의 ..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되새겨봤다. 물론 시작은 애니메이션이었을 거다. , , 을 불법판(!) 비디오로 질리도록 봤었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바이블에 가까웠다. 만화책도 있었다. 내가 자란 세대는 일본 만화 열풍과 마주했던 세대다. , , , 은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시절부터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건 관심이라기보다 흐름이었던 것 같다. 그냥 주변에서 인기가 있고 재미있으니까 일본 대중문화라는 인식조차 없이 그냥 즐겼던 게 아닐까 한다. 실질적으로 내가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을 지닌 결정적 계기는 일본문화 개방 이후에 본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영화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였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그 싱그러운 영화들을 본 뒤,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폭력 가득한 영화들을 ..

영화는 이론이나 논리가 아니다 (Feat. 블레이드 러너)

영화를 '논리'가 아닌, '분위기'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로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아주 완벽하게 잘 짜인 극이 아닌 데다 주제도 소설 등에선 빈번하게 끌려나오던 것들. 이런 사실 탓에 극장 개봉 당시 평론가들이 혹평을 쏟아냈고 대중마저도 극장에선 를 외면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유니크한 분위기가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되려 개봉 이후에 걸작이란 평가를 얻어낸 것이다. 심지어 혹평했던 평론가들 중 일부는 자신의 평가를 철회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모를까, 당시 평론가가 자신의 평을 철회하고 혹평을 호평으로 엎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역시 마틴 스콜세지 감독 말마따나 영화는 '가전제품'이 아니다. 영화는 대중문화의 모든 분야가 참여하는 종합 예술. 워낙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어 단순화..

예상과 너무 달랐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지금 되새겨보면 는 인피니티 사가의 근간이 된 영화다. 는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을 알리는 범작에 불과했고, 는 팀업 무비. 즉, 본격적인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시작된 셈인데, 그런 영화부터 정치 측면에서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었다. 덕분에 스티브 로저스를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캡틴 '유니버설'이라 해야 한단 얘기가 나왔던 것. 설사 대상이 미국이라고 해도 옳지 않은 일을 한다면, MCU의 스티브 로저스는 그걸 용납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겨났다. 또한, 어벤져스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존재가 통째로 날아가는 전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애초에 MCU에서 그 존재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이 놀랐다. 이미 이 시점에서 의 단초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아이언맨을 보며 로다주의 머리숱에 함숨

야밤에 갑자기 끌려서 감상한 블루레이. 엄청나게 생소하다. 무엇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머리숱이. 시간이 흐른 만큼 어떤 변화가 있는 거야 당연하지만, 그게 하필 머리숱이란 말인가. 에서 풍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던 토니 스타크는 번쩍거리는 왁스칠의 올백머리로 양아치 스타일을 뽐냈다. 몸이 덜 만들어진 탓에 턱살이 살짝 접히는 것마저도 왠지 젊어보인다. 반면, 페퍼 포츠 여사님은 이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에서 토니 스타크와 페퍼 포츠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면, 조금 위화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염색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흰머리 때문이려나. 그간 을 안 보려 했던 건 영화에 대한 흥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상..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수퍼S관에서 보고 깨달은 점

며칠 전 을 수퍼S관에서 보고 나서 결심했다. 앞으로 영화는 되도록 블루레이로 보기로. 당시에 일반관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수퍼S관에선 보이는 걸 확인했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되면 수퍼S관보다도 블루레이에서 더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 선례를 이 쫓지 말라는 법이 없다. 수퍼S관에서 본 은 거의 다른 영화 같았다. 거무죽죽했던 색상이 화사하게 피어난 것과 일반관에서 하얗게 떴던 블랙이 아주 짙어졌다는 게 결정적이다. 이는 각기 다른 색과 밝기를 지녔을 여러 오브젝트를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보이는 게 늘어났으니 감동이 배로 뛰었음은 당연지사. 그리고 아마 블루레이는 수퍼S관에서 놓쳤던 것들까지 보여줄 것이다. (이건 가정용 디스플레이가 수퍼S관의 LED 스크린..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주먹구구식 영화가 아닐까

을 n회차 찍고 해보는 소소한 끄적임. 스포일러 주의! 1. 영화가 너무 짧다. 3시간이라고 했을 때 콧웃음 쳤던 이유가 때와 마찬가지로 크레딧이 엄청나게 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VFX의 규모, 제작진 규모, 배우가 데려온 스탭 규모가 다른 블록버스터의 다섯, 여섯 배는 된다. 크레딧이 미칠듯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의 상영시간은 다른 3시간짜리 영화보다 더 짧다. 게다가 내용을 보면 최소 3시간 반 정도 되어야 필요한 것들을 전부 다룰 수 있었을 터. 결국, 팬서비스랍시고 이것저것 대충 넘어가고 나서야 3시간이 한참 안 되는 시간에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MCU의 팬이 아닌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2. '캡틴 아메리카가 빌런이 되면 어떨까'의 MCU의 회답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소니 판권이란 걸 잊지 말자

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걱정이 생겨났다. 무언가 '선'을 긋는 느낌. 섞이지 않는 느낌. 쉽게 말해서 '난 마블이 아니라 소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묘한 위화감에서 온 걱정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엔 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 스파이더맨은 소니의 컨텐츠다. 구체적인 판권 사항은 알 수 없지만, 소니가 망하지 않는 이상 마블이 스파이더맨을 찾아오는 게 불가능하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니는 신의 한 수라 불리는 계약을 맺는다. MCU에 스파이더맨을 출연시키는 대신 스파이더맨 스탠드 얼론 시리즈의 제작을 마블이 한다는 내용이다. 제작비를 소니가 지급하고 수익도 소니가 가져가며 제작만 마블이 하는 식이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 제작 능력과 MCU라는 뒷배를 타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부활시키려는 소..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아이맥스가 상술인 이유

을 아이맥스로 예매하려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율배반적 상술에 가담하는 게 싫어서. 이 영화는 아이맥스의 장점을 대부분 포기한 작품이라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가 아이맥스 열풍을 불러왔을 때, 대중은 1.43:1이란 4:3 TV에 가까운 화면비와 뛰어난 화질에 주목했다. TV의 등장 이후 비스타비전(1.85:1), 시네마스코프(2.39:1)로 발전해온 영화의 화면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얼마 안 있어서 대중은 '중요한 건 화면비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아이맥스 화면비의 인기를 틈타 1.37:1의 화면비로 개봉한 영화들이 오히려 답답하다는 평가를 얻고 무너진 게 그 증거다. 중요한 건 단순한 화면비가 아니라 화각과 화질이었던 것. 필름의 화질은 크게 나눠서 16mm..

넷플릭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자막의 오역을 대부분수정

넷플릭스의 자막은 VOD나 블루레이에 담긴 것보다 좋다. 그간 지적된 것들을 대부분 보완했는데, '생명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캡틴의 대사마저도 살려두었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되는 마냥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라며 어중간하게 수정한 VOD, 블루레이와 달리 '거래'라는 포인트를 확실하게 살려냈다. VOD와 블루레이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번역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번역자 이름이 마지막에 뜰 때가 많지만, 는 안 떠서 누가 번역했는지 알 수가 없다. 박지훈이 개과천선하는 기적, 넷플릭스가 단독으로 다른 번역자를 써서 재번역, 어느 쪽인지 몰라도 정상적인 번역으로 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깐깐징어 말마따나 '환희하라'. 아직 을 보지 못 한 사람들 중 를 재감상하고 가려는 분은 넷플릭스로 감상하길..

말레피센트에 안젤리나 졸리가 참여한 이유와 속편 제작

에 기존 출연진이 그대로 나온다는 소식에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블루레이를 다시 꺼내들었다. 안젤리나 졸리 정도 되는 배우가 기억에도 안 남을 정도의 작품에 다시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가서. 그런데 다시 보니까 왜 다시 나오는지 알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가 개봉하기 전 기대했던 영화의 분위기는 살벌하게 뒤틀린 말레피센트의 아름다운 복수극이었다. 티저 예고편이 '그럴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듯 했고, 당연한 거라 여겼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예 다른 이야기여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를 블루레이까지 구매해놓고 기억에서 지워버린 건 다름이 아니라 영화의 주제를 위해 원작을 찢어발긴 뒤 누더기처럼 기워놨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주제란, "모성애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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