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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블루레이 본편 정보 78

영화 데스 위시, 놓쳐버린 모순의 힘

일라이 로스가 감독하고 조 카나한이 각본을 썼으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는 분명히 크레딧에 흐르는 묵직한 이름들 만큼의 결과물은 아니다. 일라이 로스와 조 카나한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한다면 치열한 스릴감일 텐데, 의 사건들은 치열함이 거의 보이지 않고, 주인공의 직업인 '의사'가 지닐 수 있는 현실적인 한계도 뛰어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주제인 '모순'이 후반에 흐지부지 된다는 사실이다. 서로 총구를 겨눠 부상을 입은 경찰과 범죄자를 모두 치료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태도의 의사는 이윽고 자신의 손을 사람을 살리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에도 사용하게 된다. 이는 미국이 총을 사용하는 이유와 같다. 경찰력이 구석구석 닿을 수 없는 넓은 땅의 미국은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

영화 곡성 블루레이, 이봐 당신 왜 방관하고 있지?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나온 블루레이를 봤다. 나온 지 조금 됐는데도 이제야 감상한 건 나홍진 감독의 컨펌 과정에 의문이 워낙 많아서 뿔이 난 탓이다. 아시다시피 블루레이는 완성도를 위해서 출시일이 늦춰졌음에도(제작사가 판권을 잃기 직전에 출시되었다.) 다소 평범한 결과물이 되었다. 심지어 그 중요한 코멘터리에선 '너무 오래돼서 기억 안 난다'는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온다. 실망스러울 수밖에. 자, 이제 그런 외적인 실망스러움은 접어두고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아래로 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 은 내용을 따라가기 그렇게 어렵지 않은 영화다. 그저 해석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 그러니까 감독이 명확하게 답을 그려놓지 않은 부분이 있을 뿐이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한 뒤, '뭣이 중헌디?'를 ..

영화 레디 오어 낫, 사마라 위빙 고유의 폭발력

최근 '투쟁'에 최적화된 여배우가 대세의 급물살을 타고 떠올랐다. 사마라 위빙이다. 거대한 눈과 억세 보이는 하관으로 상대를 쏘아보며 얼어붙게 만드는 그녀는 선역이든 악역이든 간에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도 그런 그녀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영화다. 영화는 '사냥' 컨셉을 오컬트와 부합해 사마라 위빙을 투쟁으로 몰고 간다. 핏빛에 얼룩진 그녀의 투쟁은 '결혼'이란 지옥(!)에 맞물려 그럴싸하게 흘러가는데, 결혼 생활을 하며 마주할 온갖 난관을 살인의 형태로 엮어놓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는 꽤나 격렬하게 비혼주의를 권장하는 꼴이 된다. 다만, 의 장르에 오컬트가 섞여 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다. 사마라 위빙의 투쟁은 후반부로 갈수록 리얼리즘을 뒤집어쓰면서 고작 '버티기' 이상이 되지..

나쁜 녀석들 포에버, 끝 혹은 새로운 시작

끝일까, 새로운 시작일까. 는 흥미진진한 요소가 포진해있는 영화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흥미진진하다고 했지 긍정적이라고 안 했다. 이래저래 할 이야기가 참 많이 떠오르는 영화란 얘기다. 는 꽤나 엉성하고 밋밋한 액션 영화다. 엉성하기론 전작들도 마찬가지라 말할 수 있겠지만, 는 과정을 듬성듬성 건너뛰는 마이클 베이의 연출 방식이 문제였을 뿐, 에피소드들의 얽힘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는 에피소드들이 모조리 분리되어 따로 놀고, 치열해야 마땅한 수사 과정은 맥이 빠진다. 수사에 힘을 들여야 하는 타이밍에 AMMO라는 새로운 팀을 서술하느라 정신이 없다. 마이애미 한복판에 멕시코 카르텔이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났음에도 아무도 그걸 쫓지 않는다는 괴상한 생략 방식엔 한탄을 했다. 두 편의..

영화 안나, 모두가 안나를 사랑한다

약 1년 만에 를 감상. 이번 감상은 블루레이라서 조금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지난번에 쓴 단평에서도 언급한 바지만, 의 특징은 역시 낭만이다. 이는 , 에서도 느낀 건데, 크리에이터들에겐 그 살벌한 냉전마저도 이제 낭만의 일종이 된 모양이다. 당연하다. 당시 대중문화는 'Cold War'가 지닌 중의적 의미 그대로 차가운 시대였음에도 놀랍도록 강렬하고 우아했으며 낭만적이었다. 싸이코패스와 정신병자들의 살육전, 착취가 난무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거의 없었다던 서부 개척 시대를 미국과 이탈리아가 어떻게 다뤘는지 되새겨보시라. 그런 시기를 겪고, 배운 크리에이터들이 냉전마저도 낭만적으로 새겨내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뤽 베송 감독은 그 시기를 직접 겪어낸 세대 답게 냉전의 한복판에 안나를..

영화 헌트, 다 잊어버리고 스트레스나 풉시다

근래 B영화와 공포영화 쪽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블룸하우스의 패기 넘치는 영화 . 특정 이유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사냥한다는 점에서 도 살짝 떠오를 것이고, 따라서 살벌하고 처절한 사투가 벌어질 거로 기대할 수 있지만, 는 그런 유형의 영화와 거리가 꽤 멀다. 영화의 설정은 일종의 맥거핀 비슷한 거로 생각하는 게 목적에 부합해보인다. 네임밸류가 있는 배우를 데려다가 페이크 주연을 맡긴 것부터 시작해서 초짜티가 팍팍 나는 관리자(!)들까지 무엇 하나 그런 처절함과 거리가 한참 멀다. 그렇다고 인터넷 악플이 일으킨 나비효과라거나 믿었던 진실에 배반당한 사람의 좌절 같은 부분을 끄집어내 비판하는 영화도 아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그저 엉성하게 PC에 함몰된 엘리트들과 프로파간다와 음모론에 낚여서 허둥..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사죄와 추억의 편린

자꾸 (실력이 아닌) 정신적 퇴행을 거듭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최신작 . 최근 그의 작품에선 60~80년대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데, 이번엔 자신이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할리우드 그 자체에 집착했다. 분명히 퇴행이 맞고 또한 일종의 사과이기도 하다. 전성기를 마무리하고 하락세를 탄 어느 할리우드 스타의 재기 과정을 다룬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꼭 틀린 것도 아니고) 그러나 내 생각에 쿠엔틴 타란티노는 각본을 쓰는 어느 시점엔가에 찰스 맨슨 사건을 그저 가쉽으로 소비했던 본인을 떠올렸고 사과 의욕을 견딜 수 없게 된 모양이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적 자아가 분열되었음을 말한다. 영화배우 닉과 그의 더블 스턴트맨 클리프로. 두 캐릭터의 발전 방향은 ..

늑대의 후예들, 프랑스판 19금 무협 호러

20년 전에 봤던 은 잔인하고 야한 고딕 호러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그렇게 수위가 높지 않다. 20년 전의 난 생각보다 순진(?)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쓸데없이(?) 액션의 비중이 크다. 은 프랑스가 꽤 작정하고 만들어낸 영화다. 근세를 배경으로 하는 고딕 호러는 유럽풍과 헐리우드풍으로 갈리곤 했는데, 프랑스에서 만들어낸 영화임에도 헐리우드의 그것을 따라했다. 헐리우드 쫓기에 급급한 영국의 영화를 비아냥거렸던 시기가 있었을 만큼 자존심이 강했던 프랑스 영화계가 무릎을 굽히고 상업성을 추구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헐리우드의 고딕 호러와 비교해보면 꽤 흥미진진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딱 잘라 말해 이 잘만든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에는 추리, 탐색과 같은 소재에 걸맞은 행동이 결여되..

영화 아키라, 여전히 차원이 다른 클라스의 재패니메이션

시큰둥할 거라 믿었다. 의 파격적인 스토리와 황당할 정도로 매혹적이고 장대한 이미지는 분명히 경이로운 것이었으나, 찬란한 후배들이 경이를 평범으로 만드는데 일조했으리라 여겼다. 이는 '카피약'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을 익숙한 것으로 바꿔놓게 마련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 정도로 의 차원이 달랐거나. 는 진화론의 극단적인 사례다. 많은 사람이 '진화'를 '변화'로 여기곤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진화란 생존과 번식이며, 환경에 적응한 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DNA가 살아남은 결과물이다. 는 '우주'의 팽창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시점, 지구인이 가질 수 있는 진화의 끝자락을 이야기하고,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 끝자락에서야 지닐 수 있는 능력을 일찍 가지게 된 사람을 다..

18년 동안 무기를 전부 뺏긴 이퀼리브리엄

대체 얼마 만에 을 본 건지 모르겠다. 디비디 시절에 보고 안 봤나? 그럼 블루레이는 그저 내 블루레이랙에서 먼지를 쌓아두고 있었다는 얘긴데, 그건 꽤나 끔찍한 이야기라서 믿고 싶지 않다. 보긴 봤겠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일 뿐. 그러니까 아득한 기억의 너머에서 을 끄집어내보면 '스타일리쉬하다'는 감상이 제일 먼저 끌려나온다. 그런데 오늘 감상한 은 분명히 스타일리쉬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저예산의 한계를 어떻게든 깨려고 조명과 편집의 트릭을 잘 이용한 게 저화질의 그 시기엔 먹혔던 모양이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의 스타일은 '쌈마이'에 가깝다. 특히 의 테마곡 활용 방식은 이제 일본의 3D OVA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반대로 말하면 일본 OVA 업계가 의 2002년부터 지금까지 17..

영화를 뛰어넘은 무술 안무, 영화 살파랑

어차피 이 그리 만듦새가 좋지 않다는 건 주지의 사실. 역설의 힘을 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한 영화다. 어쩌면 로 잠깐 불어닥쳤던 중국 느와르 열풍에 편승하려다가 기획이 늦춰지는 바람에 견자단을 투입해서 액션 중심으로 재편한 영화란 주장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이 많고, 견자단의 액션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은 영화 자체가 아닌, 견자단과 오경의 골목 대결씬이 '마스터피스'로 인정받은 덕에 기형적인 호평을 얻는 영화다. 그러한 이유로 을 굳이 블루레이로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디비디로 수십 번을 본 영화인 데다 견자단과 오경의 대결 장면은 유튜브를 이용해 HD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내 판단이 틀렸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매우 안 좋은 편이지만, 디비디 정도야 아득하게 뛰어넘..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제임스 카메론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에 이어 의 각본과 제작을 담당했는데, 의 경우엔 단순히 각본과 제작만 담당한 게 아니라 편집에 엄청난 간섭을 했다고 스스로가 고백했다. 심지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자신의 의견에 순순히 따라준 반면 팀 밀러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며 극과 극의 감독 스타일을 체험한 사실에 유쾌해하더라. 연출권과 편집권을 두고 제작자와 이를 악물고 싸웠던 자신의 과거를 까마득히 잊은 것일까? 그나마 다행인 건 팀 밀러 감독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각본 작업 과정에서 나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이디어들을 칼 같이 잘라내어 연출권을 사수한 점이다. "내 터미네이터는 그렇지 하지 않습니다." 였던가. 이마저도 아니었다면 팀 밀러 감독은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다 자기 영화를 세상에 ..

무리수 없이 짭짤하다, 영화 극한직업 블루레이

길고 긴시간이 흘러 나온 일반판 블루레이를 감상. 한정판을 프리오더하는 걸 잊어버리는 바람에 일반판으로 구매하느라 블루레이 감상이 늦어졌는데(블루레이의 무덤 대한민국에선 한정판이 품절되고 한참 지나야 일반판님께서 살그머니 머리를 내미신다), 그냥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VOD 감상이 딱 1년 전이었으니까. 재감상에 1년 텀은 딱 적절하다. 은 깔끔한 영화다. 이병헌 감독의 장은 코미디에 무리수가 없다는 점이고, 이게 에서 제대로 발휘되었다. 일종의 만담 같은 대사를 이야기에 끼어넣는 식으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쫓기만해도 피식 웃어가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빵빵 터지는 사건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걸 바라는 사람에겐 안 맞겠지만, 거기에 얽매여서 온갖 무리수를 두는 한국 코미디들이 많았기에 과 같은 영화..

실패한 대규모 실험, 영화 제미니 맨

역시 흥미진진하게 실패하는 영화다. 거장 감독의 옹고집이 느껴진다. 은 120fps가 얼마나 멋진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안 감독의 자학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안 감독이 으로 얼마나 120fps 촬영을 알리고 싶어했는지는 이야기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가 모호한 감정에 집중되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영화였다면, 은 아주 쉬운 전개, 아주 쉬운 액션, 아주 익숙한 설정을 취해 작정하고 120fps에 헌신한다. 이번엔 아주 쉽게 만들었으니까 120fps를 속편하게 느껴보라는 것이다. 은 쉬운 이야기를 깔아놓고 120fps에 딱 알맞은 액션으로 수놓았다. 120fps에 맞춰진 롱테이크 촬영 탓에 둔중한 몸놀림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했던 배우들은 꽤나 억울하지 않을까한다...

미국의 현주소를 말하다, 엔젤 해즈 폴른

영화 은 제라드 버틀러의 자소서 같은 영화다. 팔팔하게 살아숨쉬는 근육과 현란한 몸놀림으로 '디스 이즈 스파르타!'를 외치던 때로부터 14년. '폴른 트릴로지'의 앞선 두 편에서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적을 압도했던 제라드 버틀러의 모습을 에선 볼 수 없다. 잔뜩 살이 찐 데다 부상을 안고 사는 노장. 어떻게 현장에서 은퇴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서글픈 노장이 미래와 과거의 경계,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은 미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과 이제 더는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미국. 두 미국이 대립해서 '시빌워'를 벌이는 게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에서 마이크 배닝과 트럼불 대통령의 대화는 대체로 이야기의 흐름과 깊게 얽히지 않고 뜬구름처럼 느껴지는데, 결말..

좀비랜드: 더블 탭, 10년이란 세월의 힘

그냥 엠마 스톤을 보고 싶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엠마 스톤의 비주얼은 충격이라 할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비영화가 보고 싶었다. 최근 며칠 동안 핏물 가득하고 사지가 찢겨나가지 않는 영화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답안은 나와있다. . 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간단한 리뷰를 남긴 것도 최근이지만,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어쩌겠나. 게다가 VOD는 좌우를 잘라서 1.78:1로 만들어놓았던 탓에 제대로 봤다고 하기도 뭣하다. 블루레이 만세. 은 참 감동적인 영화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2009년에 제작된 영화의 속편이 출연진 그대로 10년 만에 만들어졌다. 보통은 이렇게 속편이 제작되기까지 긴시간이 흐르면, 배역 중 상당수가 바뀌거나 캐릭터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 일..

미국의 상징들이 산장에 모여 티키타카, 헤이트풀8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라면 화려한 편집조차 없이 대사 하나로만 극에 긴장감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은 그런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가 극대화된 경우로, 어쩌면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본 영화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그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는 오로지 대사만으로 극을 살벌하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곤 했는데, 의 펍씬이나 의 연회씬이 대표적이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카리스마를 뽐냈던 두 장면은 따로 떼어놓고 단편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큼 기승전결이 완벽하기도 하다. 은 2시간 50분에 육박하는 플레잉타임 전체를 언급한 두 장면과 같은 방식으로 꾸며놓았다. 은 오하이오의 거친 눈폭풍 탓으로 산장(정확히는 산중턱의 잡화점)에 갇힌 이들이 오로지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이거로 충분치 않았던 걸까?

은 참 급하다. 더 차분하게 감정을 이끌고 갈 수 있었던 것들, 더 디테일하게 구성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무작정 축약해서 날려버렸다. 감정선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기어이 튕겨져 나간다. 오락적 쾌감만 따진다면 은 합격점이다. 영화는 실제 역사 속 드라큘라의 행적을 반영해서 몇 차례의 전투를 그려냈는데, 그 중 드라큘라 혼자서 1000명을 상대하는 장면이나 박쥐 군대로 적군을 내려치는 장면 등 기가 막히게 멋진 순간에 여럿 보인다. 만약, 영화가 차분하게 감정을 쫓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면 이 멋진 장면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는 개봉 당시 여러 평론가가 일제히 지목한 것으로, '급하지만 않았더라면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움을 내포한 if 놀음이 이어졌다. 은 본래..

영화 <존 윅3: 파라벨룸> 화끈한 무협영화

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스턴트 쇼를 펼쳐냈던 와 달리 은 분명히 발전한 영화다. 블루레이로 또다시 감상하고 나니 그게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워낙 스턴트의 분량이 많다 보니까 동작이 반복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그 지긋지긋한 동작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걸 보기란 여간 괴로운 게 아닌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는 실패작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스레 에 대한 개인적 기대치가 폭락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은 다채로운 무기를 활용해서 그 구태의연한 스턴트를 해결했다. 다양한 종류의 나이프, 둔기, 말, 개, 일본도, 다양한 종류의 총, 오토바이 등 기발한 무기들이 잔뜩. 덕분에 보는 내내 '이번엔 무슨 무기를 쓸까'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런 스턴트를 더욱 멋지게 살려내는 게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 특히..

영화 <크롤> 여자 밝히는 악어 퇴치기

, 로 화려하게 자신의 연출 철학을 펼쳐내더니 와 로 코미디와 미스테리까지 섭렵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최신작 블루레이를 봤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에 카야 스코델라리오인데 한참 전에 구매해놓고 이제야 감상하다니, 카야 스코델라리오에 대한 내 팬심도 많이 식었나보다. 이 장르, 저 장르 계속 건드리면서 은근히 연출 철학이 확고하다는 걸 드러낸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을 만들면서 그간 쌓아온 경험치로 레벨업을 달성한 것 같다. 영화는 아주 짧은 컷, 짧은 대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그걸 요리하는 감독의 실력 덕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히 전달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영상 내러티브는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다. 완벽하다. 가장 중요한 서스펜스부터 영화의 줄기가 되는 패밀리즘까지 무엇하..

알리타: 배틀 엔젤, 영화였기에 끌어낼 수 있는 호응

영화는 마냥 스토리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읽으면 10분도 안 될 법한 스크립트를 가져다가 2시간 짜리 영화를 만들기도 하는 마당에 스토리가 제일 중요하다느니 하는 비판은 '종합 예술'인 영화에 있어서 가장 엉뚱한 지적이 된다. 이 뜻밖의 팬덤을 생성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 스크립트의 볼륨에 비해 플레잉타임이 엄청나게 짧은 영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시간 이하의 플레잉타임을 바라는 대중의 뒤통수를 대놓고 후려치는 양반이다. 그의 스크립트는 아무리 축약해도 2시간을 반드시 넘겨야 정상적인 전개가 가능하며, 역시 그런 그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 10분을 방대한 액션에 감정 묘사까지 더해서 30분 정도로 펼쳐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 감독은 제임..

<런어웨이> 법정 하이스트 무비라고 해야 할까

법정영화로 알려져있지만, 는 '법정영화'라는 장르의 모호함과 광범위함을 고려하더라도 그 안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총기사고와 그 책임 여부를 따진다는 걸 제외하면, 사건의 디테일이나 법적 공방의 핵심 요소를 겉핥기 식으로 처리한다. 는 법정영화가 아니라 배심 제도를 소재 삼아 만들어진 하이스트 무비에 가깝다. 는 결말을 초반에 대체로 알려주고 가는 영화다. 대체 왜 이렇게 대놓고 드러내나 싶을 때마저 있는데, 이는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영화는 주요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째로 맥거핀처럼 활용해서 그런 초반의 확신을 뒤흔드는데 주력한다. 감상자가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게 유도하는 건 하이스트 무비의 일상다반사(라기보다 주된 목적)긴 하지만, 는 완벽하게 짜여진 작전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과, 법정 공방이라는 ..

영화 오페라의 유령 2004, 에미 로섬 만으로 성립한다

내게 에 대한 이미지는 아주 희미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은 엉망진창인 번역 탓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2000년대에 봤던 뮤지컬 은 기억에 음악만을 남겼고, 뮤지컬을 영화화한 은 기억에 에미 로섬의 미모만을 남겼다. 영화 블루레이를 구매한 건 2004년 당시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최근 들어 재평가받는 광경을 봤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놀라울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분명히 그리 잘 만든 영화는 아닌 거로 기억하는 터라 뜻밖의 광경에 다소 당황했던 것. 확인해보고 싶었다. 영화를 다시 본 결과, 여초 사이트의 호평은 어디까지나 원작 뮤지컬에 대한 환상이 영화에 덧씌워졌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은 15년 전의 영화라는 걸 고려하더라도 그다지 잘 만든 영화가 아니..

<이스케이프 룸> 재미는 있는데 밋밋해

을 방탈출 게임의 하드코어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밀실 탈출 스릴러로선 나름 현대화(?)를 한 셈인데, 아쉽게도 상하가 바뀌는 방까지만 신선했다. 그 신선함도 민폐 캐릭터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열심히 서로를 위해가며 탈출하는 파티원들은 탈출 자체보다 민폐 캐릭터와 전투를 벌이는데 집중했던 그간의 여러 영화보단 훨씬 낫다. 그러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문제가 노출된다. 복선만 깔아두고 별다른 움직임을 안 보이던 캐릭터가 느닷없이 본색을 드러내며 허탈하게 하고, 밝혀진 사건의 실체는 진부하다 못 해서 일본만화 어딘가에서 수천 번은 본 것 같은 기시감으로 도배를 했다. 한편, 을 보게 한 결정적 이유인 데보라 앤 월은 그녀 특유의 신 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 하고 낭비되었다. 그녀를 엉뚱..

어벤져스: 엔드게임 블루레이가 진리다

일반 극장부터 수퍼S관, VOD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감상한 .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블루레이를 통해서 감상할 때 제일 즐거웠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액션의 디테일 등 그간 안 보이던 것들이 잔뜩 보이는데, 새로운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졸음을 참아가면서 봐야 했던 VOD를 떠올리면, 화질이 감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기존 디즈니가 출시한 마블 영화의 평균치 수준임에도 그렇다. 프로페서 헐크의 안경이 사물을 왜곡하는 게 눈에 띌 정도고, 스티브 로저스가 투블럭 올백 스타일이라는 것도 눈에 띈다. 장대한 촬영 기간 내내 근육을 유지할 수 없어서 홀쭉해진 크리스 에반스의 모습도 간간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배우들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영웅 감독판 블루레이, 짝퉁도 이런 스타일이라면야

극장판과 뭐가 다른가 살펴봤지만, 딱히 크게 다른 걸 찾을 수 없었던 감독판. 내가 보기에 감독판이라기보다 미국판이란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한자로 나와야 하는 오프닝과 엔딩의 시대 소개 문구가 전부 영어로 나오는 걸 보아 미국에 맞춰서 재편집한 판본인 듯. 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외국어 영화기도 하다. 다소 얼빵한 만듦새에 '나 와호장룡 따라했어요'를 대놓고 떠벌이는 영화지만, 화제가 될 만한 것들이 참 많았다. 색깔 덕후 장예모 감독이 듬직한 물량을 뒤에 업고 그림을 그려놓은 덕에 나름 영상 좀 볼 줄 안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저 색깔은 그 색깔이 아니라고'와 같은 논쟁을 벌였고, 언젠가부터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뒷전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극장 환경에 따라 색상..

영화 독전, 차라리 무리수를 남발했더라면

꽤나 근사한 영상과 멋진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한 영화 . 그러나 그 근사하고 멋진 것을 먼저 정해두고 다른 요소를 끌어모아 짜맞춘 경향이 짙다. 그렇게 짜맞추다가 혹여나 무리수가 나올까 두려웠는지 과잉을 배제했는데, 덕분에 이런 유형의 영화가 반드시 지녀야 하는 치열함이 부족하다. 차라리 처럼 무리수가 잔뜩 나오더라도 제 정신 아닌 아비규환을 만들어내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은 영어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믿음'을 테마로 삼은 영화다. '믿음'을 서로 동등하게 여겨야 손쉽게 성립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은 그게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다. 영화에서 믿음과 의심 사이를 오가야 하는 류준열과 조진웅의 연기력 격차가 극심하며, 그 탓에 와 사이의 어느 지점이 떠오르는 엔딩 장면은 우아한 분..

<세 번째 살인> 실망스런 후쿠야마 마사하루

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언제나 하던 걸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에 불과하다. 그 언제나 하던 것들이 그의 영화의 매력이니 만큼 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언제나와 같은 즐거움을 줄 것이다. 특히, 세 번째 살인이 벌어질 때 투영된 죽음의 이미지는 섬뜩하게 고레에다 히로카즈답다. 걸림돌이 하나 있다면,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연기력 정도. 판을 뒤엎는 것조차 허튼 수작을 부리기보단 모호함으로 줄다리기를 선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과 달리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혼자서 과장 연기를 거듭한다. 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맡은 역할은 그간 해왔던 역할과 달리 변주의 강도가 꽤 쎈 편인데, 그걸 깔끔하게 소화해내지 못 한 인상이다. 개봉한지 2년이 넘게 흐른 이지만, 블루레이가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된 건..

<거미줄에 걸린 소녀> 스틸북 블루레이의 이모저모

요샌 그냥 생각없이 타이틀을 구매하는 것 같다. 블루레이도 스틸북이란 걸 알고 구매한 게 아니다. 디자인이 참 예뻐서 동영상으로 찍어볼까 했는데, 애초에 느긋하게 타이틀을 선택하는 내가 구매할 수 있었을 만큼 인기없었던 를 누가 귀찮게 동영상으로 보려 할까 싶어 관뒀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영상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블루레이란 매체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걸 고려해도 심각하게 없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다른 컨텐츠를 찾아봐야 할 듯하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 데이비드 핀처의 전작엔 못 미치지만

역시 는 괜찮은 영화다. 데이비드 핀처의 전작이 워낙 살벌하고 강렬한 데다 주인공인 루니 마라가 한 해를 쌈싸먹을 연기를 보여준 덕에 비교되어 빛이 바랬을 뿐. 가볍게 여성 첩보물을 즐기고자 한다면 수준의 작품을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다만, 엔 등급 탓에 몰입하기 어려운 면모가 존재한다. 영화는 근친상간, 강간, 음란 클럽 등 19금 즉, R등급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을 담고 있는데, 소니의 강요인지 감독의 자체 검열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편한 감정을 닫아버렸다. 오래 전 강간씬에 대한 논쟁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불편한 장면은 불편하게 확실히 묘사를 해야 이후 전개에 몰입이 되는 법이다. 는 그 묘사에서 도망치는 바람에 망가진 셈이다. 어쨌든 세련되게 잘 빠진 영화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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