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루레이 본편 정보

나쁜 녀석들 포에버, 끝 혹은 새로운 시작

즈라더 2020. 9. 3. 18:00

 끝일까, 새로운 시작일까.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흥미진진한 요소가 포진해있는 영화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흥미진진하다고 했지 긍정적이라고 안 했다. 이래저래 할 이야기가 참 많이 떠오르는 영화란 얘기다.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꽤나 엉성하고 밋밋한 액션 영화다. 엉성하기론 전작들도 마찬가지라 말할 수 있겠지만, <나쁜 녀석들2>는 과정을 듬성듬성 건너뛰는 마이클 베이의 연출 방식이 문제였을 뿐, 에피소드들의 얽힘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에피소드들이 모조리 분리되어 따로 놀고, 치열해야 마땅한 수사 과정은 맥이 빠진다. 수사에 힘을 들여야 하는 타이밍에 AMMO라는 새로운 팀을 서술하느라 정신이 없다. 마이애미 한복판에 멕시코 카르텔이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났음에도 아무도 그걸 쫓지 않는다는 괴상한 생략 방식엔 한탄을 했다. 


 두 편의 전작이 보여줬던 MIPD의 끈끈한 팀웍이나 폭넓은 협조는 온데간데없고 AMMO라는 작은 팀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구조는 영화에 투자된 제작비가 9천만 달러라는 점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 이는 동시에 영화의 액션 분량이 볼품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클라이막스라 할 법한 성당 시퀀스도 어찌나 짧은지 불타오르는 건물의 뜨거움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끝나버리고, '곧 건물이 무너진다'라는 플래그를 띄워놓곤 무너지는 장면조차 안 보여준다. 즉, <나쁜 녀석들: 포에버>에서 액션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지금까지 말한 단점들은 여러 의미에서 '회귀'이기도 하다. <나쁜 녀석들2>에 와선 상당한 규모의 블록버스터가 되었지만, 본래 <나쁜 녀석들> 자체가 작은 규모로 만들어진 성인용 형사 영화였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어 회자되는 것일 뿐, <나쁜 녀석들>도 <나쁜 녀석들: 포에버>처럼 신예 감독이 그저 완성시키는 것조차 버거웠던 한계를 지닌 영화였단 의미다.


 물론 이런 지점으로 회귀하는 게 옳다고 말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저 영화가 취하는 스탠스를 파악해보고자 함일뿐.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끝을 말하는 건지 시작을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영화기 때문이다. 왜 영화의 사이즈를 크게 줄이고 '수사'가 아닌 새롭게 생겨난 '팀'에 주력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놓은 이유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때완 달리 꽤나 불어난 윌 스미스의 몸이나 하얗게 변해버린 수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의 스탠스는 현장에서 물러나야 할 형사 콤비의 마지막 불장난이다. 마틴 로렌스는 코믹한 대사를 흑인 특유의 글루브로 넣질 못 하는 바람에 극을 재미없게 만들어버리더니, 그가 맡은 역할까지 민폐만 끼치다가 끝난다. 본래라면 마커스가 맡아야 마땅한 포지션엔 새로운 캐릭터인 리타가 들어왔다.


 즉, 분명히 이 콤비는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갑자기 노선을 틀어버리곤 은퇴를 번복한다. 심지어 AMMO라는 팀이 존속되었다는 장면까지 보여주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빌런에게도 열린 결말을 부여한다. 단순히 극의 마무리만 보자면 영화 내내 서술된 것들관 달리 대놓고 속편을 예고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부활에 윌 스미스가 참여한 것에서 그가 <분노의 질주>를 부활시킨 빈 디젤처럼 해보려는 게 아닐까하고 있다. 윌 스미스는 그냥 제작에 참여한 게 아니라 제리 브룩하이머와 함께 p.g.a.를 달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나쁜 녀석들: 포에버>를 윌 스미스가 직접 기억의 끝자락에서 끄집어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준다. 따라서 윌 스미스는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왜 영화 내내 은퇴라도 할 것처럼 '마지막'을 강조했느냐. 그건 2편에서 17년이나 지난 영화라서 흥행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속편 제작을 염두에 뒀지만, 설사 흥행에 실패해서 속편이 제작되지 않더라도 깔끔한 마무리로 남을 수 있게 배려한 셈. (참고로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손익분기를 넉넉하게 넘기는 성공을 거두었다. 속편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그리 반기는 편은 아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가족 타령을 하기 시작한 것처럼 <나쁜 녀석들> 시리즈 역시 가족 타령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 심지어 '팀'까지 만들어졌다. 영화는 원래 같으면 두 주인공이 충분히 해결할 법한 것들에 AMMO를 끌어들이는 억지를 부리는데, 이는 다분히 후속작 활용을 위한 의도로 보인다. 영화가 착해질 거라는 의미다. 실제로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R등급을 달고 나왔음에도 전작의 화장실 유머나 내장과 살점이 사방에 튀는 화끈함(?)이 완전히 배제되었다. 아마 두어 장면에서 잔혹한 묘사를 덜어냈다면 R등급이 아니라 PG등급으로 개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작품이지만, 건진 게 없지는 않다. 바네사 허진스와 파올루 누녜스의 치명적인 매력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역시 바네사 허진스는 <폴라>의 역할보다는 <나쁜 녀석들: 포에버>의 역할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이하 스크린샷은 <나쁜 녀석들: 포에버> 한국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크로마버그를 잡지 못 해서 참고 수준조차 못 된다. 그냥 매우 뛰어난 화질이라고만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