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_리뷰 13

역시 경이로운 폭력의 미학, 영화 도화선

매번 을 볼 때마다 언급했던 거지만, 참 야만적으로 잘 만든 영화다. 필요한 것들만 딱 갖춰놓고 무자비한 폭력을 쏟아놓는다. 생각해보면 맨 처음 을 리뷰했던 글의 제목을 참 잘 지었던 것 같다. '경이로운 폭력의 예술'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면 전부 가지치기. 예를 들어 베트남 삼인방이 삼합회 보스들을 처리할 때 응당 있어야 하는 과정이 모조리 생략되고 삼합회 보스들은 얼빵하게도 혼자서 느긋하게 다니다가 하나씩 제거된다. 마형사가 현장에 복귀하는 과정 역시 깔끔하게 생략되었고, 용의자를 죽인 마형사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역시 생략되었다. 아예 배제한 게 아니라 '아마도'라는 첨언이 필요할 단서 정도는 남겨두어서 극이 지나치게 앙상하게 되는 걸 막긴 했지만, 의 이러한 전개 방식은 분명히 과감한 ..

영화/리뷰 2020.06.27

18년 동안 무기를 전부 뺏긴 이퀼리브리엄

대체 얼마 만에 을 본 건지 모르겠다. 디비디 시절에 보고 안 봤나? 그럼 블루레이는 그저 내 블루레이랙에서 먼지를 쌓아두고 있었다는 얘긴데, 그건 꽤나 끔찍한 이야기라서 믿고 싶지 않다. 보긴 봤겠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일 뿐. 그러니까 아득한 기억의 너머에서 을 끄집어내보면 '스타일리쉬하다'는 감상이 제일 먼저 끌려나온다. 그런데 오늘 감상한 은 분명히 스타일리쉬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저예산의 한계를 어떻게든 깨려고 조명과 편집의 트릭을 잘 이용한 게 저화질의 그 시기엔 먹혔던 모양이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의 스타일은 '쌈마이'에 가깝다. 특히 의 테마곡 활용 방식은 이제 일본의 3D OVA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반대로 말하면 일본 OVA 업계가 의 2002년부터 지금까지 17..

요원해보이는 중동의 평화, 영화 킹덤 리뷰

백만년 만에 블루레이를 감상했다. 매혹적인 영화다. 사우디 아라비아로 건너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만, 본격적으로 사우디 경찰과 함께 수사를 시작하면 그 억지를 잊게 될 것이다. 영화의 촬영도 흥미로운데, 마이클 만 영화 특유의 질감에 마이클 베이 영화 특유의 워킹을 더한 방식으로 제작 당시만 해도 굉장히 신선했었다. 본래 과 은 마이클 만의 프로젝트였다가 애제자(?)인 피터 버그에게 넘어간 경우다. 마이클 만 감독은 두 영화의 제작자로 나서서 피터 버그를 지원해줬는데, 덕분에 두 영화의 총격씬은 초보 감독에게 어울리지 않다 싶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의 총격씬은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밀리터리 영화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만큼 뛰어나므로 시가전을 좋아함에도 아직 을 보지 않았다면, 일단 만세를 먼저 외치고 영..

영화/리뷰 2020.06.02

실패한 대규모 실험, 영화 제미니 맨

역시 흥미진진하게 실패하는 영화다. 거장 감독의 옹고집이 느껴진다. 은 120fps가 얼마나 멋진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안 감독의 자학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안 감독이 으로 얼마나 120fps 촬영을 알리고 싶어했는지는 이야기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가 모호한 감정에 집중되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영화였다면, 은 아주 쉬운 전개, 아주 쉬운 액션, 아주 익숙한 설정을 취해 작정하고 120fps에 헌신한다. 이번엔 아주 쉽게 만들었으니까 120fps를 속편하게 느껴보라는 것이다. 은 쉬운 이야기를 깔아놓고 120fps에 딱 알맞은 액션으로 수놓았다. 120fps에 맞춰진 롱테이크 촬영 탓에 둔중한 몸놀림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했던 배우들은 꽤나 억울하지 않을까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멕시코 배경, 넷플릭스 익스트랙션

넷플릭스가 크리스 헴스워스를 데려다 야심차게 만든 영화 . 마이클 베이 감독, 라이언 레이놀즈의 와 함께 상반기 넷플릭스의 주력 상품이었다고 한다. 영화 자체는 대단히 심플한 편이다. 무언가를 잃고 상실삼에 사로잡혀 자살미션을 거듭하던 용병이 '마약왕의 아들'이란 모호한 포지션에 있는 인물을 구출한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그렸다. 분위기는 이 익숙한 설정에 걸맞도록 묵직하게 꾸며놨으나 정작 그 우여곡절과 아이러닉함에 깊게 파고 들지 않아서 가벼운 오락영화 이상이 되긴 어려울 듯하다. 결국, 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얼마나 멋진 액션을 담고 있느냐가 될 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락적 요소는 합격이다. 미어터지는 방글라데시의 시가지에서 좁고 좁은 공간을 헤집고 다니며 벌이는 격투, 총격씬은 상당히 놀랍다. 특히..

영화/리뷰 2020.05.25

미국의 상징들이 산장에 모여 티키타카, 헤이트풀8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라면 화려한 편집조차 없이 대사 하나로만 극에 긴장감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은 그런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가 극대화된 경우로, 어쩌면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본 영화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그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는 오로지 대사만으로 극을 살벌하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곤 했는데, 의 펍씬이나 의 연회씬이 대표적이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카리스마를 뽐냈던 두 장면은 따로 떼어놓고 단편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큼 기승전결이 완벽하기도 하다. 은 2시간 50분에 육박하는 플레잉타임 전체를 언급한 두 장면과 같은 방식으로 꾸며놓았다. 은 오하이오의 거친 눈폭풍 탓으로 산장(정확히는 산중턱의 잡화점)에 갇힌 이들이 오로지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이거로 충분치 않았던 걸까?

은 참 급하다. 더 차분하게 감정을 이끌고 갈 수 있었던 것들, 더 디테일하게 구성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무작정 축약해서 날려버렸다. 감정선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기어이 튕겨져 나간다. 오락적 쾌감만 따진다면 은 합격점이다. 영화는 실제 역사 속 드라큘라의 행적을 반영해서 몇 차례의 전투를 그려냈는데, 그 중 드라큘라 혼자서 1000명을 상대하는 장면이나 박쥐 군대로 적군을 내려치는 장면 등 기가 막히게 멋진 순간에 여럿 보인다. 만약, 영화가 차분하게 감정을 쫓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면 이 멋진 장면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는 개봉 당시 여러 평론가가 일제히 지목한 것으로, '급하지만 않았더라면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움을 내포한 if 놀음이 이어졌다. 은 본래..

격투 액션을 원한다면, 영화 히트맨: 에이전트47

동명의 유명 게임을 원작 삼은 은 티모시 올리펀트 버전의 보다 오락적인 완성도, 플롯이 뛰어나다. 전작이 쓸데없는 장면에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정작 히트맨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면, 은 적어도 쓸데없는 장면은 없다. 특히 격투씬의 디자인이 상당히 좋은데,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예산 안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해냈다고 생각한다. 다소 산만한 구도와 편집 속에서도 묵묵하게 빛을 확실하게 발하고 있다. 티모시 올리펀트의 이 눅눅하고 핏물 가득한 100% R등급 영화였다면, 은 다소 가벼운 대신 화려한 액션을 추구한다. 그래서 가볍게 즐길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 은 합격점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영화의 플롯을 칭찬할 수는 없다. 티모시 올리펀트의 보단 낫다는 거지, 잘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리뷰 2020.05.04

영상에 수록된 색색한 모호함, 영화 달콤한 인생

지금은 걸작 느와르로 평가받는 이지만, 개봉 당시 혹은 직후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그 순간'이 영상 내러티브로 담겼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대중은 '영상 내러티브'를 후대에 가서야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이 특히 그랬고, 현역 중에는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다. 마이클 만의 는 도입부부터 통째로 영상 내러티브를 활용하면서 끔찍할 정도로 안 좋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토니 길로이 감독이나 잭 스나이더 감독과 같은 이들도 영상 내러티브로 매번 욕을 얻어먹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라는 2010년대의 마스터피스를 완성시키고도 그가 지루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에서 '왜 그랬나?'라는 질..

영화/리뷰 2020.05.01

성공적인 짜깁기, 넷플릭스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

를 두고 '여러 SF 영화들을 괜찮게 짜깁기한 결과물' 정도로 언급하려고 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자아 반전을 핵심으로 삼은 SF에서 새로운 컨셉을 파생해내기 어려운 시대다. 외계인, AI 등 인간을 상회하는 지능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생겨난 시점부터 헐리우드는 장대한 시간 동안 창의력을 한계를 드러내게 할 만큼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그러므로 를 '짜깁기'라고 평가한다면 억울할 듯하다. 게다가 꼭 짜깁기라고 욕하더라도 이 영화는 꽤 괜찮은 모조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넷플릭스에서 괜찮은 SF 스릴러물을 찾는 이의 대부분을 만족하게 할 작품이다. 저예산으로 인한 규모나 반전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후속작으로 잘 연결만 된다면 열심히 기다려볼 생각이 있다. 한정된 공..

영화/리뷰 2020.04.29

영화 <저지 드레드> 리미트 없는 R등급 액션

의 원작 만화를 안 본 입장에선 영화를 볼 때마다 을 떠올리게 된다. 세계관과 도입부를 제외하면 와 은 플롯뿐 아니라 공간까지도 닮아 있고, 그래서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 훨씬 나은 영화라 생각한다. 를 처음 보고 단평을 남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김없이 의 팬이 들어와서 '그다지 닮지 않았다' 혹은 '촬영은 2012년에 했어도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에 이 표절한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그러나 디테일한 우여곡절을 알 도리가 없는 일반인들끼리 뇌피셜로 어느 게 더 먼저인지 따지는 건 우스운 일. 결과론일 지라도 어쨌든 어느 영화가 더 낫나야 비중을 둬야 하는 일 아니겠는가. 또한, 내가 을 더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를 재..

영화/리뷰 2020.04.25

영화 <존 윅3: 파라벨룸> 화끈한 무협영화

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스턴트 쇼를 펼쳐냈던 와 달리 은 분명히 발전한 영화다. 블루레이로 또다시 감상하고 나니 그게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워낙 스턴트의 분량이 많다 보니까 동작이 반복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그 지긋지긋한 동작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걸 보기란 여간 괴로운 게 아닌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는 실패작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스레 에 대한 개인적 기대치가 폭락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은 다채로운 무기를 활용해서 그 구태의연한 스턴트를 해결했다. 다양한 종류의 나이프, 둔기, 말, 개, 일본도, 다양한 종류의 총, 오토바이 등 기발한 무기들이 잔뜩. 덕분에 보는 내내 '이번엔 무슨 무기를 쓸까'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런 스턴트를 더욱 멋지게 살려내는 게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 특히..

영화 <크롤> 여자 밝히는 악어 퇴치기

, 로 화려하게 자신의 연출 철학을 펼쳐내더니 와 로 코미디와 미스테리까지 섭렵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최신작 블루레이를 봤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에 카야 스코델라리오인데 한참 전에 구매해놓고 이제야 감상하다니, 카야 스코델라리오에 대한 내 팬심도 많이 식었나보다. 이 장르, 저 장르 계속 건드리면서 은근히 연출 철학이 확고하다는 걸 드러낸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을 만들면서 그간 쌓아온 경험치로 레벨업을 달성한 것 같다. 영화는 아주 짧은 컷, 짧은 대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그걸 요리하는 감독의 실력 덕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히 전달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영상 내러티브는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다. 완벽하다. 가장 중요한 서스펜스부터 영화의 줄기가 되는 패밀리즘까지 무엇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