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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68

나쁜 녀석들 포에버, 끝 혹은 새로운 시작

끝일까, 새로운 시작일까. 는 흥미진진한 요소가 포진해있는 영화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흥미진진하다고 했지 긍정적이라고 안 했다. 이래저래 할 이야기가 참 많이 떠오르는 영화란 얘기다. 는 꽤나 엉성하고 밋밋한 액션 영화다. 엉성하기론 전작들도 마찬가지라 말할 수 있겠지만, 는 과정을 듬성듬성 건너뛰는 마이클 베이의 연출 방식이 문제였을 뿐, 에피소드들의 얽힘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는 에피소드들이 모조리 분리되어 따로 놀고, 치열해야 마땅한 수사 과정은 맥이 빠진다. 수사에 힘을 들여야 하는 타이밍에 AMMO라는 새로운 팀을 서술하느라 정신이 없다. 마이애미 한복판에 멕시코 카르텔이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났음에도 아무도 그걸 쫓지 않는다는 괴상한 생략 방식엔 한탄을 했다. 두 편의..

나쁜 녀석들2, 아직 마이클 베이에게 질리지 않던 시절

를 보려다가 내용이 온전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본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대체 왜일까 싶어서 꺼내 들었다. 디비디 시절부터 수도 없이 했던 재탕을 또 한 것이다. 는 마이클 베이 특유의 나쁜 버릇이 나오기 시작한 영화다. 화장실 유머를 곁들여서 넣을 수 있는 모든 에피소드를 쑤셔 넣는 버릇. 이 버릇 덕분에 마이클 베이의 이후 작품들은 상당한 널뛰기가 진행되었다. 쑤셔 넣은 것들이 잘 맞아떨어지면 수작, 그렇지 않으면 졸작. 상당히 극단적이다. 는 잘 맞아떨어진 수작에 해당한다. 성공했으니까 버릇이 된 거라고 보면 적절할 것 같다. 그런 덕에 영화의 액션은 버디무비가 보여줄 수 있는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네 차례의 총격씬은 다른 영화였으면 하이라이트로 치부했을 수준인 데다 클라이..

영화/리뷰 2020.08.27

영화 안나, 모두가 안나를 사랑한다

약 1년 만에 를 감상. 이번 감상은 블루레이라서 조금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지난번에 쓴 단평에서도 언급한 바지만, 의 특징은 역시 낭만이다. 이는 , 에서도 느낀 건데, 크리에이터들에겐 그 살벌한 냉전마저도 이제 낭만의 일종이 된 모양이다. 당연하다. 당시 대중문화는 'Cold War'가 지닌 중의적 의미 그대로 차가운 시대였음에도 놀랍도록 강렬하고 우아했으며 낭만적이었다. 싸이코패스와 정신병자들의 살육전, 착취가 난무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거의 없었다던 서부 개척 시대를 미국과 이탈리아가 어떻게 다뤘는지 되새겨보시라. 그런 시기를 겪고, 배운 크리에이터들이 냉전마저도 낭만적으로 새겨내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뤽 베송 감독은 그 시기를 직접 겪어낸 세대 답게 냉전의 한복판에 안나를..

혼돈의 도시, 영화 베를린

꽤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본 은 내 기억과 달랐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그런 모양이다. 영화의 편린만을 기억하고, 그 편린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잊히는. 그런 주제에 영화를 다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분명히 을 재미있게 봤고, 극장과 블루레이에 걸쳐 반복 감상을 거듭했음에도 오늘 보면서 '이런 내용이었나..'라고 중얼거렸다. 은 북한의 정권 교체 과정에 벌어진 정쟁이 (전 세계의 첩보 집단이 모조리 존재한다는) 베를린에서 카오스를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치열하게 대립한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베를린에 직접 가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류승완 감독이 느낀 혼란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담겨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는 영화의 ..

영화/리뷰 2020.08.19

영화 헌트, 다 잊어버리고 스트레스나 풉시다

근래 B영화와 공포영화 쪽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블룸하우스의 패기 넘치는 영화 . 특정 이유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사냥한다는 점에서 도 살짝 떠오를 것이고, 따라서 살벌하고 처절한 사투가 벌어질 거로 기대할 수 있지만, 는 그런 유형의 영화와 거리가 꽤 멀다. 영화의 설정은 일종의 맥거핀 비슷한 거로 생각하는 게 목적에 부합해보인다. 네임밸류가 있는 배우를 데려다가 페이크 주연을 맡긴 것부터 시작해서 초짜티가 팍팍 나는 관리자(!)들까지 무엇 하나 그런 처절함과 거리가 한참 멀다. 그렇다고 인터넷 악플이 일으킨 나비효과라거나 믿었던 진실에 배반당한 사람의 좌절 같은 부분을 끄집어내 비판하는 영화도 아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그저 엉성하게 PC에 함몰된 엘리트들과 프로파간다와 음모론에 낚여서 허둥..

늑대의 후예들, 프랑스판 19금 무협 호러

20년 전에 봤던 은 잔인하고 야한 고딕 호러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그렇게 수위가 높지 않다. 20년 전의 난 생각보다 순진(?)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쓸데없이(?) 액션의 비중이 크다. 은 프랑스가 꽤 작정하고 만들어낸 영화다. 근세를 배경으로 하는 고딕 호러는 유럽풍과 헐리우드풍으로 갈리곤 했는데, 프랑스에서 만들어낸 영화임에도 헐리우드의 그것을 따라했다. 헐리우드 쫓기에 급급한 영국의 영화를 비아냥거렸던 시기가 있었을 만큼 자존심이 강했던 프랑스 영화계가 무릎을 굽히고 상업성을 추구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헐리우드의 고딕 호러와 비교해보면 꽤 흥미진진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딱 잘라 말해 이 잘만든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에는 추리, 탐색과 같은 소재에 걸맞은 행동이 결여되..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 기대 이상의 준수함

은 준수한 결과물이다. 원작에서 필요한 것만 정확하게 넣었고, 악조건 속에서 내러티브도 꽤 집중해서 실었다. 중간에 끊기는 영화라곤해도 클라이막스는 존재해야 했기에 억지로 이어붙인 면이 없진 않지만, 이 영화 자체로만 보면 극적인 허용으로 이해해줄 수 있다. (물론, 3편인 을 보고 나면 '대체 뭘 위한 클라이막스였나'란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감정과잉으로 일관된 코믹스 원작 일본영화의 연기 스타일이나,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 코스프레 등 여러 단점을 잊게 해줄 의 또다른 장점은 VFX 퀄리티다. 일단 세트장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고, CG 캐릭터보다 엑스트라를 더 고용함으로써 어색함을 줄였다. 여타 코믹스 원작의 일본영화는 스케일이 커질 수록 실사영화의 VFX라기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

영화/리뷰 2020.07.20

영화 아키라, 여전히 차원이 다른 클라스의 재패니메이션

시큰둥할 거라 믿었다. 의 파격적인 스토리와 황당할 정도로 매혹적이고 장대한 이미지는 분명히 경이로운 것이었으나, 찬란한 후배들이 경이를 평범으로 만드는데 일조했으리라 여겼다. 이는 '카피약'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을 익숙한 것으로 바꿔놓게 마련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 정도로 의 차원이 달랐거나. 는 진화론의 극단적인 사례다. 많은 사람이 '진화'를 '변화'로 여기곤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진화란 생존과 번식이며, 환경에 적응한 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DNA가 살아남은 결과물이다. 는 '우주'의 팽창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시점, 지구인이 가질 수 있는 진화의 끝자락을 이야기하고,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 끝자락에서야 지닐 수 있는 능력을 일찍 가지게 된 사람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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