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혐한몰이를 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있는 대만

즈라더 2021. 10. 28. 18:00

 개인적으로 대만의 혐한을 약간은 이해하는 편이다. 대만과의 국교를 끊어버린 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국교를 끊었지 않느냐는 말은 의미가 없다. 왜 한국에만 불만을 표하느냔 얘기도 의미가 없다. 전 세계가 똑같든 어쨌든 우리는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서 국교를 끊었고, 그건 잘못한 일이니까. 한국에만 뭐라고 하고 일본을 좋아하는 것도 전적으로 대만 사람들의 자유다. 어쨌든 잘못한 처지에 있는 한국이 '왜 우리한테만 그래?'라고 반박한다면, 그건 '유럽 선진국들이 다 식민지 만들고 다녔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래?'라고 말하는 일본과 다를 게 없지 않나. 누군가에 대한 미움은 학술 혹은 수학적으로 풀어서 논리적으로 발현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대만 정치인들과 진짜 중국인은 본토인이 아닌 자신들이라 믿었던 외성인(공산당에 쫓겨나 대만으로 넘어온 이들)의 혐한몰이가 크게 자리했으므로 '이해'는 해줄 망정 저들에게 미안해할 이유는 없다. 미안해하기엔 한국이 너무 친절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대만의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한국을 이용하는 방식이 너무 1차원적인 걸 좀 지적해두고 싶다. 임상도 제대로 안 한 대만산 백신을 공개해놓고 '한국보다 빨리 만들었음'이라며 자랑한 것만 봐도 대만 정치인들이 얼마나 1차원적인지 알 법하다. 게다가 지금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 혐한 의식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데, 그런 민중의 심리조차 모르고 계속 혐한을 유도하고 있다. 이젠 한국에 그런 사실이 알려지기도 전에 대만인들이 먼저 나서서 '쪽팔리게 뭐하냐? 그런 거 이제 안 통한다' 라고 말할 지경이다.


 최근 잠수함 관련해서 있었던 심각한 마찰도 그렇다.

 

 

 

Is South Korea Involved in Taiwan's Indigenous Submarine Project ? - Naval News

While the involvement of American, European and Japanese submarine experts has been rumored several times in the past, South Korea seldom got mentioned...

www.navalnews.com


 한국의 은퇴한 잠수함 기술진이 대만에서 잠수함 건조를 돕는다는 사실은 대체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선체 조립에 도움을 준다고 알고 있었을 뿐, 그들이 진짜 잠수함 핵심 기술진이라는 건 몰랐을 것이다. 


 잠수함 기술은 국가 기밀이다. 그런 기술을 지닌 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서 기술을 전수해주는데 한국 정부가 모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있나. 애초에 한국의 기술진 자체가 은퇴한 이들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서 몰래 파견한 기술진이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대만의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서 중국 몰래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대만으로 건너간 것조차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대만 정부 쪽 사람이 정보를 흘려버렸다. 이로 인해 위 링크와 같이 대만,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정보가 알려지게 된다.

 

잠수함을 건조 중인 대만


 물론, 중국은 바보가 아니다. 한국이 참여하고 있다는 기밀이 누설되자, 깜짝 놀란 중국은 스파이를 보내 정보를 탐색했던 모양으로, 이를 눈치 챈 한국 정부가 현지로 국정원 요원을 보내 한국 기술진을 귀국시킨다. 이것만 봐도 한국 기술진이 은퇴한 선체 조립자들이 아니라 잠수함의 핵심 기술을 전수해주기 위해 파견된 국가적 보물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정황 증거일 뿐, 중국이 발작을 하며 왜 대만을 돕느냐고 따져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만의 아마추어적인 태도가 일을 키워버렸다. '한국 기술진이 떠나면 대만 잠수함 건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한국 기술진이 떠난 걸 알고 있었느냐?'라고 공개된 석상에서 대만 국방부를 향해 따지고 든 대만 의원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주 중요한 비밀을 대놓고 다 밝혀버린 꼴이다.


 웃기는 일이다. 한국은 어떻게든 중국 몰래 대만을 도우려고 노력했고, 무려 국가 기밀인 잠수함 기술을 전해주려고 했는데, 대만은 정보를 흘리고 아예 한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대만 쪽이 다음에 한 일은 더욱 한심한데, 대만 언론을 이용해서 '한국이 대만을 또 배신하고 도망쳤다'는 식의 보도를 낸 것이다.

 

오우양나나
쯔위, 황안에 이은 양안 관계의 상징적 존재 오우양나나


 앞서 말한 것처럼 대만 국민들도 이제 바보가 아니다. 정황을 잘 따져보니 대만 정부가 X신 짓을 했다는 걸 금새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되려 대만 정부를 욕하고 있는 상황. 혐한 몰이를 해도 좀 고차원적으로 해야 하는데, 너무 허접하게 하다 보니까 대만 민중이 눈치를 채 버렸고, 결과적으로 민진당은 계속해서 민심을 잃어가는 중이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를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로 구분된다. (한국이 아니다. 한국은 국가보안법이 있는 이상 영원히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될 수 없다. 즉, 종전 선언이 나와야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을 기회가 생긴다.) 또한, 세계에서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로도 평가받는다. 이런 잠재적 자유진영의 국가를 중국에 잃고 싶지 않은 미국으로선 대만 정부의 엉뚱한 혐한 몰이가 만들어낸 기술 공백이 어이없을 것이다. 일본과 대만의 정치계에 퍼져 있는 혐한은 합리적인 사고를 결여시켰고, 중국과 맞닿아있는 자유주의 진영에 끔찍한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은 이번 일이 잠수함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 대만에 가있는 여러 유럽의 기술진에도 영향을 끼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드는 행위도 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지금 대만의 젊은 세대는 오히려 혐한에 '혐오'를 느끼고 있다. 대만은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국민성에선 천지차이다. 대만은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기 때문에 저런 아마추어적 행태를 계속 보이는 정권을 바꿔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러나 변수가 있으니 국민당이 더 아마추어적이란 점, 그리고 하나의 중국으로 가려는 태도를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처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양안 전쟁이 코 앞이라는 점이다. 과연 대만 국민의 다음 선택이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