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넷플릭스 세계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의 맹점

즈라더 2021. 10. 20. 18:00

 최근 <오징어 게임>이 초대박 흥행을 거두면서 사람들이 넷플릭스 세계 순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은 1억 4천만 2백만 구독자가 감상했다고 발표가 났고, 계정을 나눠서 쓰는 사람이 많다는 걸 고려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오징어 게임>을 봤을 거라 여겨진다.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가 보통 2억 안팎이라는 것과 앞으로 <오징어 게임>을 볼 사람들까지 고려할 때 넷플릭스 유저의 대다수가 <오징어 게임>을 보게 되는 셈이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창출해낼 수익은 1조 원에 육박할 거라고 한다.

 

 한국의 넷플릭스 TV쇼가 이토록 흥행한 사례가 없다 보니 넷플릭스 세계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들어가서 세계 순위를 확인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사실, 플릭스패트롤의 집계에서 한국 드라마는 <사랑의 불시착> 이후 거의 항상 10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가장 오랜 기간 10위 안에 들어가 있던 작품으로는 <빈센조>가 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한국 사람들은 합법적(!) 국뽕에 심취해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나 역시 꽤나 인상적으로 보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뽕에 눈 앞이 아른아른 거리더라도 한 가지 맹점은 놓치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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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는 자사의 컨텐츠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웬만해선 공개하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 <브리저튼>, <위쳐>와 같이 초대박 흥행이 났을 때나 특별하게 보도 자료를 내고 기사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럼 플릭스패트롤은 어떻게 순위를 집계하느냐. 각국의 넷플릭스 순위를 포인트로 환산해서 합친 숫자를 순위로 매긴다. 약간 노가다성이긴해도 나름 일리가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플릭스패트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각국의 넷플릭스 구독자 수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경제력이 강한 나라일 수록, 인구가 많은 나라일 수록 넷플릭스 구독자 수도 많다. 한국 TV쇼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인 아시아권은 경제적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 넷플릭스 구독자 수가 많지 않다. 경제력이 괜찮은 편이라는 개발도상국들도 넷플릭스를 구독해서 볼 정도는 아닌 터라 기껏해봐야 50만 정도가 맥스다. 인구가 적은 선진국인 싱가포르나 대만, 벨기에, 네랄란드와 같은 곳들은 100만 정도로 집계된다. 한국은 380만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었고, 한국 OTT 업계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아이디를 공유해서 사용하는 사람을 포함해 900만 명이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일본은 450만 정도로 집계가 되었고, 미국이나 영국은 천만 단위를 왔다갔다한다. 즉, 이렇게 격차가 큰 이상 가입자가 많은 나라의 1위와 적은 나라의 1위가 같을 수 없다.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포인트 차등을 적용해 순위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가입자 수가 정확히 발표되지 않은 나라도 존재하는 데다 발표 자체도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시다시피 넷플릭스 가입자는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킬러 타이틀이 공개되면 늘어났다가 점차 볼 게 없어지면 줄어드는 식. 정상적인 차등 적용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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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가 참 고생이 많았더라

 

 그렇다고 '결국 동남아빨이었으니 한국 TV쇼의 세계 순위는 의미가 없구나'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 한국 TV쇼는 이미 아시아에서만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이따금씩 한국 작품이 순위에 올라오기도 하며, 남미에선 <마인>이 꽤 오래 10위 안에 머물렀다. 그리고 한국, 일본의 구독자 수를 고려할 때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으면 장땡일 수도 있다. 다른 비영어권 넷플릭스 오리지널 TV쇼들이 기껏해봐야 자국에서나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게 전부인 걸 생각해보시라. 한국 TV쇼는 아시아 전역을 쓸어담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적은 나라들이라해도 저렇게 많은 나라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면 충분히 큰 영향을 끼친다. 구독자 수가 10만에 불과한 나라여도 10개가 모이면 100만이다. 그래서 넷플릭스 본사 측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아마 <오징어 게임>의 전대미문 흥행 덕분에 더욱 투자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혹평이 난무하고 있는 <마이 네임> 역시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다만 이게 <오징어 게임>의 후광인지, 아니면 작품 자체로 괜찮다는 평을 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