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인간수업'과 '오징어 게임'이 불편하다? 그게 문명의 실체다

즈라더 2021. 10. 15. 10:00

 근래 한국에 <D.P>나 <오징어 게임>, <인간수업>과 같이 밑바닥에 널부러진 인간의 본성, 욕심을 끄집어내는 작품이 많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보인다. 사람은 그런 본성을 억누르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교육하면서 도덕적인 방식으로 문명을 이룩해왔다고 주장한다. 난 이런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단 한국에는 휴머니즘 중심의 작품도 많이 존재한다. 지금 당장 개봉하고 있는 <기적>만 하더라도 매우 괜찮은 작품이란 소리가 나온다. 또한, 지금에 와선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는 '멜로 드라마(신파)' 요소가 장대한 기간 한국 대중문화를 장악하며 지긋지긋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 현실이다. 2000년대까지 한국 드라마는 오히려 너무 착했다.

 

오우양나나 지방시
세계적인 기업들은 도덕성과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중국에서 얻어낸 재화로 문명을 발전시킨다. 중국은 연예인을 더 화려하고 예쁘게 포장해서 중국을 홍보하려고 들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화장품과 패션이 개발된다. 연예인들은 발전된 문명의 수혜를 한껏 받아 대중의 눈을 홀린 뒤 중국 세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문명의 발전에 대해 난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다. 문명은 조금 더 확실하고 완벽하며 효과적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 있는 방법, 완벽하고 다채롭게 사람을 몰살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결과가 그러하다.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세상은 더욱 더 욕심으로 가득차게 되었고, 그저 족장과 그 휘하의 사람들이란 단순 구조를 없앤 뒤 돈과 무기를 통한 압도적인 지배력의 세상을 만들었다. 문명이 발전한 만큼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사람의 숫자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는데, 1900년부터 1955년까지 대규모 전쟁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전쟁에 참여한 나라들엔 일할 수 있는 남성이 전쟁에서 모두 죽는 바람에 생산력이 저하되는 국가적 난제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 자연스럽게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었고, 전쟁 당시 있었던 각종 실험들이 과학과 의학을 발전시켰으며, 폭탄으로 사용된 핵은 지금 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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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묻고자 한다. 대체 언제 문명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했나. 되려 인간의 욕구를 더욱 효과적이고 멋지게 충족시키기 위해서 발전했다. 현재 나름대로 유지되고 있는 평화는 문명의 발전에 의한 게 아니다. 1, 2차 세계 대전의 공포(1, 2차 세계 대전의 사상자를 합치면 1억이 넘는다. 당시 세계 인구가 17억이었다.)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사회가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전쟁이 나면 한 나라만 죽는 게 아니라 다함께 죽는다는 걸 구성원들이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대신 아프리카와 중동의 내전국들을 보시라. 억제력이 있을 만큼 발전하지 않은 나라들은 고도 문명의 낙수를 받아 서로를 살육하느라 정신이 없지 않나.


 세상 사람들이 잔혹한 현실을 드러내는 작품에 더 열광하는 이유는 '눈 가리고 아웅'에 지쳤기 때문이다. 종교와 도덕조차 자기 욕망을 위해서 사용되는 세상이니까. 그래도 <오징어 게임>이나 <D.P>, <인간수업>과 같은 경우 세상의 역겨운 밑바닥을 파헤친 뒤 어떻게든 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꽤 그럴싸한 교훈적 태도를 취한다. 휴머니즘을 억지로 찾지 말고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게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