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최후의 클래식 오케스트라인 '대중문화 OST'까지 AI가 만들어준다면?

즈라더 2021. 10. 7. 12:00

 대중문화를 '멸시'하는 한국 사람들에겐 천인공노할 만한 이야기겠지만, 영화, TV쇼,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대중문화에 들어갈 OST는 곧 최후의 오케스트라이자 음악 예술이다. 베토벤과 슈베르트 등으로 대표되는 클래식의 정통 후계자이며, 교향곡의 마지막 주자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대중문화의 음악 감독들은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작곡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한스 짐머를 비롯한 음악 감독들의 생각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 기껏 딴따라들 화면에서 놀고 먹는 쓰레기에 무슨 클래식이 있고 오케스트라 운운을 한단 말이냐! 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도 50대를 넘어가면 그저 '더러운 것'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천대하는 게 바로 대중문화니까. (BTS든 <기생충>이든 그들에겐 존중의 대상이 못 된다) 윗세대의 영향을 받아 30대 중에도 대중문화에 심취해있는 걸 '멍청한 것들'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잔뜩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현실이 되어야 한다는 그 얼빵한 사고방식과 다르게 실제로 대중문화의 OST는 클래식의 정통 후계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논쟁이라고 할 것조차 못 된다. 애초에 수경 번은 연주되었을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음악도 종교나 축제, 왕실을 찬양하기 위해 작곡되었을 때가 잦으며, 특정 악기를 최대한 다루어서 만든 가곡들도 결국,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즉, 거창한 계기를 가지고 만들어진 음악이 아닐 때가 잦았다는 의미다. 클래식 음악은 딱히 '고유하고 고상한 것'이 아니다. 특히 종교적 이유로 작곡된 곡들은 그 어느 음악보다 자극적이고 퇴폐적일 수밖에 없다. 종교 자체가 그런 존재이므로. 내게 있어서 종교는 시진핑보다 먼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악惡' 그 자체라서 오히려 종교와의 비교는 대중문화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진다. 

 

오우양나나
사람이 직접 연주하는 음악이 사라져간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현재 대중문화 OST를 클래식의 마지막 주자라고 불렀느냐면, 점점 음악과 효과음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고, 예전처럼 큰 방에다 연주자들을 모셔놓고 녹음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을 쓰는 사람은 영화계에서 오랜 기간 작업을 해온 음악 감독들 뿐이며, 이제 다수의 작업은 (가끔은 골방에서)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OST에 들어가는 일부 음원은 악기로 연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나중에 가선 음악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멜로디와 악기 구성을 AI가 배치해줄 거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사람이 작곡하고, 사람이 연주해서 만드는, 혹은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 사라져 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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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AI 연예인을 봐야 한다. AI가 움직이고 연기하는 텍스쳐 덩어리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어차피 대다수의 사람이 '실물'엔 관심이 없고 TV나 스마트폰, 모니터의 화면으로 연예인을 접하고 있다. 불쾌한 골짜기를 정복하기 일보 직전인 지금의 기술력이면 로봇은 만들 수 없어도 화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연기하는 AI 텍스쳐 쯤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미 CF 모델 중에는 AI가 있다. 이수만이 에스파에 접목시키려고 하는 AI 역시 어느 정도 통하는 게 있다. 멀고 먼 기술이 아니라 당장 내년에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기술이다.


 중요한 건 AI의 역할이 커지고, 악기로 절대 연주할 수 없는 음원과 같은 것들이 대중문화 OST를 장악해갈 때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현재'를 우선시하는 일본은 벌써부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고 있다. 그저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뿐인데 소음이 장난 아니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을 받아들일 준비가 십수 년 전부터 되어있음에도 늙은 세대가 장악한 사회는 변화를 거부한다. 그런데 AI의 경우는 전 세계가 일본처럼 될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기기에 파묻혀서 사는 나조차 AI가 만들어낸 음악, AI가 연기한 영화 등이 나오면 적응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탄소 중립을 10년 안에 성공시키지 않는다면 전 지구적 재난이 닥친다는데,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발전이 4차 산업 혁명의 계기가 되는 듯도 하다. 이제는 정말 변화에 대한 '적응 기간'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사회도 대중문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