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매트릭스], [13층]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즈라더 2021. 1. 14. 12:00

 기본적으로 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있을 수가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세상이 이렇게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움직일 수 없으며, 인류가 양자역학(물론, 이쪽 분야는 또 수학의 기초를 무너트리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만)을 연구하고 있을 리가 없다. 신의 섭리니 뭐니 했던 것들은 전부 '수학'에 의해 증명되고 있으며, 수학적으로 존재함에도 실측할 수 없었던 것들은 과감한 실험을 통해 하나씩 '실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 물리학의 태동, 아인슈타인의 등장으로 세상은 신을 잃어버렸다고.


 그러나 여기서 신의 정의를 다르게 내린다면 어떨까? 신을 '창조주'에 국한해보자. 창조주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게임을 제작한 사람들은 그 게임 속 AI들의 창조주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 중에 신이 된 사람이 잔뜩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배하자. 멀리서 예수를 찾을 게 아니라 바로 근처에 있는 게임 제작자를 찾으면 될 일이렷다.


 이런 생각을 물리학과 출신 공무원(..) 지인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 세상이 수학이라는 규칙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이후 물리학자들은 모두가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은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되었다던가. 수학적 규칙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한 우주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다. 흥미진진했던 나는 영화 [13층]이나 [매트릭스]가 떠오른다며 웃었다. 그랬더니 이분은 굉장히 진지한 어조로 그런 단층적 구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과학 유튜버들이 푹 빠져있는 소재기도 하다.


 게임 개발자가 하나의 게임만 만들까? 아니다. 수도 없이 많은 게임 제작에 참여할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를 시뮬레이션한 윗층(?)의 존재들은 우리와 비슷한 시뮬레이션을 수도 없이 만들었을 수 있는데, 기겁할 만한 것은 우릴 만든 윗층의 존재들 역시 누군가에 의해 시뮬레이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수 많은 게임들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은 곳은 여러 개 정도를 넘어서 수천, 수만, 수억, 수경 개까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아직도 양자역학에 발목을 붙잡혀서 진도가 안 나가는 인간에겐 맨꼭대기, 그러니까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많은 물리학자가 AI의 발전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의 인간을 한참 뛰어넘는 연산 능력으로 더 뛰어난 AI를 만들어 언젠가 신의 영역을 연산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던가. 어디까지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저 시뮬레이션이라는 전제 하에 하는 말이지만.


 갑자기 빛이 파동이냐 입자냐에 대한 연구 영상이 떠올랐다. 이른바 '이중슬릿' 실험이다. 관측하지 않을 때는 파동인 빛이 관측하는 순간 입자가 된다는 결과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빛에 머물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이 관측하기 전까진 파동에 머물러있다는 사실로 이어졌다. 대체 왜? 


 조금 섬뜩하다. 우리가 창조주임과 동시에 피조물일 가능성 때문에. 우리의 피조물들은 포맷 한 방에 영원히 죽일 수 있다. 無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