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구내 단속을 다닐 때 어느 수영장의 흥미로운 홍보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천연 소금으로 소독하는 수영장!'
소금물로 수영장을 채우기라도 하는 걸까 싶어 항상 궁금했던 차에 타이밍 좋게 수영장 앞의 자동차 번호판이 단속 대상이 되어 카운터에 찾아가 물어봤다.
"천연 소금으로 소독해요?"
"네, 저희는 천연 소금으로 합니다."
"그럼 락스는 안 쓰시는 건가요?"
직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천연 소금으로 만든 락스를 씁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XX 락스의 광고. 천연 소금으로 만든 락스라고 했던가. 광고를 볼 때마다 참 어이가 없었는데, 그걸 그대로 믿고(?) 천연 소금으로 소독한다는 수영장까지 나왔다. 예전부터 해당 업체는 유사과학 느낌을 들게 하는 고객센터의 답변 때문에 말이 많았기 때문에 좀 웃음도 나오더라.
천연 소금이든 가공(?) 소금이든 락스로 만들면 다 똑같다. 어차피 소금을 그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 나트륨을 제외하면 다 버려지는데 천연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겠나. 과장 광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의미한 이야기인 것임엔 틀림이 없다.
어쩌면 락스가 심각하게 유독한 물질이라는 인식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락스든 뭐든 살균 소독을 하는 물질은 다 마찬가지로 유독한데, 락스는 단백질까지 다 녹여버린다는 점이 부각되어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락스만 콕 찝어서 두려워하고 있달까. 락스는 본래 희석해서 상처 소독용으로 쓰던 물질이다. 지금도 치과에선 락스를 사용한다. 아주 옅게 희석하면 과일을 씻는 것에도 사용할 수 있다. 원액을 그대로 들이키지 않는 한 문제가 안 되고, 뜨거운 물 혹은 과산화수소와 만나면 독가스를 뿜어내기 때문에 락스 자체보다 이쪽이 더 위험하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1차 세계대전 당시 소금은 병사들의 상처를 소독하는 락스 제조에 사용됨과 동시에 독가스를 만드는 것에도 사용되었다.
어쨌든 락스를 제조하는데 천연 소금을 사용했건 말건 아무 관계 없다. 그러므로 이상한 광고 문구에 낚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