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걸그룹/레드벨벳

레드벨벳 아이린의 갑질에 대해서 끄적여보다

즈라더 2020. 11. 16. 14:01

 최근 연예계 이슈가 참 많았다. 10월부터 11월 사이의 연예계는 스펙터클하다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일이 터진 셈이다. 원래 같으면 사건이 터진 직후에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았겠지만, 최근 유튜브 쪽에 사이버 렉카들이 너무 많아서 나까지 참여하면 정신이 없을 것 같아 이제야 이야기를 꺼내본다.

 

 레드벨벳 아이린이 스탭에게 대한항공의 조현아가 떠오를 정도로 심하게 대했다는 폭로가 올라왔다. 이 이야기는 일파만파 퍼져서 동료 관계자들이 댓글로 지지를 해주기도 했고, 좋아요를 눌러서 간접적으로 응원해주는 유명 스타일리스트도 있었다. 그간 돌고 돌았던 안 좋은 썰들이 사실이었던 모양으로 이를 접한 대중은 아이린을 가열차게 비난했다. 나도 폭로글과 아이린 측의 사과를 봤기에 딱히 그녀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스위치가 반대로 눌리는 타이밍이 찾아왔는데, 영화계 스탭이 아이린에게 가한 비난이 바로 그것이다.

 

레드벨벳 아이린이 아닌 배우 배주현이 시작되는 타이밍이었는데 어째 제대로 꼬인 것 같다.

 

 일단 해당 스탭은 분명히 영화계 쪽에서 일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보였다. 당시 아이린은 <더블패티>의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 쪽에서 일할 때도 갑질이 있었다는 식으로 연결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 그런데 뜻밖에도 <더블패티> 제작진은 그는 <더블패티>에 참여한 스탭이 아니고, <더블패티> 현장에 놀러라도 들른 적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있지만, 그런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즉, 그 스탭은 본인이 직접 본 것을 이야기한 게 아니란 의미다. 한참 아이린을 욕하는 근거로 <더블패티> 스탭이 남긴 글을 꺼내들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정보 추가에 당황하며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뭐야! 내부고발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한 거야? 더럽다. 아이린."

 

 이걸 보는 순간 내가 사건을 편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언제나 이런 정보는 재확인이 필요한 법인데, 그걸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내부고발자라는 말은 억지다. 그는 <더블패티>의 스탭이 아니었다. 또한, 내부고발자가 누군지 확인하려 했다는 얘기도 우스꽝스럽다. 오히려 내부고발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영화계 스탭의 글을 있는 그대로 믿으려 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지도 확실하지 않은, 그저 영화계의 스탭이라는 점 말고는 정보가 없는 인스타그램의 글을 보고 <더블패티>의 스탭이라고 확신한 채 온갖 욕을 퍼붓더니 <더블패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정보가 추가되자 억지로 도망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쯤에서 나는 아이린의 갑질 사건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을 다시 살펴봤다. 관계자인 척하면서 댓글을 단 어떤 사람은 작년에 어느 연예인을 자살로 몰고 갔던 전문(?) 악플러였다. 또한, 레드벨벳의 주변 관계자들 가운데선 '내겐 그런 적이 없는데...'라는 식의 글을 적었다가 SM에게서 지시받았냐는 항의를 듣는 이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린을 옹호하는 관계자들 중엔 아이린 본인이 직접 적은 손편지를 모든 스탭에게 돌린 적이 있다면서 편지를 인증하는 사람마저 있었다. 즉, 아이린은 모든 스탭에게 갑질을 한 건 아니다. 어느 현장에선 소리를 바락 질러가며 갑질을 했지만, 어느 현장에선 또 모든 스탭에게 손편지를 전달할 정도로 잘해줬던 것이다. 그 차이가 어떤 기준에 의해서 발생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이린은 무조건 갑질부터 하고 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이린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일단 처음 폭로글을 올린 그 스탭에겐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던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많은 동료 관계자들이 지지를 하지도 않았을 테고, SM이 사과문을 게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간 그런 일이 꽤 반복되었을 거란 예측 역시 아마 사실일 것이다. 다만 아이린이 모두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하진 않았다는 것 역시도 사실이다. 이렇게 양면성이 드러나는 경우, 팬덤은 오히려 안에서 뭉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이번 일로 아이린을 떠나는 팬은 아주 드물 것으로 보인다. 스탭에게 갑질을 했어도 팬들에겐 아주 잘해줬던 아이린의 태도가 이럴 때 힘을 발휘한다고 해도 좋다.